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네가 느끼고 있는 살아감의 무게와, 내가 느끼고 있는 살아감의 무게가 얼마나 다른지 사실 가늠하긴 어렵다. 우리는 애초부터 사고방식이 달랐고, 네가 어떤 생각을 말하면 어떻게 저런 식으로 생각할 수가 있지, 라고 새삼 깨달으며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까. 다투었을 때도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더 슬픈 것 같고, 내가 더 아픈 것 같은데, 너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어떤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할 때도 내가 그 사람을 보는 것과 우리는 완벽하게 같은 시각이 되진 못했다. 웃음의 포인트도 종종 많이 다르고, 밥을 먹는 습관이라던지, 하나의 행위에 대한 생각들이라던지, 그런 것이 많이 달라서 나는 너를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느끼는 살아감에 대한 무게는 아직 대부분..
*손수건 1. 분홍색 배경에 장미가 가득가득 담겨져있는 손수건을 들고 다닌지 약 10일정도. 원래는 코스터용으로 샀다. 회사에서 자리를 변경하여 책상도 다른 종류로 바뀌었는데, 유리가 깔린 책상이였다. 그냥 유리가 없었던 책상일 때는 잘 몰랐었는데, 유리책상을 쓴 후 커피를 사서 책상에 두면 온도차로 이슬이 맺혀 책상 유리에 물이 흥건해져서 다른 종이를 두거나 할 때 물이 많이 묻었다. 그래서 코스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코스터를 검색해봤는데, 딱히 마땅하게 마음에 쏙 들게 예쁜 것도 없고, 가격은 싸지만 배송비는 비싸고(코스터를 사는건지, 배송비를 내고 코스터를 받는 것인지), 비싼 것은 사기 싫고, 그래서 고민하다가 문득 손수건이 딱 떠올랐다! 그렇지, 내가 손수건이 없었지. 안그래도 작년 겨울에 큰 ..
*플레이리스트 1. 다른 스트리밍서비스에도 이런 기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쓰고 있는 스트리밍서비스에는, 작년 이 맘때쯤 들었던 노래들을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 가끔씩 작년 플레이리스트를 보고 있으면, 작년의 내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여름 밤에 창문을 열어두고, 조그만 책상을 펴놓고 한국어교원자격증 공부하던 내가 생각나고, 퇴근하고 집으로 어느때보다 힘차게 걸어오면서 듣던 내가 생각나고, 심지어 제작년에 베트남으로 여행가기 전 자주 듣던 노래를 떠올리며 다시 들었던 내가 생각나고, 좋아하는 카페를 가려고 전철에서 이어폰을 끼고 당산철교 건널 때 한강을 바라보던 내가 생각나고, 가끔 평택 원래 집이 그리운건지, 대학교가 그리운건지,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하면서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들으며 그 때가 그리..
*신뢰 1. 어느새 출근하기 전 영어학원을 다닌지도 9개월 째에 접어들고 있다. 물론 첫 날보다는 아주 조금 늘긴 했다. 중간에 아주 추운 12월은 거의 쉬었던 것 빼고 꾸준하게 매일 아침에 영어학원에 출석하고 있다. 지금까지 영어학원 선생님이 4번 바뀌었다. 그 중 처음 두 번은 초급반 선생님이였기에 레벨업하면서 자연스럽게 바뀌었고, 세 번째 선생님은 원장이랑 사이가 좋지 않아서 스스로 그만둬버렸다. 네 번째 선생님에게 영어를 배우고 있는데, 왜인지 모르게 나를 많이 예뻐한다. 은근 반 년정도를 매일 아침 얼굴을 보다보니, 정도 들었고, 아주 미미하지만 그나마 내가 조금씩 느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나보다. 하루는 머리를 묶고갔더니 머리를 묶었다며 좋아하고, 또 하루는 똥머리를 하고 갔더니 또 머리를 바꿨..
*순대 1. 어릴 적에 하루는 외출하고 집에 들어오시는 엄마 손에 순대 한 봉지가 들려 있었다. 먹고 싶어서 사오셨다면서, 같이 먹자는 엄마의 한 마디와 함께. 초등학생 꼬맹이였던 나는 왜 떡볶이를 사오지 않았냐며, 순대만 사오면 맛이 없지 않냐며 투덜댔다. 그 당시 나는 순대보다 떡볶이를 훨씬 맛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는 어른이니까 떡볶이보다 맛없는 순대를 더 좋아하는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분명 내게 순대는 떡볶이를 일단 시키고, 뭔가 심심하니 서브로 시키는 음식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종종 떡볶이가 아닌 순대만 떠올랐다. 떡볶이보다 순대 특유의 고소한 맛을 느끼며 맛소금에 찍어먹고 싶어졌다. 순대를 도대체 어디서 팔았더라. 집에 가는 길에 동네에 뭐가 있었는지 떠올려보았다. 아, 집 가까운 곳..
*YES 1. 수 년 전, 벌써 그렇게 됐나. 멋쩍은 웃음으로 누런 서류봉투를 주던 이가 있었다. 서류봉투 안에는 일정 기간동안 꾸준하게 쓴 일기 또는 러브레터라고 할 수 있는 글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하지만 내가 YES 또는 NO라고 말할 질문은 어디에도 쓰여있지 않았다. 혹여나 NO라는 대답이 돌아올까봐 그 질문은 일부러 넣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그저 그 동안의 마음만을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언젠가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도 네가 하는 일을 하고 싶어' 나는 그나마 나의 짧고 얄팍했던 지식을을 공유하며, 해보라고 독려했었다. 수 년이 지난 지금, 그는 그 당시 내가 했던 일들을 정말 본업으로 하고 있고, 나는 그 일을 하고 있지 않다. 아이러니하다. 우리의 관계가 그 당시 YE..
*강아지 1. 나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하지만 강아지를 어떻게 좋아해야 할지 잘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고, 강아지와 1시간 이상을 지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강아지를 좋아한다고 하면 모두들 강아지를 키워봤냐고 묻는다. 강아지를 꼭 키워봐야 강아지를 좋아할 수 있는 건가. 내가 강아지를 좋아하는 마음은 진실로 좋아하는 마음이 아닌것인가. 너는 나를 좋아한다. 하지만 너는 나를 어떻게 좋아해야 할지 잘 모른다. 나는 너를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너를 어떻게 좋아해야 할지 잘 모른다. 너는 나를 좋아해서 소신껏 좋아함을 표출하고, 나는 너를 좋아해서 소신껏 좋아함을 표출한다. 하지만 너의 좋아함의 방식을 나는 100% 이해할 수 없다. 너도 나의 좋아함의 방식..
*중심 1. 이젠 클릿페달을 사용하고도 자전거에 성큼 올라간다. 그 자전거에 중심을 잡고 내 몸을 앉히는 일이 은근 짜릿하다. 마치 스노우보드에서 중심을 잡고 처음 S자를 그려 내려갔던 때와 느낌이 비슷하다. 나름 요령이 생겨서 사람 많을 떄는 클릿도 한 쪽만 끼우고 다니는 여유도 조금은 부리고, 정차하기 몇미터 전부터 왼쪽 발 클릿을 딸깍 빼는 여유도 부린다. 사실 작년에 크게 낙차한 이후로 다운힐이 아직 많이 두렵고, 커브도 적응이 덜 되었지만, 조금씩 내 자신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2. 내 자신이 한결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상황들이 바뀌고, 옆에 있는 사람이 바뀌고, 무언가의 책임이 늘어날 수록 뭔가를 참아야 하고, 견뎌야 하고, 변해가는 게 싫었다. 환경에 휘..
*합의점 1. '상대방이 싫다는데 그럼 나도 쟨 저렇구나, 나랑 틀리구나, 생각하고 말지. 지금까지 난 이런식으로 살아왔어' '그렇다고 나한테까지 그러면 어떡해? 그냥 한 번 보고 말 사이야? 우리가? 그냥 아, 애는 나랑 생각이 다르구나. 하고 등 돌리면 되는거야?' '아니, 그건 아니지' '그럼 왜 그런식으로 말하는데?' '하..' 전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것만 같았다. 이해받고 싶었고, 이해받길 원했다. 아마 이런 생각은 서로가 동일했겠지. 감정은 한껏 고조되고, 목소리는 격앙되었다. 한 명은 무표정을 지었고, 다른 한 명은 인상을 썼다. 이렇게 끝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합의점을 찾았다. 사실 '이것이 합의점이야'라고 드러내어 말한 적은 없었다. 그저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
*양화대교 1. 작년에 망해암에서 낙차하기 직전 라이딩때, 그때 아마 10월 초? 이제 가을이 막 찾아왔을 무렵, 야간 라이딩을 했었다. 가까운 곳을 돌고 와야지, 라는 마음으로 행주대교를 지나 처음으로 그쪽 북단을 가봤다. 그런데 가을 밤은 정말 추웠다. 그때 행주산성 북단은 처음이라서 되게 길이 좋고, 커브가 있어 지루하지 않고 양 옆이 갈대밭이라는 곳을 지나갔지만, 조금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고, (한 11시쯤 되었으려나) 옆에 갈대가 있는지, 없는지 볼 정신도 없이 너무너무 춥고 발이 시려워서 페달밟기에 바빴다. 올해 다시 그 곳을 낮에 다시 라이딩을 가봤는데 정말 양 옆 갈대밭이 예쁘고, 길도 좋고, 커브길도 적당한 길이여서 내가 좋아하는 곳 중 하나가 되어버렸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