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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135.이사

puresmile 2016. 8. 5. 12:03

*이사


1.

가득한 빛.

갈라진 바닥.

쌓이지 않은 듯 쌓인듯한 먼지.

틈이 있는 방충망.

텅 비어있는 것.

낯선 길, 동네, 사람들, 가게.

공간에 대한 노력.

안도감과 혼란스러움의 공존.

그리고 마음, 마음, 엇갈린 마음들.


2.

낯선 곳은 하루빨리 익숙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그 낯선 곳이 내가 자주가야하는 곳이라면 더더욱.

낯선 곳에 가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혼잡해진다.

그래서 방향치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가게, 도로들 등등

한 장면이라도 더 내 머릿 속에 넣으려고 애쓴다.

나중에 다시 그 곳에 갔을때 기억 속에 한 장면이라도 매치되는 곳이 있다면 마음이 안정된다.

그렇게 여러 곳을 눈에 담았다.


3.

갈피를 잃었고,

갈피를 다시 잡고 싶었다.


4.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할일을 하며,

때로는 시시콜콜한 농담도 던지고,

아무말 없이 집중도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소중한 일이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건,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였다.


5.

이제 그 곳엔 아무도 없다.

유니폼을 하나씩 갖춰입고 배드민턴 채를 휘두르며 힘차게 걸었던 거리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걸었던 골목과,

토라져 택시를 잡으러가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시간과,

보틀샵이 생기자 쇼윈도 밖에서 기웃거리던 눈길과,

인테리어도, 맛도, 제일 마음에 든 카페에서 커피를 볶아 골목을 가득 메운 향기와,

배가 불러 크게 크게 한 바퀴 돌았던 동네와,

작지도, 크지도 않은 트리에 잔뜩 두른 조명과 들리는 듯, 안들리는 듯한 음악과,

터미널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렸던 그 시간들만 남아있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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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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