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1.
그나마 시시콜콜한 이야기들과 감정들을 공유하고, 나누지만 서로 각자 사생활따위가 그리 궁금하진 않은 관계가 늘어났다.


2.

새벽에 일어나 영어학원을 가서 혹여나 내가 모르는 문장들이 있어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면 어쩌지, 내가 미리 생각하지 못한 주제여서 바보같이 말을 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긴장감과, 때론 미리 전날 공부를 단단히하여 자신감이 긴장감을 앞서 발걸음을 옮기는 시간들을 지나서 출근시간이 다가오고, 출근하여 일에, 사람에, 이해관계에 치여가며 눈치도 보고, 신경도 쓰고, 골똘하게 머리를 굴리며 일을 처리하고 집에 오면 피곤함에 지쳐 잠들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면 내 사생활은 어디있나 싶기도 하고. 사실 의욕이 조금 앞서면 좋아하는 장소나, 좋아하는 책을 다시 찾게되지만 의욕이 없으면 좋아하는 것들도, 하고 싶은 것들도 모두 뒷전이 되고, 내가 살고 있는 것에 대한 의미와 살고 있는 순간들이 무색해진다. 나를 잃으면 안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나의 사생활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하나라도 더 내 시간들을 위해 할애하고, 자극이 되는 무언가를 찾아 방황하고 있는 순간들이 있었다.


3.

생활을 무너뜨리는 두 가지.

1) 가족이 온전하지 않을 때

2) 한 끝의 의심없이 마음을 주고, 믿고 있던 사람이 내게 싸늘하게 대할 때


4.

사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나는 더 단단해지고, 독해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조금은 더 물러졌고, 어쩌면 유연해졌고, 어쩌면 약해졌다. 조그마한 생채기의 여파는 여전히 남아있고, 아쉬움없이 뒤돌아서기엔 마음에 걸리는 것이 많아졌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느다란 외로움에 몸을 떠는 순간들이 생겨났고, 의지하고 싶은 곳을 찾게되는 것은, 툭하면 눈물이 나는 건 괜한 엄살일까.


5.

아주 마음에 드는 예쁜 유리잔을 샀다. 유리잔을 어디에 쓸까 하다가 어제 냉장고에서 예전에 친구들이랑 파티하고 남은 호로요이를 꺼내와 잔에 따랐다. 분홍빛을 띈 맥주가 콸콸 잔을 채웠고, 노트북 옆에 컵을 두고 행복해하며 야금야금 마셨다. 좋아하는 유리잔이나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는 나만의 소소한 즐거움.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oranproject

http://doranproject.tumblr.com/



'도란도란 프로젝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1.사생활  (0) 2018.01.21
210.선택  (0) 2018.01.14
209.장갑  (0) 2018.01.07
208.열매  (0) 2017.12.31
207.적응  (0) 2017.12.24
206.정  (0) 2017.12.17

설정

트랙백

댓글

*선택


아침에 새벽같이 일찍 일어나는 것도,

새벽에 늦게 자는 것도,

커피 대신 밀크티를 마시는 것도,

밀크티 대신 라떼를 마시는 것도,

그냥 아무것도 마시지 않는 것도,

린스 대신 트리트먼트를 사용하는 것도,

우유를 집에 사 놓은 것도,

감자와 고구마를 다 버린것도,

샤워할 때 꼭 노래를 듣는 것도,

언제든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도,

달리기와 자전거를 좋아하는 것도,

이랑을 좋아하는 것도,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 것도,

고집을 꺾지 않았던 것도,

상대방의 말을 들어보는 것도,

몇 년 전 노래들을 계속 듣는 것도,

귀걸이에 욕심을 내는 것도,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보는 것도,

더이상 생각하지 않는 것도,

컵과 그릇을 사는 것도,

높은 힐만 고집하는 것도,

가끔 운동화와 바지를 찾는 것도,

이사를 결심한 것도,

머리스타일을 바꾸는 것도,

어딘가에 눈길을 주지 않는 것도,

영어에 관심을 갖는 것도,

더이상 기다리지 않는 것도,

나 아닌 타인의 마음을 살펴보는 것도,

모른 척 하는 것도,

향수를 바꾸지 않는 것도,

가끔 나를 되돌아 보는 것도,

더이상 의심하지 않는 것도,

불안해하지 않도록 결심한 것도,

시시콜콜 글을 쓰는 것도,

동네와 만두트럭에 애정을 갖는 것도,

어떤 사람이 되고자 마음을 먹는 것도,

한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것도,

바보같이 웃어버린 것도,

그 순간에 눈과 목소리에 괜시리 힘을 주며 그 말을 했던 것도,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도,

모두 다 내 선택이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oranproject

http://doranproject.tumblr.com/





'도란도란 프로젝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1.사생활  (0) 2018.01.21
210.선택  (0) 2018.01.14
209.장갑  (0) 2018.01.07
208.열매  (0) 2017.12.31
207.적응  (0) 2017.12.24
206.정  (0) 2017.12.17

설정

트랙백

댓글

*장갑


1.

난생처음으로 귀여운 털장갑이 생겼다. 마치 딱 봐도 크리스마스가 연상되는, 회색 배경에 흰색과 빨간색 눈꽃인지 나무인지 모를 그림이 마구마구 그려져있는 장갑이다. 사실 가죽장갑과 기모장갑이 있긴 하지만, 털장갑을 산 이유는 따로 있다. 초 겨울, 관악산으로 등산을 갔는데 장갑이 아쉬운 때가 종종 있었다. 그때는 산에 오를 때 거의 단거리로 올라갔기에 경사가 가파랐다. 그래서 두 손, 두 발 다 써서 산을 올랐다. 그때 괜히 장갑이 아쉽고 그랬다. 그래서 지나가다 고민 끝에(사실 두 번 고민했다.-한 번은 고민하다 그냥 사지 않음) 장갑을 샀다. 산에 같이 올라가고 싶은 사람과 사이좋게 하나씩 마음에 드는 색의 장갑을 골랐다. 그 뒤로 한파가 찾아와서 등산을 가지 못했다. 이제 1월도 슬금슬금 지나가고 있으니, 조금 날이 풀리면 이 장갑을 끼고 다시 등산을 가고 싶다. 


2.

사실 올 겨울을 나면서 장갑이 딱히 필요없었다. 내 손은 장갑을 낀 것보다 더 따뜻했다.


3.

설거지를 할 때 고무장갑을 사용하지 않으면, 괜히 나의 건조한 손이(내 손은 평소에 건조해서 손을 씻은 후에 꼭 핸드크림을 바른다) 주방세제의 그 거품이 가득한 비눗물을 다 흡수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고무장갑은 두꺼워서 어떤 것이든 거리낌없이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화장실을 청소할때도 고무장갑은 굉장히 유용하다. 고무장갑은 살면서 집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이사가면 고무장갑 하나 더 사야지!


4.

궁금한 게 있는데,

손이 원래 따뜻한 사람은 겨울에 손이 시려울까?

나는 사실 손이 별로 따뜻하지 않아서 겨울에 찬바람이 불면 손이 더 시려운데,

손이 원래 따뜻한 사람은 겨울에 손이 얼만큼 시려울까? 

마치 선선한 곳에 있다가 차가운 곳에 나가는 것보다 따뜻한데 있다가 차가운 데로 나가면 더 많이 춥게 느껴지는 것처럼, 손이 따뜻하면 손이 차가운 사람보다 찬바람이 더 차게 느껴질까?

아니면 그 따뜻한 온기가 장갑처럼 보온역할을 해주어서 정말 손이 덜 시려울까?

그냥 찬바람이 불면 손은 다 똑같이 시려울까?

궁금하다.


5.

작년 커플 목도리에 이어 동생이 커플 장갑을 내 생일선물로 주었다.

작년에 받은 커플 목도리는 (나는 하늘색, 동생은 분홍색) 올해도 종종 사용하는데,

장갑은..... 모르고 빠뜨린척 하면서 집에서 안가지고 왔다.

왜냐면 장갑에 잔뜩 붙어있는 털 장식이 너무 쉽게 빠지기 때문이다.

그 털들이 내 코트, 니트, 치마 등에 잔뜩 묻어 돌돌이로 항상 떼어 낼 것만 같은 예감에....

사실 모르고 빠뜨린 척 한것이지 일부러 집에 두고왔다. 동생아 미안해. 어쩔수없었어..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oranproject

http://doranproject.tumblr.com/



'도란도란 프로젝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1.사생활  (0) 2018.01.21
210.선택  (0) 2018.01.14
209.장갑  (0) 2018.01.07
208.열매  (0) 2017.12.31
207.적응  (0) 2017.12.24
206.정  (0) 2017.12.17

설정

트랙백

댓글

*열매


1.

'오늘이 영원하길'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멋진 50대(로 보이는)를 보았다. 마음 속에 나름의 낭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이였다. 오늘이 영원하길. 역시 사람은 평소에 생각하는 것만큼 보이고 느끼는 것 같다. 


2.

사실 20대와 30대는 그리 큰 변화는 없을 거라고 미리 짐작은 하고 있지만, 괜히 더 호들갑 떨고 싶다. 만족스러운 것도 있지만, 그만큼 아쉬운 것도 많았던 나의 20대. 마음에 비해 여러모로 많이 서툴렀고, 요령도 없고, 얕은 포용심으로 가까스로 이해하려고 했었고, 그러려니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마음에 많이 걸려 괴로웠고, 한편으로는 무모했으며, 가여웠던 나의 20대는 이제 안녕. 이제부터는 거침없던 선택보단, 현명하고 지혜로운 선택을 하길. 겁내지 않고 치열하게 사랑하길. 생각에서 머문 것들을 펼쳐놓길.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길. 이해받으려 애쓰지말고 먼저 이해하는 사람이 되길. 지나간 것에 대한 미련은 훌훌 털어버리고, 마음을 다듬어 더 나은 나와, 나의 미래를 그리길. 머뭇거리지말고 있는 그대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조금 더 넓은 사람이 되길. 나를 잃지 않고 더더욱 짙은 색의 내가 되길. 30대엔 더 많은 열매를 맺어보자.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oranproject

http://doranproject.tumblr.com/



'도란도란 프로젝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0.선택  (0) 2018.01.14
209.장갑  (0) 2018.01.07
208.열매  (0) 2017.12.31
207.적응  (0) 2017.12.24
206.정  (0) 2017.12.17
205.반짝임  (0) 2017.12.10

설정

트랙백

댓글

*적응


1.

소중한 친구들을 만났다. 요즘 우리의 화젯거리는 서로 얼마나 더 고된 삶을 살고 있는가였다. 실제로 우리들은 현재 시간에, 험난함에, 고단함에 맞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였다. 그래. 험난함은 겪어보면 나중에 요령과 나만의 자산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으므로 험난함따위는 괜찮다. 우리에게 닥쳐와도. 하지만 내 소중한 친구들은 그 험난함을 뚫고 지나가는 길이 조금은 덜 고단했으면 좋겠다. 사람에 지치고, 일에 지치고, 시간에 지친 우리들은 시간가는줄 모르게 이야기를 쏟아냈고, 때론 찰진 욕설을 내뱉기도 하고, 세상 떠나가라 깔깔대며 웃기도 했다. 우리 조금만 더 기운내자! 


2.

언제 적응할까 싶었다. 나와 다른 타인이기에 적응하지 못할까봐 한편으로는 겁이 났다. 나의 방식대로,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온 시간들이 늘어가면 갈수록 더더욱 서로에 대해 적응하지 못하고 꼿꼿함만 유지할까봐. 아닌건 아닌거라고 치부할까봐. 치부해버릴까봐. 나또한 똑같이 단정지어버릴까봐. 각자의 삶의 방식을 외면하기엔 너무 오랜 시간들이, 너무 여러 인연들이 지난터라. 하지만 벌어진 틈에 스며드는 물처럼, 건물과 건물사이의 골목들을 가득채운 안개처럼, 언제라기보단 어느새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3.

적응은 하되 안주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모두. 항상 더 나은 것이 있고, 항상 더 좋은 방향이 있다는 생각으로 내게 주어진 삶을 조금 더 치열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치열하게 사랑했으면 좋겠다. 치열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곘다. 


4.

난생처음 연력을 샀다. 심지어 웨이팅이라면 기겁을 하는 내가, 2시간을 추위에 떨면서 아주 커다란 사과가 그려져 있는 얇은 종이의 연력을 샀다. 그 연력 붙일 생각에 들떠서. 아주 마음에 든다. 2018년이 기대된다. 


5.

또 사람 죽는 것처럼 울었지

인천공항에서도 나리타공항에서도

울지 말자고 서로 힘내서 약속해놓고 돌아오며 내내

언제 또 만날까 아무런 약속도 되어있지 않고

어쩌면 오늘 이후로 다시 만날 리 없는

귀한 내 친구들아 동시에 다 죽어버리자

그 시간이 찾아오기 전에 먼저 선수 쳐버리자

 

내 시간이 지나가네

그 시간이 가는 것처럼

이 세대도 지나가네

모든 것이 지난 후에

그제서야 넌 화를 내겠니

모든 것이 지난 후에

그제서야 넌 슬피 울겠니

 

우리가 먼저 죽게 되면

일도 안 해도 되고

돈도 없어도 되고

울지 않아도 되고

헤어지지 않아도 되고

만나지 않아도 되고

편지도 안 써도 되고

메일도 안 보내도 되고

메일도 안 읽어도 되고

목도 안 메도 되고

불에 안 타도 되고

물에 안 빠져도 되고

손목도 안 그어도 되고

약도 한꺼번에 엄청 많이 안 먹어도 되고

한꺼번에 싹 다 가버리는 멸망일 테니까

아아아 아아 아아아 아아 너무 좋다

아아아 아아 아아아 아아 깔끔하다

, 이랑 '환란의 세대'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oranproject

http://doranproject.tumblr.com/



'도란도란 프로젝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9.장갑  (0) 2018.01.07
208.열매  (0) 2017.12.31
207.적응  (0) 2017.12.24
206.정  (0) 2017.12.17
205.반짝임  (0) 2017.12.10
204.찬란한 계절  (0) 2017.12.03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