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1. 전 괜찮아요 사실 걱정이라는 건 전부 날 생각해주어서 하는 말들이지만 듣기 불편한 걱정이 있다. 걱정이라는 말을 무기삼아 내가 임하고 있는 삶의 이곳저곳을 함부로 찌르는 경우를 종종 만난다. 그런 걱정은 안해도 돼요. 마음은 정말 고맙지만, 내심 그 걱정의 저의가 의심될 때도 있어요. 2. 기준 "네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사는 방식을 이해해주어서 좋아"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사실 난 너의 방식을 전부 이해해주기 보다는, 나만의 기준이 있었다.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기준이였다. 나와 하루의 시차가 조금은 있더라도,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았던 그 때가 있었기에, 적어도 내가 원하는 때에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었기에, 네가 그렇게 느꼈..
*호흡 1. 보물찾기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마음을 바로잡고, 내가 좋아했던 것들, 하지만 잊고 지냈던 것들에 대해 떠올려본다. 맞아. 난 새로운 걸 아는 것을 좋아했지. 괜시리 쓸데없는 호기심이 많았지. 처음 듣는 주제의 이야기를 좋아했지. 뭔가 내 마음을 들끓게 하는 대화를 좋아했지. 내 마음이 일렁거리게 하는 사람을 좋아했지. 담백한 노래를 좋아했지. 조금은 느리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좋아했지. 정제되지 않은 질문을 좋아했지. 잊고 있었지만 좋아했던 것들을 물 흐르듯 떠올려보며, 숨겨두었던 보물을 찾은 것처럼 입꼬리가 올라갔다. 2. 어느 대화 달리기를 하면 숨은 가빠지고, 가슴은 터질 것 같고, 얼굴은 심각해지지만, 잡다한 생각들은 정리되고,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만 남게되요. 그래서 달리는..
*궁금증 궁금했다. 마음이 궁금했다.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었다. 힘을 얻고 싶었다. 우린 계속 함께하고 싶어하고, 그러려고 노력하는 와중이니, 과정에 있어 더 많은 동기를 부여하고 싶었다. 듣고 싶었다. 너의 인생에 내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삶에 있어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냥 너의 진심을. 좋아하다, 사랑한다, 따위의 말들 말고, 네가 생각하는 나를. 삭막한 세상에서, 숨이 막히는 세상에서, 사랑을 받고 있구나, 애정어린 시선이 있구나,를 느끼고 싶었다. 반가운 마음에 , 그 마음들이 반가워서, 먼저 그 마음들을 아는 체 하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기뻐하며 했던 이야기는, 영문모를 비꼬음으로 다가갔고, 그렇게 들렸다는 너는 내게 바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고, 네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바닥 1. - 사랑은 너무나도 현실인 것이라, 무얼 바라기도, 무얼 요구하기도, 무얼 원할 수도 없다. 사랑이라는 것은, 내뱉기에는 무색해진 단어이고, 사랑이라는 것은, 표현하기에는 내게 서먹한 감정이고, 사랑이라는 것은, 이제 표현받기엔 이리저리 겉을 떠도는 마음갈피들을 잡을 힘조차 부족한 감정이다. 자존심은 사랑을 무심하게 스치고, 자존심은 사랑이라는 것을 마치 까맣게 잊은 것마냥 거리낌없이 내세워지고, 자존심은 사랑에게 한 톨의 배려도 용납하지 못하고, 이기심은 사랑을 비웃듯 무시하고, 현실은 사랑이 존재하고 있는지, 그조차 모르게 한다. 그 어느 곳에도 로맨스는 존재하지 않았다. 2. - 그는 쿨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였다. 그는 그냥 내게 무심했던 것이였다. 그는 내게 관심..
*억지 1. Life is 죽게 되는 순간이 닥치면 지금까지 살았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하는데, 내가 그런 상황에 놓일 경우 그 주마등을 이루는 기억들이 어떤 기억들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내가 기억하고 있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것들을 기억하려고 했다. 그런데 과거를 기억하려고 애쓰니, 애써 잊고 싶었던, 좋지 않았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좋지 않았던 순간들이 하나 하나 기억해내는 나도 웃기지만, 애써 떠올린 내 자신 덕분에 우울해진 나도 웃겼다. 만약 내가 죽을 고비에 나의 좋지 않은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면 더 우울해져서 차라리 죽고싶은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까, 라고 생각하다가 아니야, 역시나 죽음은 두려운 것이고, 아무리 잊고 싶은 순간들이 와도 내가 살아있는..
*택배 1. 죄책감 집 앞 복도 끝에 있는 보일러실 문을 열었다. 그곳은 타칭 택배함으로 이 건물 택배는 층마다 있는 보일러실에 배달된다. 우리집 호수가 매직으로 크게 쓰여져 있는 택배상자가 두 개 있었다. 두 상자를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하나는 저번주에 주문한 블라우스였고, 또 하나는.... 피크닉 세트? 난 피크닉 세트를 시킨 적이 없다. 오늘따라 택배 상자를 바로 칼로 뜯지 않고 무심코 택배 상자 겉에 쓰여져 있는 내용물을 읽어본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주소를 확인해봤다. 옆옆집 택배였다. 어떻게 된건가 생각해보니, 택배 아저씨가 깨알같이 작은 폰트 사이즈로 붙어있는 주소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배달하기 위해 매직으로 호수를 크게 써 놓은 곳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주소 스티커에는 옆옆집이였는데, ..
*잊지말아요 1. 나의 과거 그 때의 나는 무엇이 옳은건지, 그른건지 판단하는 것을 하지 않았다. 지금 현재 내가 숨쉬며 살고 있는 것이 제일 중요했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곧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누굴 만나고 재미있었고, 어떤 것들을 해도 즐거웠으며, 추운 겨울 밤에 밖에 나가 낯선 동네를 달리는 일조차 흥겨웠다. 그 당시의 우리들은 거의 24시간 중 자는 시간을 제외한 시간들을 함께 하였고, 이런 것이 바로 최고의 팀웍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 잘 맞았다. 서로 이해관계를 절대 따지지 않았으며, 거의 세 명의 돈이 공공재였으며, 누군가 무엇을 제안하면, 호불호와는 별개로 모두들 기뻐하며 함께했다. 모두가 바라보는 그림은 하나였(겠지)으며, 그렇게 될 것이라고 반드시 믿었다. 하루하루 나쁜 일이 없..
*문턱 1. 슈퍼 안으로 날아들어간 사람 조금 더 싼 가격을 찾아 헤매던 한 여자애는 길가에서 허름하지만 작은 두 가게정도를 합쳐놓은 것만 같은 슈퍼를 찾았고, 저 슈퍼에는 마치 찾던 물건이 합리적인 가격에 있을 것만 같아 씩씩한 발걸음으로 슈퍼에 도착했고, 미처 보지 못한 슈퍼 입구의 높은 문턱에 걸려 슈퍼 안으로 거의 날아들어가게 되었다. 슈퍼입구를 기준으로 오른쪽 카운터에는 주인 할아버지가 앉아있었고, 슈퍼입구를 기준으로 왼쪽 난로가에는 주인 할아버지 친구가 앉아있었다. 정확히 두 할아버지의 중간에 갑자기 어떤 여자애가 날아서 비련의 여주인공마냥 착지했으며, 그 두 할아버지는 너무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며 벌떡 일어났다. 그 여자애는 사실 많이 아프지는 않았지만, 두 할아버지의 리액션에 덩달아 놀라..
*먼지 1. 달리기 요 근래 5km 달리기를 종종 하고 있는데 미세먼지가 사라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미세먼지가 많았을 적에 항상 아침마다 일기예보를 보고, 미세먼지 지수를 확인하며, 아쉬움에 통탄을 금치 못했는데. 달릴 때 아이폰 기본 이어폰을 꽂고 달리는데, 팔을 흔들면서 달리면 이어폰 줄이 당겨져서 귀에서 자꾸 빠졌다. 그게 엄청 신경쓰여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샀다. 완전 신세계다! 진작에 안사고 뭐했지. 암밴드도 사고 싶은데, 직접 끼워보고 사고 싶어서 아직 안샀다. 하루는 달리는데, 3km정도 뛰었나. 근데 갑자기 오른쪽 옆구리가 땡겼다. '분명 저녁먹고 한 시간 30분정도 지나고 나왔는데, 아직 소화가 덜 되서 그런가?' '이대로 가다간 속도가 떨어질 것 같은데 그냥 그만 뛸까?' '그래도..
*아이 1. 올 여름엔 옥동자 3년 전 여름엔 쿠앤크를 너무 좋아해서 하루에도 2~3개씩 먹었다. 2년 전 여름엔 와일드바디를 너무 좋아해서 하루에도 2~3개씩 먹었다. 올해 여름에는 우리집 냉동실에 옥동자가 항상 구비되어 있다. 집 근처 마트에서 마침 아이스크림을 엄청 싸게 팔고 있어서 냉동실에 아이스크림이 떨어지기 무섭게 마트에서 한가득 사온다. 어떤 주말에는 눈을 뜨면 물 대신 아이스크림을 먼저 꺼내 먹는다. 부모님과 함께 살았을 적에도 그랬었는데, 잠에서 채 깨지 않아 눈도 반쯤 감겨 있는 상태에서 쇼파에 기대어 아이스크림을 먹는 내 모습을 보고 아빠는 애들같다며, 아침부터 눈뜨자마자 아이스크림을 먹는 게 어딨냐며, 나를 놀렸다. 이상하게도 작년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생각이 잘 나진 않았다.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