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대단하고 거창한 무언가보다 만나자마자 맛있다고 건네주는 고구마 네 알이 난 그렇게 좋더라. 고구마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어서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나누어 먹고 싶어 하는 그 소소하고 귀여운 마음이 그 날의 햇살만큼 따뜻해서 미소가 끊이지 않았지. 계속 시간이 흐르고 정신없이 주변 환경이 바뀌고 있어도 너를 너답게 유지해 주는 그 따뜻함이 난 정말 좋아.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글들도 만나보세요. 🔸도란도란 프로젝트 Tumblr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브런치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페이스북페이지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트위..
*새로운 것을 할 때의 마음가짐 새 회사에 처음 출근을 했다. 예전엔 전혀 하지 않았던 일이라 무지에서 오는 긴장감이 싫지 않았고, 새로운 분야를 또 알아가고 배워간다는 느낌이 꽤 즐거웠다. 출근길엔 대학생 때 인턴이랍시고 회사에 (거의 놀러)다녔던 때가 생각났고, 대학 졸업 후 바로 입사해서 추운 새벽 출근길을 헤치고 다녔던 회사가 생각났다. 잠시나마 잡다한 소회를 마치고 새로 받은 데스크 세팅을 마치고, 의자 높이를 내 몸에 맞게 조절하고, 조금씩 조금씩 새 업무, 새 조직, 새 자리에 대해 익숙해지려하고 있다. 바라건대 지금 내 눈빛도 그날처럼 반짝이고 있길. -Hee ·········································································..
*광기 섬에서 몇 개 없는 와인샵을 찾아갔다. 꽤나 와인의 종류도 많았고, 사케, 위스키 등 다른 술들도 많아서 고르는 데 한 시간은 걸린 듯했다. 맹신하다시피 하는 비비노 앱을 켜고 열심히 마음에 드는 와인 라벨을 찍었다. (비비노 평점 외 와인을 고르는 나의 기준은 14도) 그 와인샵 안쪽으로 들어가면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아서 앱이 굉장히 결과를 느리게 보여주는 바람에 시간이 더 오래 걸렸고, 와인샵 주인은 유일한 손님인 우리를 계속 주시하며 언제 뭘 사가나 기다리는 눈치였다. 섬의 샵들은 술집을 빼곤 9시면 거의 문을 닫기 때문에 더 이상 와인샵에 들어오는 손님도 없었다. 그래도 이왕 사는 거 괜찮고 맛있는 와인을 사기 위해 주인의 눈빛을 외면하며 열심히 와인을 골랐다. 드디어 고른 와인은 생..
*추억의 과자 벌써 5년도 넘었지. 새벽에 출근하기 전 짬을 내어 영어학원에 다녔었다. 7~8명 되는 소수의 인원이 모두 모여 되도 않는 영어를 열심히 해가며 배운 뒤 수업이 끝나고 회사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같은 반인 분이 어쩌다 보니 옆에 있어서 아는 체하며 같이 걸어가게 되었다. 방향만 동향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같은 건물이었고, 또 알고 보니 같은 층이어서 또 한 번 소스라치게 놀라며 신기해했다. 그 이후로 그 친구랑 늘 영어학원에서 만나 같이 출근을 했고, 죽이 잘 맞아 퇴근 후에는 같이 요가 클래스도 다녔고, 영어 스터디도 했고, 해외 여행도 함께 다녀오고, 심지어 주말에도 만나서 한강에도 갔다. 이렇게 워낙 친하다 보니 서로의 회사에 다 소문이 나서 다른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
*속앓이 1. 몸을 일으킨다. 2. 자리에서 일어선다. 3. 양치와 세수를 한다. (생략 가능) 4. 옷장 또는 행거 앞에 선다. 5. 입고 있는 옷을 훌러덩 벗는다. 6. 가벼운 옷을 입는다. 7. 머리를 질끈 묶는다. 또는 모자를 쓴다. (생략 가능) 7-1. (앞머리가 있는 경우) 앞머리가 내려오지 않게 핀을 꽂는다. 8. 양말을 신는다. 9. 운동화를 신는다. 10. 집 밖을 나선다. 11. 뛰거나 땀이 날 정도로 걷는다. 12. 집으로 돌아와서 따뜻한 물과 좋아하는 향이 나는 샴푸와 바디워시를 곁들여 샤워를 한다. 13. 수건으로 뽀송하게 만든 얼굴에 시원한 마스크팩을 붙인다. 14. 20분 뒤 마스크팩을 뗀다. 15. 가장 안락함을 느끼는 침대 혹은 쇼파에서 좋아하는 음악 혹은 영상을 보다..
*내가 문제를 해결하는 법 문제가 생기면 바로 답을 내렸다. 거의 98%이상? 아니다. 99.9%이상 바로 답을 내릴 수 있었다. 답을 내릴 땐 거의 본능을 사용했고, 본능으로 답을 내릴 수 없을 땐 내 상황과 그 외 조건들을 따진 다음 답을 정했다. 그냥 내가 정한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면서. 근데 내가 지금껏 문제를 해결해온 방식이 통하지 않는 문제가 야금야금 내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한 번은 그저 무시하고,(그 상황이 영원하지 않으므로) 외면해 봤고, 또 한 번은 골똘하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나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려봤지만, '아, 이랬으면 좋겠는데. 저랬으면 좋겠는데.'라는 당장 현실화되지 못하는 조건들을 가정하는 데 이르렀다가 '이게 뭐지'싶어서 다시 덮어버린다. 현명한 답이 보이지 ..
*수다 예전에 어떤 블로그 포스팅에서 연인 중 한 명이(부부였을 수도 있겠다) '난 너(그 상대방)랑 수다 떠는 게 제일 재밌다'라고 쓴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이 되게 내게 임팩트가 컸다. '아, 저런 느낌이 천생연분이라고 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면서 그 당시 내가 만나고 있던 사람을 떠올렸는데 딱히 저렇지 않아서 절레절레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그 사람이랑은 오래 가지 못했지) 근데 지금 내 옆에 있는 아주 귀여운 사람이 내게 저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일단 내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있는 말을 그대로 한다는 것에 대해 놀랐고, 그게 어디서 배워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냥 마음속 깊은 곳 어디에서 우러나와 하는 이야기라는 것이 느껴지니까 아주 행복해 죽겠다. 물론 둘 중 한 사람이 잘 모르는..
*대나무숲 내가 모든 것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내 안의 작디작은 먼지 같은 생각들 한 톨까지도, 지나가는 더 가벼운 실낱같은 마음들까지도 다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겐 오히려 듣는 고통이지 않을까 싶은데. 되려 숲의 메아리로 인해 가늘지만 뾰족한 후회가 밀려올까 봐 입을 다무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되는 때가 조금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또는 가입되어 있는 여러 소셜미디어나 블로그에 그저 흩뜨려 놓는 것이 전부일뿐. 근데 그것보다 더 저변에 깔려있는 것들은 어디에 내뱉어야 하지.. 그냥 삼키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겠지. -Hee ··············································································..
*물티슈 어른들 같았으면 행주를 썼을 경우의 90%정도를 물티슈로 메꾼다. 누군가는 그런 시대가 왔다고 하며 웃어넘기지만 누군가는 환경문제를 꺼내며 물티슈 사용은 지양하라고 한다. 물론 부엌에 행주가 있긴 하지만 행주를 빨아서 쓰는 행위보다 행주를 힘들게 짜는 행위가 싫어서 물티슈에 먼저 손이 간다. 행주를 힘들게 짜는 행위가 싫은 이유는 행주가 두껍기 때문이기에 행주를 반으로 잘라서 쓰고 있지만 그래도 손이 잘 안 가는 건 마찬가지. 그래서 며칠 전엔 저렴한 가격에 물티슈를 두 박스 씩이나 쟁여뒀다. 이렇게 해도 괜찮은 걸까. 미시적으론 당장 편해서 좋지만 거시적으론 말해 뭐해. 굉장히 별로지. -Hee ·······················································..
*다이어리 요즘 다이어리를 쓰는 행위에 조금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예전엔 다이어리에 이것저것 단상들을 써 내려갔다면 요즘은 그냥 블로그나 아이폰 메모장에 쓰고 있는 나를 종종 발견한다. 그래도 난 쓰는 행위가 좋긴 해서 다이어리를 펼치고 펜을 들곤 하지만 그 횟수가 현저히 줄어든 건 사실이다. 가끔은 스티커를 붙이고 싶어서 다이어리를 쓰기도 하고, 다이어리에 텅 비어있는 빈 공간들을 채우고 싶어서 쓰기도 하는데. 음. 생각해 보면 차곡차곡 매년 모아둔 다이어리들을 다시 열어보지 않아서, 뒤돌아보지 않아서, 이게 쓰는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나조차도 다시 보지 않을 기록들을 계속 생산하는 게 맞나. 10년 뒤, 20년 뒤엔 내가 읽어보려나. 확신이 없다. 영어 공부를 하다가 다시 보고 싶고, 기억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