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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15.손가락

puresmile 2014. 4. 21. 18:42


*손가락

물론, 무엇을 창조하는 사람들의 손가락은 말할 것도 없이 대단하다. 그리고 소중하다. 하지만  난 이들의 이야기를 쓰려는게 아니다.

자신의 손가락을 적게는 가로 25cm에서 많게는 가로 40cm까지 되는 그 자그마한 키보드에  얹고, (과연 생각을 하고 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생각을 하며 그런 단어, 문장, 문단들을 쳐대고 있는지, 보면 볼 수록 의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수 많은 일을 겪으며, 단어들과 문장들 때문에 상처받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물론 상대방은 나에게 상처를 주려고 쓴 것이 분명하겠지만, 너무 바보같이 참고 있었다. 그냥 내가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되는 문제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법적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렇게 그 누군가가 좋아하는 법대로 하기로 마음 먹었다. 왜 지금까지 가만히 참고만 있었냐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시간동안 상처받고, 마음아파하며 남몰래 끙끙 앓고 있었던 내 자신을 생각하니 너무나도 속상했다. 상황은 상황이지만, 그런식으로 공격을 하다니. 예전의 나는 너무나도 어렸고, 마음이 약했다. 점점 시간이 지날 수록 강해졌고, 그때와는 비교할 것도 없이 지금은 매우 튼튼해졌다. 상대방의 입장에선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냥 자신의 감정이 시키는대로, 그냥 내가 기분이 나빠져서. 라는 이유로 키보드를 몇자 두드려대며 그런식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면 그게 과연 정당할까. 정당하다고 자신을 세뇌시켜 아무리 자기 합리화를 시킨다 한들, 해결되는 일이 있고, 해결 되지 않는 일이 있다. 상대방에게 주는 상처는 절대 해결 될 수 없다. 키보드를 빼앗고 싶다는 생각이 수백번도 더 들었다. 뒤에서 몰래 숨어서, 또는 내 얼굴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냥 아무렇게나 생각을 하는지 안하는지도 모르고 키보드를 그런식으로 두드려대니 속이 참 시원하시겠다. 아니, 참 시원하셨겠다.

그리고 요 며칠사이에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마음이 굉장히 무겁다. 정말 너무나도 안타까운 희생들이 있었고, 아직 소식을 모르는 실종자들이 200명이 넘는다. 부모님들의 심정은 아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3~4일내내 세월호 소식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며 제발 생존자가 남아있길, 제발 아이들이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런데, 이런 슬픈 상황에서도 키보드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깊은 상처를 주는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월호 영상 URL이랍시고 스미싱문자를 보내는 이들. 아이들을 꺼내준다며 거액의 돈을 요구하는 이들. 세월호 사건을 운운하며 결국 자신의 가게에서 물건을 사라는 이들과 자기 자신을 뽑아달라며 선거운동을 하는 이들. 이 밖에도 수 많은 악플러들과 정말 말도 안되고 입에도 담을 수 없는 말들을 하는 사람들. 도대체 다들 어떤 생각을 하며 글을 썼을까. 왜, 도대체 왜 그런식으로 손가락을 놀리는 걸까. 정말 이번 주는 화가 많이나고, 정말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나는 시간들이다. 그들에게 같이 눈물을 흘리자고 감히 바라지는 않겠다. 하지만 최소한 상처는 주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아무것도 모르고 그들의 짧은 생각대로 놀려지는 손가락들이 불쌍하다.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드물다는건 예전부터 깨달았다. 정말 개개인 모두가 다르고, 상상할 수 없을만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나 역시 그런 개인 중 하나일 뿐이고, 내가 옳다, 또는 그르다 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각자의 개성이고 본성일 뿐이니까. 하지만 정말 이건 아니지 않나, 라고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뭐, 다들, 그래. 다들, 다 좋은데, 남에게 깊은 상처주지는 말자.   제발.

-Hee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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