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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95.11월

puresmile 2015. 10. 31. 17:41

*11월


1.

겨울, 너는 성질도 급하지.

11월이 되지도 않았는데. 10월의 여유가 며칠은 남아있는데.

그새 찬바람을 데려오다니.

'나 아직 여기 있는데'라는 가을의 외침이 그나마 아직은 강한 햇볕으로 말해준다.

나 역시 성질이 급해서 11월이 되면 내년 다이어리를 고른다.

이번엔 어떤 다이어리를 써볼까, 하면서도 벌써 같은 브랜드의 다이어리를 3년째 쓰고 있다.

내년에는 새로운 브랜드의 다이어리를 써 볼 생각이다.


2.

여름이 가을이 되고, 가을이 겨울이 되면서, 내적으로 외적으로 꽤 많은 변화가 생겼다.

무엇이든 변하는건 움추리고 있지 않다는 뜻이고, 경직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고, 고여 있지 않다는 뜻이다.

변화가 클수록, 흔들림도 많아지고, 과도기인 순간들도 맞이하지만,

어쨌든 좋다.

무엇이 되었든 좋다.

새로운 것을 느낀다는 자체는 좋은 것이다.

이왕에 느낄 변화라면 엄청나게 상상하지도 못하게 큰 변화가 내게 다가오길.


3.

당연한 것은 없다.

나 지금까지 내 자신을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아온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고작 이십 몇년을 살면서.

뭐가 그렇게 당연하다고.

내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느끼는 면들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더 많은 새로운 면들을 볼 기회조차 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나 이제까지 이렇게 살아왔으니, 이렇게 생각했으니, 이렇게 행동했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고,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하란 법은 없다.

난 내 자신에게 새로운 기회들을 주고싶다.


4.

허리가 뻐근하다.

엉덩이 놓는, 그러니까 앉는 면적이 깊은 의자는 내 허리를 힘들게 한다.

게다가 무릎높이까지오는 테이블의 조화란..

아무리 생각해도 빨리 커피를 마시고 가라는 영업전략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자리에 앉은 사람을 모두 (더구나 내가 왔을때보다 더 먼저 앉아 있는 사람도 많다) 자리를 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내 옆에 앉은 어떤 여자는 책을 읽으려고 가지고 온 것 같은데, 책은 무릎 위에 두고 아이폰만 쳐다보고 있다.

그 옆에 앉은 어떤 남자는 나처럼 무릎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어떤 프로그램(잘 보이지 않는다)을 열심히 돌리고 있다.

다들 허리는 안아플까?

다들 의자가 안불편한가?

혹시 내 키가 작아서 의자가 몸에 맞지 않는 건 아닐까?

도대체 엉덩이와 무릎 전 허벅지의 길이가 얼마나 길어야 이 의자에 편안하게 앉을 수 있을까.

키가 170cm정도면 괜찮을까? 

키가 165cm정도면 괜찮을까?

그냥 등받이에 허리 기대는 것을 포기하고 허리를 곧추세운다.

조금 뒤에 밖에 나가게 되면 꼭 온 몸을 위로 쭉 뻗고 스트레칭을 하리라.

무릎까지 오는 테이블은 짧은 치마를 즐겨 입는 내게 또다른 시련을 준다.

다행히 요즘 날씨에는 외투, 목도리가 있어 다리 위를 덮을 수 있지만,

스타킹도 신지 않은 맨다리인 여름에는 다리를 어찌할 방법이 없다.

물론 그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상대방도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방황하는 눈빛도 느껴진다.

괜히 허리가 뻐근하니 이런저런 불평을 늘어나본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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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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