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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211.사생활

puresmile 2018. 1. 21. 22:32

*사생활

1.
그나마 시시콜콜한 이야기들과 감정들을 공유하고, 나누지만 서로 각자 사생활따위가 그리 궁금하진 않은 관계가 늘어났다.


2.

새벽에 일어나 영어학원을 가서 혹여나 내가 모르는 문장들이 있어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면 어쩌지, 내가 미리 생각하지 못한 주제여서 바보같이 말을 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긴장감과, 때론 미리 전날 공부를 단단히하여 자신감이 긴장감을 앞서 발걸음을 옮기는 시간들을 지나서 출근시간이 다가오고, 출근하여 일에, 사람에, 이해관계에 치여가며 눈치도 보고, 신경도 쓰고, 골똘하게 머리를 굴리며 일을 처리하고 집에 오면 피곤함에 지쳐 잠들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면 내 사생활은 어디있나 싶기도 하고. 사실 의욕이 조금 앞서면 좋아하는 장소나, 좋아하는 책을 다시 찾게되지만 의욕이 없으면 좋아하는 것들도, 하고 싶은 것들도 모두 뒷전이 되고, 내가 살고 있는 것에 대한 의미와 살고 있는 순간들이 무색해진다. 나를 잃으면 안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나의 사생활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하나라도 더 내 시간들을 위해 할애하고, 자극이 되는 무언가를 찾아 방황하고 있는 순간들이 있었다.


3.

생활을 무너뜨리는 두 가지.

1) 가족이 온전하지 않을 때

2) 한 끝의 의심없이 마음을 주고, 믿고 있던 사람이 내게 싸늘하게 대할 때


4.

사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나는 더 단단해지고, 독해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조금은 더 물러졌고, 어쩌면 유연해졌고, 어쩌면 약해졌다. 조그마한 생채기의 여파는 여전히 남아있고, 아쉬움없이 뒤돌아서기엔 마음에 걸리는 것이 많아졌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느다란 외로움에 몸을 떠는 순간들이 생겨났고, 의지하고 싶은 곳을 찾게되는 것은, 툭하면 눈물이 나는 건 괜한 엄살일까.


5.

아주 마음에 드는 예쁜 유리잔을 샀다. 유리잔을 어디에 쓸까 하다가 어제 냉장고에서 예전에 친구들이랑 파티하고 남은 호로요이를 꺼내와 잔에 따랐다. 분홍빛을 띈 맥주가 콸콸 잔을 채웠고, 노트북 옆에 컵을 두고 행복해하며 야금야금 마셨다. 좋아하는 유리잔이나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는 나만의 소소한 즐거움.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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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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