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1. 나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하지만 강아지를 어떻게 좋아해야 할지 잘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고, 강아지와 1시간 이상을 지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강아지를 좋아한다고 하면 모두들 강아지를 키워봤냐고 묻는다. 강아지를 꼭 키워봐야 강아지를 좋아할 수 있는 건가. 내가 강아지를 좋아하는 마음은 진실로 좋아하는 마음이 아닌것인가. 너는 나를 좋아한다. 하지만 너는 나를 어떻게 좋아해야 할지 잘 모른다. 나는 너를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너를 어떻게 좋아해야 할지 잘 모른다. 너는 나를 좋아해서 소신껏 좋아함을 표출하고, 나는 너를 좋아해서 소신껏 좋아함을 표출한다. 하지만 너의 좋아함의 방식을 나는 100% 이해할 수 없다. 너도 나의 좋아함의 방식..
*중심 1. 이젠 클릿페달을 사용하고도 자전거에 성큼 올라간다. 그 자전거에 중심을 잡고 내 몸을 앉히는 일이 은근 짜릿하다. 마치 스노우보드에서 중심을 잡고 처음 S자를 그려 내려갔던 때와 느낌이 비슷하다. 나름 요령이 생겨서 사람 많을 떄는 클릿도 한 쪽만 끼우고 다니는 여유도 조금은 부리고, 정차하기 몇미터 전부터 왼쪽 발 클릿을 딸깍 빼는 여유도 부린다. 사실 작년에 크게 낙차한 이후로 다운힐이 아직 많이 두렵고, 커브도 적응이 덜 되었지만, 조금씩 내 자신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2. 내 자신이 한결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상황들이 바뀌고, 옆에 있는 사람이 바뀌고, 무언가의 책임이 늘어날 수록 뭔가를 참아야 하고, 견뎌야 하고, 변해가는 게 싫었다. 환경에 휘..
*합의점 1. '상대방이 싫다는데 그럼 나도 쟨 저렇구나, 나랑 틀리구나, 생각하고 말지. 지금까지 난 이런식으로 살아왔어' '그렇다고 나한테까지 그러면 어떡해? 그냥 한 번 보고 말 사이야? 우리가? 그냥 아, 애는 나랑 생각이 다르구나. 하고 등 돌리면 되는거야?' '아니, 그건 아니지' '그럼 왜 그런식으로 말하는데?' '하..' 전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것만 같았다. 이해받고 싶었고, 이해받길 원했다. 아마 이런 생각은 서로가 동일했겠지. 감정은 한껏 고조되고, 목소리는 격앙되었다. 한 명은 무표정을 지었고, 다른 한 명은 인상을 썼다. 이렇게 끝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합의점을 찾았다. 사실 '이것이 합의점이야'라고 드러내어 말한 적은 없었다. 그저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
*양화대교 1. 작년에 망해암에서 낙차하기 직전 라이딩때, 그때 아마 10월 초? 이제 가을이 막 찾아왔을 무렵, 야간 라이딩을 했었다. 가까운 곳을 돌고 와야지, 라는 마음으로 행주대교를 지나 처음으로 그쪽 북단을 가봤다. 그런데 가을 밤은 정말 추웠다. 그때 행주산성 북단은 처음이라서 되게 길이 좋고, 커브가 있어 지루하지 않고 양 옆이 갈대밭이라는 곳을 지나갔지만, 조금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고, (한 11시쯤 되었으려나) 옆에 갈대가 있는지, 없는지 볼 정신도 없이 너무너무 춥고 발이 시려워서 페달밟기에 바빴다. 올해 다시 그 곳을 낮에 다시 라이딩을 가봤는데 정말 양 옆 갈대밭이 예쁘고, 길도 좋고, 커브길도 적당한 길이여서 내가 좋아하는 곳 중 하나가 되어버렸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
*사고 내 기억에 남는 사고 1. 내가 초등학생 때였다. 아마 3학년? 4학년? 엄마랑 동생이랑 퇴근을 늦게하시는 아빠를 기다리며 밤에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한.. 11시쯤이였나? 집 전화가 크게 울렸다.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짧게 전화를 받으신 뒤 부랴부랴 옷을 입고 밖을 나갔다. '아빠 퇴근하다가 교통사고 났대. 가봐야겠어' 라는 말만 남기시고. 엄마가 떠난 거실은 괜히 휑했다. 나랑 동생은 괜히 무서워서 안방으로 가서 이불을 펴고 안방 TV를 큰 소리로 켰다. TV를 보면서도 어떤 프로그램이 하는지, 무슨 내용으로 저렇게 떠들고 있는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이런저런 걱정과 생각과 두려움에 사로잡혀있었다. 아빠가 퇴근하다가 난 것이라면 차를 타고 오다가 나셨을텐데. 혹시나 많이 다치신건..
*오늘 1. 삶이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느낌을 받는 오늘이였다. 아무 불안함도, 조바심도 나지 않았던 완벽한 오늘. 비록 손 끝은 벗겨지고, 아무리 핸드크림을 발라도 갈라져갔지만, 그래도 행복의 희생양이 손 끝 정도라면 얼마든지 내어줄 수 있을 정도의 행복이 스며든 오늘. 모든 것들이 이대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드는 오늘. 모든 마음이 그대로였으면 정말 좋겠다고 바랐던 오늘.2. 한 때 '오늘'이란 노래를 듣지 못한 적이 있었다. 습관이 무서운 법이라고, 지금도 별로 듣고 싶진 않다. 3. 너의 오늘도, 나의 오늘과 같은 마음이였길. -Hee ---------------------------------------------------------------------------------------도란도란..
*불행 1.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사실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아니, 입을 통해 말로 불행이 새어나가는 순간 나는 정말 불행해지는 사람이 되어버릴 것만 같아서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불행은 순간적으로 느끼는 감정이고, 얼마든지 불행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고 믿었다. 그 순간 불행하다고 해서, 내가 평생 불행해지지는 않을거라는 믿음으로 불행을 버텼다. 우습게도 밤낮으로 날 감싸며 괴롭히던 불행은 하루아침에 말끔하게 사라졌고, (물론 상황은 그대로더라도 마음은 가벼웠다) 계속 머리싸매고 고민만 하다가 뭐든 한 걸음이라도 떼어보니 생각보다 불행하지 않았다. 역시나 인간은 간사하고, 마음가짐에 따라 기분도, 생각도 달라진다. 2. 불행은 상대적일 수 없지만, 너무 쉽게 불행의 무게를 비교한다. 3. ..
*가능성 1. 악몽의 가능성 지난 주 내내 자기 전에 '아 오늘은 악몽을 꾸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잠에 들었던 적이 거의 45%이상이 넘었다. 사실 악몽을 꾸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마음이 불안정하다. (2) 걱정거리가 있다. (3) 스트레스를 받는다. (4) 근심이 있다. (5) 슬프고 우울하다. 그런데 아예 악몽을 꾸겠구나, 라고 대놓고 악몽아 와라, 라는 듯이 잤더니 생각보다 덜 한 악몽을 꾼 것 같다.(추측성인 이유는, 생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 5가지 상황이 아예 합쳐진 초우울상태에서 잠들었을때 꾸는 악몽보다는 훨씬 덜 한 악몽이였다. 음, 불행중 다행이였다. 이번 주는 악몽을 생각하고 자는 날이 하루도 없었으면 좋겠다. 2. 재방문의 가능성 난생처음 네일아트샵에 간지 어언 일주일이 ..
*콩 1.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너무 막막하고, 슬펐다. 나는 마음의 준비가 정말 하나도 되지 않았는데, 너무 마음이 물렁물렁해서 그 말이 직격타로 꽂혔다. 숨을 쉬는 것 조차 힘들었다. 숨이 턱 막혔다.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 정리를 하면 나는 또 얼마나 아플지, 나는 정말 아무런 마음의 준비를 할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는데. 단 0.1%도 그런 마음이 없었는데. 눈물이 계속 났다. 입에서는 '나 어떡해', '나 진짜 어떡해' 라는 말만 읊조렸다. 자꾸 되풀이했다. 애석하게도 다시 연락이 오지 않았다.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든 다시 상황을 되돌리고 싶어서 다시 전화를 들었다. 그래서 요즘 자꾸 간이 콩알만해진다. 다시 또 언제 그 말을 들을까 너무 두렵다. 무섭다. 2. 항상 언제나 마지막에 드..
*건조함 1. 아직은 코끝이 찬 계절에, 버스를 세 번이나 타고 와서 내게 "오늘 네가 정말 많이 보고싶었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시간을 두고 우리는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알게 되었고, 덧붙여 서로의 단점을 감싸고 극복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후자를 알게 되는 과정은 굴곡이 많았지만.) 모든 것을 대부분 여기저기 (어쩌면 심하게) 재보는 그는, 내 자신에 대해선 거의 재지 않았다. 그에게 왜 나에 대해 재지 않았냐고 물었고, 그 대답을 들었지만 그 대답이 사실 아직도 잘 믿기지 않는다. 얼떨떨했다. 그는 손이 건조했다. 평소에는 잘 모르겠는데, 특히 운전대를 잡은 손은 너무 건조함이 눈에 보일 정도로 건조했다. 나는 가방에서 핸드크림을 꺼내어 그에게 주욱 짜주었다. 나는 그런 그와 아주 재미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