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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145.언약

puresmile 2016. 10. 15. 21:18

*언약

1. 다른 대화를 하자 
우리들은 지금 지키지 못할 말들을 서로 내뱉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말들로 인해 살아가는 동력과 동기가 불어넣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 말들로 인해 느끼는 허탈감과 상실감은 어떻게 견딜까.
그 말들이 일상의 임시방편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킬 수 있는 말들만 내뱉고 싶은데, 정말 상황이 변해서 지키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느꼈고,
그 말을 어떻게든 지키려고 유연하지 못하게 행동한 적도 많았고,
내가 들었던 그 말들이 다시 화살이 되어서 내게 상처도 돌아온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조금 더 신중해졌지만, 어쩌면 지키지 못할 말들을 어렵사리 내뱉고 있다.
어떨 때는 그런 말들에 질려 현재형의 말들만 믿고 싶었던 적도 있다.
현재형의 말들은 최소한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과, 지금 행하는 생각과 행동들을 포함하고 있을테니까.
그런데 불행하게도 현재형의 말들 조차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우리들은 어떤 대화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무겁기도 싫고, 가볍기도 싫어하며, 쉽게 보이기도 싫고, 어려워하기도 싫어하는 우리들은 앞으로
어떤 대화를 더 해야 하는 것일까.
쉬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고, 선뜻 먼저 제안하기 어려운 질문을 망설이고,
머리 속으로는 백 번, 천 번 확인하고 싶은 생각들을 입 안에 머금으며 다시 삼켜버리는 지금.

2. "말이라도 그렇게 해줘"
내게 '말로만으로도', '말만 그렇게 해주면' 따위의 말을 건네며 질문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 말만 그렇게 해줄 수는 있지만, 그 말을 해서 내 목에 칼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지만,
당장 내가 그 말을 한다고 내가 벌을 받는 것도, 곤란해지지도 않을 뿐더러,
되려 조금 더 지금이 편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하지 못했다.
말만으로 안심시키는 그런 상황따위를 나는 견디기 어렵다. 
껍데기같은 말들로 상대방을 현혹하고, 상대방에게 기쁨을 주는 일 따위는 정말 못하겠다.
그런 왜곡된 말들로 기쁨을 느껴봤자, 행복을 느껴봤자, 왜곡된 감정일텐데.
말만 바라는 질문은 제발 내게 안했으면 좋겠다. 

3. 시나몬
시나몬모카를 주문했다.
테이크아웃 컵에 담긴 시나몬모카를 받아들고 자리로 돌아와 뚜껑을 열고
한 모금 마셨다.
마치 지금이 엄청 추운 겨울이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제작년이였나. 11월에 학원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동탄에 밝은 원목으로 따뜻하게 인테리어를 하고, 아기자기한 인형들과 소품들이 잔뜩 있던 카페를 간 적이 있는데,
그 카페에는 마침 라떼와 카푸치노를 많이 만들었는지, 고소한 시나몬 향이 가득했었다.
그 때 생각이 났다.
점점 추워지는 요즘, 이 카페를 올 때마다 시나몬모카를 마셔야겠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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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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