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


1.

4시간을 꼬박달려 경북대에 거의 도착할때쯤 경북대 주변 꽃집에 전화를 걸었다.

3개의 꽃다발을 주문하고 20분 뒤 꽃집에 도착했다.

꽃집은 아담했으며 소소했다.

꽃집에 들어가니 두 개의 꽃다발은 예쁘게 만들어져서 

물이 조금 찬 양동이에 자리잡았고, 

아주머니께서 나머지 하나의 꽃다발을 만들고 계셨다.

양동이 안을 보니 자두만한 새빨간 장미들이 옹기종이 모여있는 꽃다발과,

라넌큘러스 몇 송이가 포인트 삼아 만들어진 꽃다발이 눈에 들어왔다.

꽃 색의 조화가 예뻐서 쳐다보고만 있어도 행복했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만들고 계신 꽃다발로 눈길을 던졌다.

마지막 꽃다발은 엄청엄청 큰 보랏빛 수국이 포인트로 잡힌 꽃다발이였다.

아주머니는 특별히 하나는 더 멋있게 만들어주고 싶다고 하시면서 만들었다고 하셨다.

수국은 특별히 시들면 더 안된다고 하시면서 물주머니까지 만들어주셨다.

계산 후에 3개의 꽃다발을 한아름 끌어안고 꽃집을 나섰다.

내가 받은 꽃도 아닌데, 꽃을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꽃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눈 앞에 근사하게 예쁜 것들이 잔뜩 있으니 웃음이 절로 났다.


2.

2년 전, 약수역 근처 공방에서 원데이 클래스로 꽃다발을 만든 적이 있었다.

모든 것이 신기했다.

커다란 나무 테이블에 다양한 꽃들이 가득했다.

그 꽃들의 색 조화만으로도 눈이 황홀했다.

차근차근 꽃다발 만드는 과정을 배워나갔다.

생각보다 꽃다발을 만들기에 버려지는 줄기, 잎, 꽃송이들이 많았다.

곁가지들을 쳐내고, 더 예쁜 꽃송이들을 선택하고, 줄기를 알맞은 길이로 자르고.

꽃들과 긴 사투 끝에 내 손엔 나만의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은 항상 예쁜 꽃들을 볼 수 있어서 마냥 부럽다고만 여겼는데,

막상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벽부터 꽃시장에서 꽃들을 사고,

작업장에 가져와서 손질하고, 손질하다보면 억센 줄기나 가시에 손이 다칠 수 있고,

끝내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야 하는 것들이 잔뜩 쌓이고 그런 것등를 보면서

정말 꽃을 사랑하고, 이 직업을 애정하지 않는 이상 아무나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 만들어진 여러 개의 꽃다발은 내 손에 이끌려 삼청동으로 옮겨졌다.


3.

꽃다발들이 예뻤던 걸까,

들고 있던 모습이 예뻤던 걸까,

그냥 문득 생각이 난 걸까.


4.

그냥 흘러가는 대로, 라는 말은 이제 용납되지 않는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러우면서도 무겁게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유쾌함을 잃어서는 안된다.

시간의 개념을 두세번은 더 곱씹어야 할 때다.

변해도 괜찮을 때다.

자존심을 세우지 않아도 좋을 때다.

그래야 한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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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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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시간

그시간 2014.07.17 00:06






















옥수역 근처에 있는 tableflower에서 핸드타이드 일일 수업을 받았다.

화병에 꽂는 꽃꽂이도 물론 좋지만, 들고 다닐 수 있는 꽃다발도 엄청 좋아하기 때문에!

스파이럴 하는 법과 밴딩포인트 잡는 법을 어느정도 배웠고,

시간이 나면 꽃시장에 가서 꽃을 골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정도까지 배웠다.

이 날 내가 만졌던 꽃들은 

백장미, 로즈 리시안셔스, 스프레이, 미스티블루, 하이페리콤, 설악초.

미스티블루는 정말 빈티지해서 드라이플라워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었고,

하이페리콤은 이름만큼 상큼하고 완전 앙증맞았다.

장미는 말할 것도 없었고, 리시안셔스와 스프레이도 정말 내맘에 쏙들었다.

설악초는 나름 매력은 있지만 내 취향은 아니였다.


꽃잎 다듬을때나 수업도중에 계속해서 '진짜 예쁘다', '정말 예쁘다'라는 감탄을 남발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ㅎㅎㅎㅎㅎㅎㅎ 꽃은 정말 언제나 예쁘다 ㅠ.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른곳에서 다시한번 들어보고싶다.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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