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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109.너

puresmile 2016. 2. 7. 20:32

*너


1.

단단하게 마음을 먹었다고 생각했다.

정말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시작했다.

하지만 빈틈이 많았다.

마치 유리컵에 커다란 조약돌들만 쌓여가는 느낌이 들었다.

조약돌 사이에 생겨난 빈틈이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그런 상태.

가끔 유리컵 안에 모래알들이 우수수 한 웅큼 떨어지는 것 같긴 하지만,

여전히 빈틈은 많았다.

그냥 유리컵 안에 시멘트를 부어서 꽉 차게 굳어버렸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되기가 힘든가보다.

그런 생각이 들자 단단하게 마음을 먹었던 내 마음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한 톨의 의심없이 마음을 다 잡았었는데,

나만 잘하면 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부분들이 많이 보이니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내 자신에게 심통이 났고, 실망을 했다.

어디서부터 다시 마음을 다시 굳게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2.

사실 넌 항상 내게 따뜻하지만은 않았다.

나 혼자 무인도에 떨어진듯 외로움이 내 옆에 

자리를 꿰차고 있을 때가 많았다.

생각해보면 외로움은 그냥 나만의 고유한 감정이였다.

어느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고유한 감정.

그 외로움은 평생 나와 함께 같이 가는 감정이였다.

허무하고 허탈했다.

이 외로움이 사라지길 바랐는데.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버리자

정말 허무하고 허탈했다.

난 그냥 항상 너의 따뜻함의 부재를 탓헀었는데.

너는 나를 외롭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화살 촉이 다시 나에게로 겨뤄지고,

나는 다시 막막해졌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내 옆에서 항상 웃어주었으면 좋겠다.

든든하게 있어주었으면 좋겠다.

힘이 들때 기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심통부릴때 받아주었으면 좋겠다.

내 욕심이 빤히 드러나는 행동에도

마냥 귀엽게만 봐주었으면 좋겠다.

무조건 내 편만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4.

너와 함께 선선한 밤거리를 걷고 싶다.


5.

난 네가 누군지 몰랐어

너는 햇살이었고, 바람이었고 즐거운 충동이었지

너는 가루같은 물방울이었고, 춤이었고, 맑고 높은 웃음소리

항상 내게 최고의 아침이었어.


검고푸른날들, 황강록


6.

너의 차가운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내려앉는 것만 같다.

사실 나는 어느 누군가의 차가운 모습을

마주했던 경험도 정말 생각보다 없을뿐더러,

앞으로도 그런 경험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아서,

너의 차가운 모습을 볼 때면

난 정말 산산조각 나는 것만 같다.

차갑게 대하는 널 마주하는 나는

정말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만 같아서 끔찍하게도 싫다.


7.

잦아드는 피곤함과

스며드는 외로움과

종종 부딪히는 갈등을 맞이해도

나는 나를 잃지 않으려고 부단한 노력을 할 것이다.

내 색을 다른 색으로 물들이지 않으려고

나를 지켜내려고 꿋꿋하게 버틸 것이다.

선명한 나만의 빛을 내야지.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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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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