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

1. 입도 짧으면서
음식에 대한 변덕이 심하다.
뭐, 음식이라기보다는 메뉴선택정도?
내일 만나는 친구와 어디어디를 가자고 다 정해놓고는,
정작 내일이 되어 그 친구를 만나면 딴 소리를 한다.
'우리 저기갈래?' 
그러면 친구는,
'응. 그냥 우리 원래 계획대로 가자'
그럼 나도 '그래!'라고 대답하며, 고분고분 말은 잘 듣는다. 
배가 고프면 맨날 먹고 싶은건 많다.
'샤브샤브 먹자.', '아니다. 그냥 김밥먹자.'
'아냐아냐, 그냥 파스타먹자.', '음, 부대찌개 먹을까?'
내게 익숙해진 친구들은 그냥 얼릉 내가 말한 것 중에 하나를 정하고,
그 뒤에 내가 이야기하는건 한 귀로 흘려듣는다.
그리고 막상 정한 음식을 먹으러 가면, 
진짜 콩알만큼만 먹는다고, 아까 그 패기는 어디갔냐고,
아까는 아주 접시까지 씹어먹을 기세더니 왜 이렇게 조금만 먹냐는 소리를 듣는다.
그럼 그냥 '배불러-_-'라고 말해버린다.
웃겨. 내가 생각해도 내 자신이 웃길 때가 많다.
그래도 결정장애는 절대 아니다! 
의견이 많을 뿐이다!

2. 아, 추워. 아 더워.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1~2년 전까지만 해도 체감온도에 대한 변덕이 심했다.
마음을 이랬다 저랬다 바꾸는 변덕은 아니지만, 누가 보면 자꾸 변덕쟁이처럼
더웠다, 추웠다를 반복한다.
이불을 목까지 끌어서 덮고 자다가, 조금 있으면 덥다고 이불을 차낸다.
그러다가 또 조금 있으면 춥다고 하면서 이불을 찾는다.
결론은 잘 때 이불이 없으면 안된다. 언제든지 찾을 때 덮을 수 있는 이불이 있어야 안심이 된다.
이렇게 이십 몇 년을 살다보니 내 자신에 대한 노하우가 생겨서,
차라리 더운게 낫지, 라는 생각에 추위를 느끼지 않도록 무장을 한다.
코트 안에도 가디건 등을 더 껴입는다던지, 잘 때도 윗 옷을 바지 안에 넣는다던지, 등등.
이제는 더위에는 조금 강해졌는데, 아직 추위에는 많이 약하다.
추우면 몸이 말을 잘 안듣는다. 몸 전체가 굳어버리는 느낌이다. 이렇다 할 의욕도 많이 사라진다.
추위에 떨지 않을 수 있는 여름만 기다리고 있다.

3. 조심스러운 노래들
한 곡을 오래오래 들으면 질리는 경우가 있다.
그 질림을 피하려고 정말 일년에 몇 번만 듣고 있는 아끼는 앨범이 있다.
그 앨범을 처음 만났을 때는 좋아서 몇 백번이고 계속 반복하며 들었었다.
어느 순간, 내가 이 앨범을 이렇게 많이 듣다가,
이 앨범 자체가 질리는 그 순간이 두려웠다.
그래서 그 후로 일 년에 몇 번씩만, 내가 정말 기분 좋을 때 아끼고 아껴서 듣는 앨범이 되었다.
그 앨범은 바로, 뉴욕물고기 3집 Arrogant Graffiti.

4. 질리지 않는 것
다행스럽게도 사람에겐 쉽사리 질리지 않는다.
나름 이해심도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많이 좋아하게 되고,
더 많이 이해하려고 하고, 그 사람의 그 자체를 인정하게 된다.
익숙함은 질림으로 인해 권태로 빠져드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도 하지만,
편안함과 익숙함의 소중함을 느낀 후로 순간순간을 특별하게 생각하려하고,
익숙함 자체에서 오는 새삼스러움을 느낄 때가 많다.
깊은 인연들이 참 좋다.

5. 담백한 가사
저번주에 출장가는 KTX안에서 우연히 요조의 '그런사람'이라는 곡을 들었다.
앨범 소개하는 글을 정독하는 것을 은근히 좋아하기에 이 곡을 들으며 습관적으로 앨범 소개글을 보았다.
이 곡은 요조가 별로 결혼에 대해 호의적인 편은 아니지만 친구의 결혼 선물로 만든 곡이라고 소개했다.
요조는 정말 가사를 잘 쓴다. 그냥 겉핥기식이나, 멋을 내려고 쓰는 가사들이 아니다. 정말 담백한 가사들이 많다.
요조는 관찰력과 집중력이 뛰어난 사람 같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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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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