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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46.만약

puresmile 2014. 11. 23. 01:01
*만약

내가 그였다면,
추운 겨울 밤, 함께 택시를 타고 가자고 
계속 반복해서 이야기 할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가까이 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굳이 챙기지 않아도 되었던 날을
챙길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누가 들어도 시덥지 않은 소리를 하고있는 상대방을
집중할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차이를 맞닥뜨렸을 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상대방이 떡볶이를 먹다가 실수로 입 안에서 떡볶이의 잔재가 수직으로 식탁 위에 떨어졌을때 
정색하지 않고, 또는 모른 척 하지 않고, 그냥 낄낄대며 웃을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정말 그냥 자신만을 생각해서 뒤돌아보지 않고 가고 싶었을 때

가지 않고 한번 더, 다시 한번 더 볼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다른일로 짜증내는 상대방의 푸념 아닌 푸념을

들어주고, 다독여주고, 기분을 맞춰주려 노력할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추운 겨울에 얼음장처럼 차가운 손을 

모두 쥐어잡아 줄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흔하디 흔한 상황 속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상대방을 믿어줄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그냥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듣고, 좋은 것만 먹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낯설어 하지 않고 자신을 낮추며 

상대방을 높일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아무리 좋아하는 사이라고 해도 상대방이 그렇게 큰 믿음을 아직 주지 못한 상태에서

마음 속에 있던 말들을 할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충분히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지 않고 

배려할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굳이 챙기지 않아도 될,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주변 사람을 위해

커피 한 잔 사주자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냉장고에서 갓 꺼내 먹는 물을 좋아하지 않는 상대방을 위해

물 한 통 더 사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주말을 포함해 일주일이 지나도록 야근+야근을 해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상태에서

자정 24시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컴컴한 밤에 운전을 할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굳이 포장을 안해도 되는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만원을 주며 선물포장을 

아낌없이 할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쇼핑할 때 굉장히 깐깐하고 까탈스러운 상대방과 함께 

몇 시간 동안 백화점을 뱅뱅 돌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3일 내내 과음을 하고 집에서 편하게 발뻗고 자지 못해 굉장히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빙 돌아서 가는 지하철에 올라탈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괜한 투정아닌 투정부리는 상대방의 투정을 

웃으며 받아줄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전반적인 생활에서 필요한 무언가를 구매할 때

항상 상대방을 고려할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한 시간은 더 자도 되는 이른 새벽에 

함께 나올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상대방 옆에서

언제나 우직하고 듬직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었을까.


내가 그였다면,

상대방을 정말 아껴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지난 시간들을 저벅저벅 밟아올 수 있었을까.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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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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