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1.
수 년 전, 벌써 그렇게 됐나.
멋쩍은 웃음으로 누런 서류봉투를 주던 이가 있었다.
서류봉투 안에는 일정 기간동안 꾸준하게 쓴 일기 또는 러브레터라고 할 수 있는 글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하지만 내가 YES 또는 NO라고 말할 질문은 어디에도 쓰여있지 않았다. 혹여나 NO라는 대답이 돌아올까봐 그 질문은 일부러 넣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그저 그 동안의 마음만을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언젠가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도 네가 하는 일을 하고 싶어' 나는 그나마 나의 짧고 얄팍했던 지식을을 공유하며, 해보라고 독려했었다. 수 년이 지난 지금, 그는 그 당시 내가 했던 일들을 정말 본업으로 하고 있고,
나는 그 일을 하고 있지 않다. 아이러니하다. 우리의 관계가 그 당시 YES 또는 NO로 끝났었다면, 인연은 더 이상 지속되지도 않았을 것 같다.
그 때의 그가 현명했다.

2.
나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이나,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들이나,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권유하는 버릇이다. 누군가는 나의 권유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버릇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내 딴에는 내가 그 무엇 때문에 100만큼 즐거웠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그 무엇 떄문에 100만큼 똑같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권유라는 것을 하는 것인데.. 물론 그 권유가 빛을 볼 때도 있다. 예전에 친구에게 '베티블루'라는 영화를 추천해줬는데, 반응이 내가 느낀 것 보다도 좋았다. 너무 뿌듯했다. 이런 반응들이 종종 있어서 그 버릇이 고쳐지지 않는가보다, 라고 자위해본다. 

3.
생각해보면 내 친구들은 내가 하는 말에 거의 대부분 YES라고 해줬다. 그런 친구들이 고맙다.
그래서 그런지 내게 NO라고 말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사실 조금 막막할 때가 있다.
너무 오냐오냐 컸나봐.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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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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