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1. 나는 필수코스가 아닌 줄 알았다.
나도 피해갈 수 없었던 감기.
독감은 아니였던 것 같다. 
어느 날 밤, 콧물이 주룩주룩 나더니,
그 다음날이 되자 온 몸이 누구에게 맞은 듯 욱씬거렸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도 몸을 비꼬면서 겨우겨우 앉아있다가
결국 그 다음날 회사도 안나가고 집에서 하루종일 땀만 삐질삐질 흘리며 누워있었다.
그나마 기운이 있을 때 사두었던 종합감기약 하나로 버텨 겨우 회복되어서
지금은 입술에 물집잡힌 것 빼곤 거뜬하다.
겨울에 원래 감기 잘 안걸리는 나도, 면역력이 떨어졌나보다.
과일도 많이 먹어야하는데 요즘 통 먹지 않았더니 비타민도 부족하고.
여러모로 문제네. 그래도 하루 된통 앓았으니 올 겨울 감기는 안녕이다.

2. 너에게.
부디 너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비추길.
부디 너의 삶에 나라는 여유가 깃들길.

3.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세요.
집에 갔더니 엄마가 대뜸,
"야, 아빠는 술만 마시면 연희 뭐하는지 궁금하다고, 연희 보고싶다고, 전화 한 번 해봐야하나 이런다."
아빠는 바보다.
그러면서 나한테 전화 한 번 한 적도 없잖아.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집에서 나와 따로 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빠는 더욱 몽글몽글해지고, 엄마는 대단해보인다.
이제 나는 지하철타러 간다고 외투를 입으면,
뭘 하다가도 헐레벌떡 뛰어나와서 차로 데려다준다는 아빠.
고작 걸어도 15분 채 안되는 거리인데,
굳이 차로 데려다주겠다며 나오는 아빠.
애교가 많은 듯 하면서 없는 딸래미들 사이에서,
어릴 적 같이 아빠가 원하는 총싸움 한 번 하지 못하고,
두 딸 모두 사춘기를 겪으며 새침하고, 어쩔 때는 말 한 마디 제대로 섞지 못할 때도 있는 그런 딸래미들 사이에서,
묵묵하게 중심을 지키고 있는 아빠.
오랜만에 집에가면 여느때와 같이 엄마에게 반찬투정을 해도,
그렇게 끊으라고 성화를 부리는 담배를 한 가치 물고 현관문을 나서도,
이제는 많이 밉지가 않아요.
오늘도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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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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