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1. 불가피한 이해들 살다보면 아무 논리도 없이 이해받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이게 내 자신이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는 논리들. 그동안 살아온 자그마한 시간들과 사건들과 경험들이 어우러져서 만든 순간들. 근데 이게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이 경우가 있으면, 저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내'가 있으면, '나도'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에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어떤 부분을 더 설득시켜야 할까. 기반자체가 다르면, 그 위에 벽돌을 제대로 쌓는 법을 아무리 논리정연하게 이야기해도, 역시나 역부족이다. 그러면 그냥 다시 이해할 수 밖에 없는 그런 굴레가 되어버린다. 아니, 사실 어쩌면 기반이 물과 기름처럼 아예 다르지 않다면 어느정도 이해는 되겠지만 그 이해의 문을 닫아버리는 ..
*하기 싫다 점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 것으로 결론을 낼 때, 하기 싫다. 나는 노력한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하기 싫다. 나는 누군가를 이해하고, 또 이해했지만,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너무 하기 싫다. 마음을 담아 행동했는데, 진심이 통하지 않을때, 더구나 좋지않은 쪽으로 상대방이 오해해버리면, 그냥 너무 하기 싫다. -Hee ---------------------------------------------------------------------------------------도란도란 프로젝트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같은 ..
*내일 1. 내일이 설레는 삶 내일이 기다려지는 삶을 살고 싶다. 매 해마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 같다. 내일이 기다려지는 날이 많았던 해가 있었고, 내일이 그다지 반갑지 않은 날이 많았던 해가 있었다. 올해는 내일이 더 기다려지는 날이 많아졌으면 한다. 내 노력이 일조를 해야 겠지만.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깨우고, 찾고, 꺼내보려하는 날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이를 하는 행위는 하루만에 끝나지 않을 것이니. 내일을 기다리고, 또 내일을 기다려서 계속되어야 한다. 2. 대략 내일 오전엔 내일 나는 잠을 물리치고 일찍 일어나서 두유 한 잔과 삼송빵집에서 산 옥수수빵으로 아침을 꼭 먹을 거야. 내일의 나는 근육통으로 조금은 더 시달릴 수 있겠지만 (원래 나는 근육통이 이틀 뒤에나 온다) 힐을 신고 집을 나설..
*몰입 1. 어떤 일 따위에 집중을 하면, 잔뜩 예민해진다. 이번엔 그러지 말자며 다짐해도,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날카로운 나를 발견한다. 예민함은 날 삼키려들고, 여유는 긴장뒤로 숨어버린다. 아직 내가 서투르기 때문이겠지. 2. 몰입하면 할수록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매 시간마다 할 수는 없지만 의심이라는 것도 해보고, 경계라는 것도 해보고, 때론 최대한 지독하게 객관화를 시켜보기도 한다. 사실 이러는 이유는, 몰입의 상태에서는 방어체제가 없기 때문에 상처를 받을 경우 정신을 차릴 수 없기 때문이다. 3. 그 당시 넌 내게 몰입했지만, 난 너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난 너에게 몰입할 자신이 없었다. 4. 7~8년전, 칙센트미하이의 책을 구매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거 아세요? 배려랍시고 했던 말이나 행동이여도, 상대방은 배려의 털 끝조차 느끼지 못하는 때가 있다는 걸.학원가기 전날 실컷 영어공부를 해놓고서도 막상 학원에 가서 한 마디 제대로 꺼내지 못하는 날이 있다는 걸.너와 카톡으로 대화하면서 혹여나 대화가 지루해지진 않을까, 그래서 대화를 끝마치게 되진 않을까, 조마조마 걱정하며 ,한 글자 한 글자 생각생각끝에 보냈었다는 걸.화를 내고 있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이렇게 내가 화를 내어 네가 날 싫어하지는 않을까 너무 겁이 났다는 걸.화와 짜증을 주체할 수 없었던 내 마음을 조금씩 다스릴 줄 안다는 걸.가족을 생각하며 남몰래 울었던 적이 있었다는 걸.네가 어떤 내용으로 고민하고, 갈등하고 있는 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다는 걸.감정의 한계에 부딪쳐 끙끙대다 한..
*사생활 1. 그나마 시시콜콜한 이야기들과 감정들을 공유하고, 나누지만 서로 각자 사생활따위가 그리 궁금하진 않은 관계가 늘어났다. 2.새벽에 일어나 영어학원을 가서 혹여나 내가 모르는 문장들이 있어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면 어쩌지, 내가 미리 생각하지 못한 주제여서 바보같이 말을 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긴장감과, 때론 미리 전날 공부를 단단히하여 자신감이 긴장감을 앞서 발걸음을 옮기는 시간들을 지나서 출근시간이 다가오고, 출근하여 일에, 사람에, 이해관계에 치여가며 눈치도 보고, 신경도 쓰고, 골똘하게 머리를 굴리며 일을 처리하고 집에 오면 피곤함에 지쳐 잠들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면 내 사생활은 어디있나 싶기도 하고. 사실 의욕이 조금 앞서면 좋아하는 장소나, 좋아하는 책을 다시 찾게되지만..
*선택 아침에 새벽같이 일찍 일어나는 것도,새벽에 늦게 자는 것도,커피 대신 밀크티를 마시는 것도,밀크티 대신 라떼를 마시는 것도,그냥 아무것도 마시지 않는 것도,린스 대신 트리트먼트를 사용하는 것도,우유를 집에 사 놓은 것도,감자와 고구마를 다 버린것도,샤워할 때 꼭 노래를 듣는 것도,언제든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도,달리기와 자전거를 좋아하는 것도,이랑을 좋아하는 것도,누군가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 것도,고집을 꺾지 않았던 것도,상대방의 말을 들어보는 것도,몇 년 전 노래들을 계속 듣는 것도,귀걸이에 욕심을 내는 것도,냉장고에 사진을 붙여보는 것도,더이상 생각하지 않는 것도,컵과 그릇을 사는 것도,높은 힐만 고집하는 것도,가끔 운동화와 바지를 찾는 것도,이사를 결심한 것도,머리스타일을 바꾸는 것도,어딘가..
*장갑 1.난생처음으로 귀여운 털장갑이 생겼다. 마치 딱 봐도 크리스마스가 연상되는, 회색 배경에 흰색과 빨간색 눈꽃인지 나무인지 모를 그림이 마구마구 그려져있는 장갑이다. 사실 가죽장갑과 기모장갑이 있긴 하지만, 털장갑을 산 이유는 따로 있다. 초 겨울, 관악산으로 등산을 갔는데 장갑이 아쉬운 때가 종종 있었다. 그때는 산에 오를 때 거의 단거리로 올라갔기에 경사가 가파랐다. 그래서 두 손, 두 발 다 써서 산을 올랐다. 그때 괜히 장갑이 아쉽고 그랬다. 그래서 지나가다 고민 끝에(사실 두 번 고민했다.-한 번은 고민하다 그냥 사지 않음) 장갑을 샀다. 산에 같이 올라가고 싶은 사람과 사이좋게 하나씩 마음에 드는 색의 장갑을 골랐다. 그 뒤로 한파가 찾아와서 등산을 가지 못했다. 이제 1월도 슬금슬금 ..
*열매 1.'오늘이 영원하길'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멋진 50대(로 보이는)를 보았다. 마음 속에 나름의 낭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이였다. 오늘이 영원하길. 역시 사람은 평소에 생각하는 것만큼 보이고 느끼는 것 같다. 2.사실 20대와 30대는 그리 큰 변화는 없을 거라고 미리 짐작은 하고 있지만, 괜히 더 호들갑 떨고 싶다. 만족스러운 것도 있지만, 그만큼 아쉬운 것도 많았던 나의 20대. 마음에 비해 여러모로 많이 서툴렀고, 요령도 없고, 얕은 포용심으로 가까스로 이해하려고 했었고, 그러려니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마음에 많이 걸려 괴로웠고, 한편으로는 무모했으며, 가여웠던 나의 20대는 이제 안녕. 이제부터는 거침없던 선택보단, 현명하고 지혜로운 선택을 하길. 겁내지 않고 치열하..
*적응 1.소중한 친구들을 만났다. 요즘 우리의 화젯거리는 서로 얼마나 더 고된 삶을 살고 있는가였다. 실제로 우리들은 현재 시간에, 험난함에, 고단함에 맞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였다. 그래. 험난함은 겪어보면 나중에 요령과 나만의 자산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으므로 험난함따위는 괜찮다. 우리에게 닥쳐와도. 하지만 내 소중한 친구들은 그 험난함을 뚫고 지나가는 길이 조금은 덜 고단했으면 좋겠다. 사람에 지치고, 일에 지치고, 시간에 지친 우리들은 시간가는줄 모르게 이야기를 쏟아냈고, 때론 찰진 욕설을 내뱉기도 하고, 세상 떠나가라 깔깔대며 웃기도 했다. 우리 조금만 더 기운내자! 2.언제 적응할까 싶었다. 나와 다른 타인이기에 적응하지 못할까봐 한편으로는 겁이 났다. 나의 방식대로,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온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