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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56.발자국

puresmile 2015. 1. 29. 22:40

*발자국


1.

내가 사진 어플리케이션은 많아도 영상 어플리케이션은 잘 안쓰는 편인데, 지금까지 딱 영상 어플리케이션 중에 두 개를 나름 열심히 써봤다.

몇 번 찍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업로드를 했었고, 덕분에 꽤 많은 영상들이 쌓였었다.

그 중에 하나는 지금 내 아이폰에서 삭제된 상태고, 하나는 계속 남아있다.

삭제된 어플리케이션의 내 첫 동영상이 생각난다.

그땐 몇 년 전 겨울이였고, 엄청 추웠고, 간밤에 눈이 많이 내려 많이 쌓인 상태였다.

나는 그 당시 아마 홍대를 가려고 길을 나섰고, 집과 전철역 중간쯤에 있는 골목을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며칠 전 받은 어플리케이션이 생각났다.

그 당시 아직은 베타버전이였지만, 그 어플리케이션을 만든 사람들을 나름 좋아했기에, 테스트 많이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실행.

그렇게 내가 찍은 첫 영상은 눈이 잔뜩 쌓여 아무도 밟지 않은 길을 내가 신은 털부츠로 뽀득뽀드득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내용이였다.

필터는 아마 옛날 오래된 영상처럼 노이즈가 섞인 필터였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 어플리케이션은 내 아이폰에서 삭제되었다.

더불어 그 어플리케이션을 만든 사람들과의 가는 실과 같은 인연도 사라지는 듯 했다.

그리고 수십 개월 뒤.

또 다시 나는 새로운 영상 어플리케이션을 아이폰에 설치했다. 비슷한 다른 영상 찍는 걸 만들었는데, 한번 테스트 해달라는 부탁에서였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군말없이 바로 앱스토어에 접속해 어플리케이션을 받고, 열심히 사용했다. 그 역시 베타 버전이였을때였다.

첫번째 영상 어플리케이션보다 더 많이, 더 자주 찍었다. 버그체크와 피드백도 왕창왕창 보냈다.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던.

그렇지만 시간은 모든 것을 해결해주고, 알게해준다고 했던가.

그 모든 애정이 모두 헛이라고 하긴 내가 너무나 아쉽고 아쉽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나 혼자만의 짝사랑이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되뇌어 생각해보고 뒤돌아봐도 계기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나의 진심을 많이 표현하려고 했었고, 말을 많이 안해도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했었다.

지나온 시간들과 대화들과 발송했던 카드들이 애정어린 관심과 애정을 대변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그건 나 혼자만의 착각이였던 것 같다.

눈 위에 열심히 신나게, 혹시 앵글이나 촛점이 빗나가지는 않았을까 노심초사하며 찍었던 내 발자국 영상은 이제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 



2.

자꾸 차 윗부분에 고양이들이 발자국을 낸다며 투덜대는 사람이 있다.

그 모습이 꽤 귀엽다.

예전에는 고양이들이 밤새 파티를 했는지, 발자국이 오밀조밀 투닥투닥 나 있는 모습을 내게 사진을 찍어 보내줬다.

그러면서도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했다.

만약에 그럴 확률은 적지만, 그 사람이 고양이를 키운다면 같이 있는 모습이 정말 꽤 귀여울 것 같다.

나는 그 모습을 자꾸 보고 싶겠지.

그렇지만 고양이든 강아지든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자체는 대단한 일이므로, 조금 더 심사숙고하라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결국 돌아오는 대답도,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고양이를 키울까'다.



3.

내가 좋아하는 감성과 감정들. 애정어린 관심과 따뜻함.

그 모든 것이 그리운 요즘이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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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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