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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132.꽃다발

puresmile 2016. 7. 17. 21:30

*꽃다발


1.

4시간을 꼬박달려 경북대에 거의 도착할때쯤 경북대 주변 꽃집에 전화를 걸었다.

3개의 꽃다발을 주문하고 20분 뒤 꽃집에 도착했다.

꽃집은 아담했으며 소소했다.

꽃집에 들어가니 두 개의 꽃다발은 예쁘게 만들어져서 

물이 조금 찬 양동이에 자리잡았고, 

아주머니께서 나머지 하나의 꽃다발을 만들고 계셨다.

양동이 안을 보니 자두만한 새빨간 장미들이 옹기종이 모여있는 꽃다발과,

라넌큘러스 몇 송이가 포인트 삼아 만들어진 꽃다발이 눈에 들어왔다.

꽃 색의 조화가 예뻐서 쳐다보고만 있어도 행복했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만들고 계신 꽃다발로 눈길을 던졌다.

마지막 꽃다발은 엄청엄청 큰 보랏빛 수국이 포인트로 잡힌 꽃다발이였다.

아주머니는 특별히 하나는 더 멋있게 만들어주고 싶다고 하시면서 만들었다고 하셨다.

수국은 특별히 시들면 더 안된다고 하시면서 물주머니까지 만들어주셨다.

계산 후에 3개의 꽃다발을 한아름 끌어안고 꽃집을 나섰다.

내가 받은 꽃도 아닌데, 꽃을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꽃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눈 앞에 근사하게 예쁜 것들이 잔뜩 있으니 웃음이 절로 났다.


2.

2년 전, 약수역 근처 공방에서 원데이 클래스로 꽃다발을 만든 적이 있었다.

모든 것이 신기했다.

커다란 나무 테이블에 다양한 꽃들이 가득했다.

그 꽃들의 색 조화만으로도 눈이 황홀했다.

차근차근 꽃다발 만드는 과정을 배워나갔다.

생각보다 꽃다발을 만들기에 버려지는 줄기, 잎, 꽃송이들이 많았다.

곁가지들을 쳐내고, 더 예쁜 꽃송이들을 선택하고, 줄기를 알맞은 길이로 자르고.

꽃들과 긴 사투 끝에 내 손엔 나만의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은 항상 예쁜 꽃들을 볼 수 있어서 마냥 부럽다고만 여겼는데,

막상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벽부터 꽃시장에서 꽃들을 사고,

작업장에 가져와서 손질하고, 손질하다보면 억센 줄기나 가시에 손이 다칠 수 있고,

끝내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야 하는 것들이 잔뜩 쌓이고 그런 것등를 보면서

정말 꽃을 사랑하고, 이 직업을 애정하지 않는 이상 아무나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 만들어진 여러 개의 꽃다발은 내 손에 이끌려 삼청동으로 옮겨졌다.


3.

꽃다발들이 예뻤던 걸까,

들고 있던 모습이 예뻤던 걸까,

그냥 문득 생각이 난 걸까.


4.

그냥 흘러가는 대로, 라는 말은 이제 용납되지 않는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러우면서도 무겁게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유쾌함을 잃어서는 안된다.

시간의 개념을 두세번은 더 곱씹어야 할 때다.

변해도 괜찮을 때다.

자존심을 세우지 않아도 좋을 때다.

그래야 한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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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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