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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67.할아버지

puresmile 2015. 4. 18. 22:40

*할아버지


1.

할아버지 장례식장이 내 생애 첫 장례식장이다.

하얀 국화에 폭 쌓인 할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보니, 사람의 죽음이라는 것이 피부로 와닿았다.

숨이 막히는 것 같았고, 처음 느끼는 기분이라 마음속으로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큰손녀라고 상복을 입고 조문하러 오는 친척들을 맞이했고, 

불행 중 다행히도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라 모두들 침착했다.

늦은 밤이 되자 손님들의 발길은 뜸해졌고, 엄마도 이제 좀 쉬자고 했다.

하루종일 밥을 먹지는 않았다. 그냥, 입맛이 없었다.

땅콩 몇 알정도만 먹은게 전부다.

할머니와 엄마는 할아버지가 주시는 음식이니 먹으라고 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냥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 후에도 장례식장에서 밥을 먹지 않는다.

그 죽음과 애도의 분위기에서 나는 아직까지도 적응하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삼육두유 파우치형태를 좋아하셨다.

그래서 항상 할아버지네 갈때면 삼육두유 한 박스씩 들고 갔다.

나도 그때부터 두유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병원에서 뵈었던 할아버지는 평소에도 마르셨지만 더더욱 마르셨다.

거의 뼈와 그 위를 에워싼 가죽만 남아있는 인간의 모습이였다.

그때가 대학교에 합격한 직후였는데, 

그 마른 팔로 내 손바닥을 힘겹게 붙잡으시곤, 

앙상한 손가락으로 내 손바닥에 'ㅊㅜㄱ'이라고 쓰셨다.

목에 이어진 호스때문에 말을 못하셨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마음을 전하고 싶으셨던 것이다.


우리집 거실장 유리 아래에는 할아버지 사진이 끼워져 있다.

항상 거실장 서랍에서 손톱깎기를 꺼낼때마다 할아버지를 본다.

엄마도 시아버지를 존경했기에 항상 간직하고, 생각하려고 하신다.

그래서 가끔 엄마는 할아버지 이야기를 한다.

'난 시아버지지만 너네 할아버지 존경하고, 좋아했어' 라고.


2.

어떤 할아버지가 엄청나게 귀여운, 마치 이름이 아롱이라 불릴 것만 같은 요크셔테리어와 함께

길을 걷는게 보였다.

그 모습이 엄청나게 귀여워서 뚫어지게 쳐다봤다.

왜 난 이렇게 안어울릴 것만 같은 조화가 귀엽지.

그 모습이 무지하게 귀여웠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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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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