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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수많은

puresmile 2012. 11. 28. 17:19

수많은 밤들이 있었다. 수많은 낮들이 있었다. 기억해둘 만한 일들, 기억에서 사라진 일들이 있었다. 붙잡고 싶었지만 희미해진 기억들이 있고, 기억하고 싶지 않으나 지울 수 없는 일들도 존재한다. 가지마다 탐스럽게 매달린 사과들이 있었고, 연두에서 초록으로, 황금빛으로, 다시 갈색으로 변해가는 들판의 풀들이 있었다. 텅 빈 뼈를 가진 새들이 있었고, 새들의 꿈을 꾸는 조개들과 푸르고 깊은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들도 어딘가에 있었다. 어쩌면 조그마한 손으로 모래성을 만들던 아이들, 무심하게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던 바람, 어깨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던 햇살이 있었다. 찾으려 했던 길들, 기다리는 시간, 가눌 수 없는 열정, 속도를 늦추지 않는 세월, 빛바랜 무정, 뜨거워졌다가 차가워진 마음들이 있었다. 


-황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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