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커피향과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주로 카페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카페 테이블 위엔 쬐끔 오래된 맥북, 이면지 한뭉치, 잉크펜,(예전에는 잉크펜보다 볼펜을 선호했는데, 언제부턴가 그냥 이면지에 자유롭게 쓰기엔 잉크펜이 훨씬 가볍고 부드럽고 편하다. 볼펜은 깨알같이 필기할 때, 시험 등 내가 공부한 내용을 정리할 때 등 또박또박 글씨를 꾹꾹 눌러쓸 때만 사용한다), 그리고 진동벨. 드륵 드르륵. 진동벨이 울린다. 주문한 아이스 커피가 나왔다. 신선한 원두인가보다. 얼음들 위로 크레마가 아직 남아있다. 빨대를 물고 커피를 한 입 쭉- 들이킨다. 유리컵 중간에 크레마 자국이 남는다. 대기 중에 둥둥 떠다니는 수증기를 포함한 공기가 얼음과 커피가 가득 든 차가운 유리잔 주변에 다가온다. 찬 기운에 놀..
*집 1. 2009년,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서 집에서 나와 살던 집은 춘천에 있었다. 운 좋게도 아파트였고, 기억엔 30여평 정도 되었으며, 같은 회사에 다니던 좋은 언니(라고 하기엔 그렇게 터울없이 지냈던건 아니였다)분과 살게 되었다. 처음에 딱 도착했을때, 거실과 내 방 마찬가지로 가구가 전혀 없어서 정말 텅 빈 집이여서 더욱 넓어보였다. 현관 문 바로 옆에 있던 방이 내 방이였는데, 방 안에 짐이라곤 옷이 잔뜩 든 캐리어와 간단한 이불, 그리고 그때 쓰던 넷북이 다였다. 가구가 없어 청소하기는 정말정말 편했다. 그냥 청소기로 한번 밀고, 걸레로 쓱쓱 아무 생각없이 닦으면 되는 집이였다. 내가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오래 살진 않았지만, 나름 밥도 해먹고, 반찬도 해먹고, 조금씩 사람냄새가 났던 ..
새벽에 눈을 떴다. 다시 자려고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아 그냥 일어나버렸다.새벽공기가 맑다못해 상큼했찌만, 많이 차가워졌다.메일확인을 하는데, 소중한 친구에게 반가운 메일이 와 있어서 정독을 했다.갑자기 디어클라우드의 '넌 아름답기만 한 기억으로'라는 곡이 생각나서 노래를 재생했다.배가 고파서 밥먹기 전에 먼저 세탁기 위에 놓인 바나나에 손을 뻗었다. 이문재의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을 곁에 두고 자주 보고있다. 이렇게 와닿는 시들은 처음이다.이문재 시인의 다른 시집도 많던데, 슬금슬금 눈을 돌려보아야겠다.며칠 전에 영화 '나의사랑 나의신부'를 봤는데, 극중 인물 중에 판목원이라는 시인이 있는데,계속해서 시집을 옆에 끼고 다녔다. 그리고 시집을 지갑삼아 그 시집 사이에 돈도 2~3만원 끼워두며,그렇게 ..
*달력 1. 나는 작은 달력을 선호한다. 그래서 내 방엔 큰 달력이 벽에 걸려있지 않다. (아마도 큰 달력을 걸었을 해엔 그 달력안에 인쇄된 프린팅이 굉장히 멋졌기 때문일것이다) 어릴 적에 할머니네가면 얇은 종이에 엄청 큰 폰트사이즈로 하루하루가 적혀 있던 달력이 걸려있었다. 하루에 한장씩 뜯어서 사용하던. 그 달력이 나에겐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나는 '시간'이라는 것이 주는 위압감을 싫어한다. 물론 '시간'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순 없다. 우리 모두 같은 '시간' 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그래도 최대한 '시간'에 대해 부담을 갖지 않으려고, '시간'에 대한 위압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스스로 노력한다. 그냥 '시간'이라는 것은 모두가 그나마 지니고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지 않을까. 할머니네 거실에 ..
*안개 1.우리는 지금 인생이라는 안개 속을 서서히 나아간다. 때로는 마치 술을 왕창 마신 후 집에 가는 귀가길처럼 비틀거리며 헤매기도 하고, 델마와 루이스가 달리던 도로처럼 탄탄대로를 달리기도 하며, 잔뜩 낀 안개로 인해 앞에 장애물을 채 피하지 못하고 충돌해 상처를 입기도 하고, 이제는 앞에 장애물이 없을 것이라고 방심하다가 안개 속을 뚫고 달려오는 사슴과 부딪쳐 주저앉기도 하며, 예전 사슴과 부딪쳤던 기억때문에 마음을 졸이며 평소보다도 소심하게 보폭을 줄여 조금씩 조금씩 걸어가기도 한다. 세상에 있는 어느 누구도 안개가 걷힌 세상을 볼 수 없다. 물론 안개가 이제 모두 사라졌다고, 나는 세상을 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 안개 속에서 헤어날 수 없다. 아마 절벽에 떨어져 죽는 날까..
*감기 1. 감기에 좋은 음식 ㅡ 생강차, 모과차, 도라지, 유자차, 귤, 매실차, 파인애플, 생강, 무탕, 부추죽, 파죽, 파스프, 구운 매실, 칡차, 버섯, 보리차, 보리밥, 파꿀탕, 배, 마늘, 무, 배추, 양파, 콩나물, 연근, 은행, 호박 등등.. 감기에 좋은 음식은 많고도 많다. 감기에 걸렸을 때 이런 음식들 중에 하나만 먹어도 괜찮다. 아니 아예 먹지 않아도 좋다. 가장 절대적이며 필수적인건 충분한 휴식과 따뜻한 이불 속이 아닐까. 여기에 감기에 걸려있어 노랗게 뜬 얼굴을 보며 같이 키득키득 웃어줄 누군가가 있으면 더욱더 좋을 것이다. 2. 이기찬 노래 중에 '감기'라는 곡이 있다. 아마 지금은 사람들에게 많이 잊혀졌을 법한 노래. 이기찬의 목소리는 약간 상남자다우면서 츤데레한 구석이 있다...
*짐 1 "어, 형식아 나야. 뭐하냐? 아직도 가게하냐? 오- 그래도 오래하네. 잘 되나보네 바쁜게 좋지. 야 안그래도 나도 수원역에 가게 얻었다. 응 안양보다는 수원이 유동인구가 이십만명이래. 어, 안양보다는 괜찮은거 같아서 20평짜리 2억 2천만원에 계약했어. 회사? 회사는 사직서내야지. 아, 근데 돈이 조금 모자르다. 집에서 해줄 수 있는건 1억정돈데, 나머지를 구해야되. 너 돈 좀 남는거 있냐? 아, 그렇지, 먹고살기 힘들지. 은행에서 대출도 알아보고 해야지. 응, 응. 그래. 언제 가게 한번갈게. 맥주나 마시자. 아, 부모님도 잘 계시지. 뭐 잘 하라고 하셔. 그래그래. 응 다음에 또 연락할게"-어느 초가을 밤, 22시경에 전철에서 들렸던 통화 중. 2. 보고싶었던 친구 A와 함께 시원한 맥주 ..
읽고 싶은 책이 생겼다는 건,내 삶에서 정말 기쁜일이 아닐 수 없다.
*기차 1.오후 8시 52분 기차를 타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집에서 기차역까지는 2~30분정도지만, 여유있게 기차타기 한시간 전에 집에서 나왔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뚜벅뚜벅 걷고 있다가 '앗!'하고 외마디소리를 질렀다.무언가 돌뿌리에 구두가 걸리며 잠시 중심을 잃어 넘어질뻔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넘어지진 않았다.하지만 구두가 고장나버렸다. 구두 밑 가보시에 제대로 걸리면서 거의 가보시의 반 정도가 떨어져 나가있었다.하...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구두를 바꿔신고 나오기에는 약간 시간이 애매하고.이대로 계속 가기에는 이쯤에서 더 구두가 망가지면 맨발로 다녀야 하는 정말 안좋은 결과가 나올수 있기 때문에 순간 엄청 고민했다.결론은 조금만 더 꾹 참고 걷기로 했다. 기차만 타면 된다는 생각에.밑창이 덜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