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얼음


일주일 내내 술을 마셨다.

달리 기분이 좋아서도, 나빠서도 아니였다.

그렇다고 밤낮을 가린것도 아니였다.

'얼음물 한 잔 주세요'

항상 술 마시기 전에 내가 하는 말이였는데, 요 일주일동안은 얼음물도 필요없었다.

안주가 무엇이 되었던 상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정신이 더욱 또렷해졌다.

엉클어지려고 해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럴수가 없었던 건가.


-Hee





*단발머리


지난 6년동안 귀밑 1cm부터 시작해서 5cm를 거의 넘지않는 단발머리를 유지했었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항상 머리가 조금 길었다하는 느낌이 들면 주변에 미용실이 있는지 두리번거리기 일쑤였다.

자르고 또 자르고를 반복하며 나는 평생 머리를 못기를거라고 생각했다.

그 귀 밑에서 찰랑거리는 짧은 단발머리의 이미지는 곧 내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나 혼자서 하고 있는건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자 어느새 주객전도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그 이미지가 내 자신을 만들고 있었다. 이런 엄청난 사실을 깨닫고 난 후 이미지에 내 자신을 잡아먹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나의 모든 것은 내 안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머리가 길던 짧던 결국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 자신의 본질은 그대로이고, 나는 나이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 속 과정들을 겪으며 머리 자르는 것을 잠시 멈췄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단발머리라고는 절대 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길었다. 어깨를 넘어 등 뒤에 닿는 머리칼을 느꼈다.언제 단발머리도 돌아갈지 모르겠지만, 긴 머리의 내 모습이 살짝 지루하긴 하지만서도 아직 낯설고 익숙하지 않아 재미있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도란도란 프로젝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30.잠  (0) 2014.08.04
29.야망  (0) 2014.07.26
25.위선 26.메모  (0) 2014.07.06
24.가로등  (0) 2014.06.22
23.맥주  (0) 2014.06.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