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1. 순간의 고충 
5월, 집에 꺼두었던 보일러를 한 달 만에 다시 켰다.
우리집은 알고보니 (2월에 이사를 왔는데, 그 당시엔 추워서 햇볕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2층에다가 일단 창문은 벽 한 면의 3/5는 차지할 정도로 크게 있기에 환기는 할 수 있겠거니 하며 그냥 계약했다) 볕이 직접적으로 들지 않는 집이였다.
3월, 4월을 지나 5월이 되었는데, 빨래가 뽀송뽀송하게 마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점점 깨닫게 되었다. 겨울에는 보일러를 항상 켜 두어서 빨래가 어떻게 마르든 빳빳하게 마르긴 했었고, 4월이 되자 보일러를 껐지만 따땃한 날씨에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 그럭저럭 빨래가 말랐다. 하지만 5월이 되고 미세먼지가 거세져서 창문을 꼭꼭 닫고 있으니, 방 안에 습기가 높아지고, 빨래는 뽀송뽀송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2일 정도 지나면 원래 빨래를 개고도 남았는데, 개려고 옷들을 만져보니 차갑고 바짝 마른 것 같지 않았다. 잠시 서서 채 마르지 않은 것 같은 옷들을 만지며 고민을 했다. 하루이틀 정도는 조금 더 두면 마르지 않을까? 아니면 오늘 저녁엔 바짝 말라있진 않을까? 수건들은 다 마른 것 같은데, 왜 면으로 된 옷들은 눅눅한 느낌이 드는 걸까? 왜이리 옷들은 차가운 걸까. 이것이 정말 다 마른 것이긴 한걸까? 차가워서 내가 눅눅하게 느끼는 건 아닐까? 창문을 닫아놔서 환기가 안되서 마르지 않은 걸까? 아니야, 예전 집은 창문 닫아두어도 잘만 말랐는데. 근데 나는 왜 지금 이 빨래들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걸까? 얘네들은 날 고민시키지 않아도 되는 애들아닌가? 안그래도 생각할 거리들이 산더미같은데, 이 면으로 된 옷 몇 개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고민해야 하나?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선 모든 것들을 내 기호대로, 내 취향대로 할 수 있었는데, 이 빨래만큼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괜히 심술이 났다. 괜히 한번 심술이 나면 다른 것도 손에 잡을 수 없는 성격이라 고민 끝에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보일러를 엄청 세게 틀었고, 제습기를 검색해서 장바구니에 넣었다. 조만간 조그만 제습기 하나가 우리집에서 제 역할을 열심히 하고 있겠지. 오랜만에 보일러를 틀어놓으니 방바닥이 따뜻해서 차가웠던 내 발이 스르륵 녹은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여름엔 그래도 볕이 직접적으로 들어오지 않아 덥진 않겠다며 긍정적으로 위로를 했다. 안그래도 에어컨바람을 싫어하는데 많이 틀 일은 없겠거니 싶었다. 바람에 밀려 미세먼지가 하루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부디.

2.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살아온 방식은 존중하겠지만, 자신의 어두운 면 등을 상대방 앞에 무기처럼 들이밀면서 의사를 관철시키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막무가내라는 말이 딱 알맞은 것이 아닐까. 그냥 웃으면서 넘기기엔 씁쓸함이 앙금처럼 남아있는 경우가 은근히 많다. 

3. 어떤 이별
나는 너의 그늘을 알아버렸지만, 애써 모른척했었다. 그것이 너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고, 우리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다. 너의 그늘은 너무 어두워서 나의 조그만 손전등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렇다고 나는 고작 손전등 하나에 의지하여 너의 그늘로 들어갈 용기도 없었다. 너의 그늘이 나를 잠식할 것만 같았다. 너의 그늘을 외면할 때마다 나는 더 외로워졌다. 우리가 서로 소통이 잘 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너에게 완전한 나의 언어로 다가와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나의 이기심을 뾰족하게 드러내는 것만 같아서 나는 너를 빙빙 돌아갔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한 채로 등을 돌렸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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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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