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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121.과거

puresmile 2016. 4. 30. 19:25

*과거


1.

기차 안에서 지나가는 풍경들을 보며 예전 일들을 떠올려보았다.

평소에는 떠올리지 않는 순간들을,

떠올리면 감상에 젖을까봐 굳이 생각하지 않았던 순간들을.

결론은 아름다웠다.

그 모든 것들이 다 아름다웠다.

그 때의 대화도, 미소도, 분위기도, 모습도.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지금 내가 숨쉬고 있는 시간들도 전부 아름다운 과거를 만드는 순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생각의 뿌리들 대부분은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어떤 경험을 어떤 식으로 했냐에 따라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고,

그 안에서 생각이 움튼다.


3.

몇 년에 걸쳐 과거의 장소를 간 적이 있다.

처음엔 낯선 장소였다가, 두 번째엔 가기 싫어진 장소였다가, 세 번째엔 아련한 장소였다가,

네 번째엔 익숙한 나만의 장소가 되고야 만다.

그렇게 하나, 하나,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4.

100% 완전한 확신은 없을 것이다.

그 순간 완벽한 확신은 있을지 몰라도.


5.

그런 사람이 있다.

내가 무슨 말을 어떻게 하여도

날 이해해줄 것 같은 사람.

하고 싶은 말이 한보따리라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그냥 생각나는 대로, 주절주절 이야기해도 되는 사람.

내 생각을 마음껏 내뱉어도,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 들어주는 사람.

과거에 내게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였고, 지금도 내겐 여전히 그런 사람이다.


6.

욕심에, 과거로 만들기 싫은 순간들이 있다.

많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완벽한 순간들이라 계속 내 곁에 도망가지 못하게 붙잡아두고 싶은 그런 순간들.

이를 테면 바람이 솔솔 불어 머릿결이 흩날려 조금은 흐트러져도 따뜻한 햇살에 기분 좋은 순간이라던지,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데 좋아하는 음악이 우연찮게 흘러나와 집중하는 순간이라던지,

소중한 사람과 함께 달콤한 대화를 나누는 순간이라던지,

길을 걷다가 라일락의 꽃내음이 내 코를 간지럽혀 행복한 순간이라던지,

생각지도 못하게 반가운 메일을 받고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내용을 확인하려는 순간이라던지.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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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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