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1.

현실을 맞닥뜨리는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다.

시간이 흐르는대로 등 떠밀려 흘러가는 사람과,

어떻게든 시간에 의미를 두려고 하는 사람과,

살다보니 시간이 흘러가있는 사람과,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있더라.


2.

비워야 새로운 이야기가 찾아온다는 짧지만 강한 글을 어디선가 읽었다.

낡고 쾌쾌하고 내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생각과 마음들은 모두 비워낼 수 있길.

신선하고 건강한 새로운 생각과 마음을 얼마든지 받아들여 고여있지 않길.


3.

여러모로 심란하고, 여유가 없을 것만 같은 너의 마음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지만,

내가 너에게 어떠한 힘도 되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다는 생각에 초조했다.

네가 조금은 의지했으면 좋겠다고 바랐지만, 너는 너대로 꿋꿋하게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건 나도 나의 현실을 꿋꿋하게 잘 이겨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로 각자의 방식대로 나아가다보면 웃으면서 그날들을 추억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으며,


4.

현실의 색은 내가 어떤 안경을 끼느냐에 달려있다.

아주 생생할 수도 있고, 어두울 수도 있고, 눈이 부실 수도 있다.

이왕이면 난 재미있고 즐거워지는 안경을 낄래.

심란하고, 심각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5.

고작 몇 번 손가락을 움직여 버튼을 누른다는 것이,

사실 누구에게는 아주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지.


6.

한 줄의 예쁜 말.

Loves all of you.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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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1.  

늦은 저녁,

다른 사람들이 거의 퇴근할 떄 쯤에 회의가 시작되었다.

회사 대표님과 고문이사격인 교수님과 내가 대표님방에서 머리를 맞대로 한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때 차장님이 대표님방 문을 두드렸다.

차장님은 들어와서 대표님한테 어떤 업무의 결과를 간단하게 보고했다.

마침 그 차장님과 관련있는 회의내용이 모니터에 나타나있었다.

대표님은 조금만 회의를 같이 하고 가면 어떻겠냐고 차장님한테 제안했다.

차장님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제 와이프가 오늘 붕어빵이 먹고 싶다고 해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예전 같았으면, 조금만 같이 회의하고 가면 좋을텐데, 라고 생각하고 말았을텐데,

갑자기 그 말이 굉장히 낭만적이게 들렸다.

실제로 그 차장님 아내는 임신중이였다.

그 아내가, 또는 뱃 속에 있는 아이가 붕어빵을 먹고싶다고 한 것 같았다.

어쩌면 실제로 차장님 본인이 붕어빵이 정말 먹고싶었는 지도 모른다.

아니면 사실 아무도 붕어빵을 먹고 싶어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무렴 어때.

그냥 대답 자체가 너무 낭만적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낭만은 도처에 있다.


2. 

작년 10월쯤, 하루를 퇴근하고 집에 일찍 도착해서 쉬고 있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전철에서 막 내려서 역에서 나가고 있는데, 앞에 붕어빵 아줌마가 나와있어! 붕어빵 먹을래?"

사실 그다지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그 친구의 제안이 너무 귀여워서 당장 승락했다.

그리고 그 친구랑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일찍 나가서 집 앞 편의점에서 붕어빵과 함께 먹을 야구르트를 샀다.

서로 검정색 봉지를 달랑달랑 들고 만난 우리는 만나자마자 깔깔 웃은 후 붕어빵과 야구르트를 먹을 장소를 찾았다.

둘러보다가 가장 적합한 장소로 선택된 곳은 근처 아파트 놀이터 벤치.

우리는 놀이터 벤치 한 켠에 자리를 잡은 후 서로 붕어빵과 야구르트를 건네주며 야금야금 먹었다.

먹으면서 우리는 하루동안 있었던 깨알같은 일들과 느낀점 등을 서로 이야기 했고,

그 당시 우리의 고민들에 대해 (어쩌면 답이 없을수도 있는 고민들이지만) 나름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또 우리는 거진 5년 전 일도 생각했다.

우리는 추운 겨울에 학교 기숙사에 살았는데, 새벽에 갑자기 나가자고 해서 수면바지, 장갑, 패딩, 수면양말 등 

완전 무장을 하고 눈이 내려 꽁꽁 얼은 길을 서로에게 의지하며 머나먼 학교 정문 밖 편의점에 가서 

우습게도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은 적이 있었다. 그때가 서로 너무 기억에 남아서 또다시 깔깔대며 웃었다.

그 놀이터에서 웃던 순간부터 어느덧 일년이 지났다.

우리는 작년에 붕어빵을 먹었을 때보다 서로의 고민도 약간은 방향이 달라졌으며 주변 상황이 매우 많이 바뀌었다. 요즘은 서로 바빠서 그 친구와 붕어빵을 먹을 시간조차 없는 사실이 너무 아쉽다.

친구가 너무 보고싶다. 전화해야지.


3.

2천원을 주고 산 것은 어쩌면 옥수수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작은 테이블에 몇 가지 빵들과 옥수수를 죽 늘어놓고,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웃으며 우리를 알아갔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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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선택

1.

예전부터 내 삶과 늘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그 사람으로 인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해주는, 

나도 인해 그 사람이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해주는,

그냥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2.

매일이 선택의 순간이고

날이 가면 갈수록 외면하고 싶지만 선택의 무게는 늘어난다.


3.

사실 지금에서야 하는 이야기지만,

감상에 젖은 말 한 마디 내게 던지지 않는 널 보며,

마음 속이 꽉 막힌 기분이였어.

너무나 사무적인 너의 모습에,

자존감이 사라질까봐 나조차 입을 다물었고,

지금 너는 어떤 감정이 드는지, 

물어볼 수 조차 없었어.

감정공유에 서툴렀던 우리는, 

서로를 이해한다고 머릿 속으로 생각은 하지만

결국 그만큼의 무시못할 마음의 간격이 벌어졌을지도 몰라.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늘 감정에 목말라있었고,

너는 이런 날 아는지 모르는지, 혹여나 모두 너의 잘못으로 단정지어 탓할까봐,

내 마음을 외면하기 급급했어.

때론 지치고 바쁜 하루하루에 늘 사랑을 속삭일 수는 없지만,

그럴때에도 서로에게 마음을 기대고, 헤아려 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랑을 하고 싶었어. 


4.

좋아한다고, 보고싶다고, 행복하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관계와 나는 멀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가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5.

나는 내가 훗날 상처받는 게 싫어서,

그 상처를 견딜 수가 없을 것만 같아서,

항상 최악을 생각했고,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수없이 되뇌이며

최악의 순간이 막상 닥쳐와도 이미 그 상황에 무뎌져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항상 내 안에 공존해왔는데,

최악을 생각하기 싫은 순간들이 마구 밀려온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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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1. 

막연하게 누군가와 영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감히 하진 않는다.

그냥 영원하고 싶다는 생각은, 마치 통 안에 조약돌을 무작위로 쏟아 붓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너무 빈틈이 많잖아.

그저 누군가와 영원하고 싶다면, 그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자기 자신의 중심을 잘 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어떤 부분을 좋아하고, 왜 싫어하는지 따위의 가장 일차원적인 부분부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등의 고차원적인 것에 대한 가치관의 성립.

나에 대한 중심도 없이 이리 휘청, 저리 휘청거리기만 한다면, 흐르는대로 휘청거린다면 나도, 옆에 있는 사람도 결국 불행한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끊임없는 질문과 대화, 그리고 공감이 그저 묵묵하게 시간들을 지켜줄 뿐이다.


2.

모든 것의 시작은 대화였고, 모든 것의 끝도 대화였다.

대화는 모든 관계에 대한 영원한 전제이다.


3.

마음에 대한 정답은 없다.

내가 선택한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면 정답이고,

내가 선택한 것이 틀렸다고 생각하면 오답이다.

타인이 정답을 알려줄 수도 없을 뿐더러, 

감히 정답이 아니라고 비판할 수도 없다.

열쇠는 내 마음 속에 있다.


4.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렸던 그 문장을 잊어버리기 싫어서 자꾸만 머릿 속으로, 마음 속으로 되뇌인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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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1.  

추석때 할아버지가 계신 호국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가 그랬다.

죽어서 비석 앞에, 사진 앞에, 묘지 앞에 예쁜 꽃 놔주고, 좋은 음식 놔주면 뭐하냐고.

살아있을때 잘해야 효도라고.

사실 이 말은 작은엄마가 할아버지 사진 앞에 나름 정성들여 송편과 사과를 놓는 것을 보고,

괜히 속상해져서 한 얘기다.

할아버지가 살아계실때 할아버지에게 돈만 바란 작은엄마를 엄마는 싫어했다. 

할아버지는 엄마를 불러 쟤는 내게 돈만 밝힌다고 할 정도로,

할아버지와 엄마는 서로를 각별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긴. 거의 10년을 엄마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으니. 각별할 만도.

엄마가 던진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도, 현재의 시간의 소중함도,

잊고 살 때가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나 뿐만 아니라, 대게 그런게지.

지나가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 줄 깨닫는 드라마 내용이 수두룩하고,

지나가면 그 시간이 값지다는 글들이 수두룩하고.

지나가면 어떤 말이든, 행동이든 전부 소용이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 슬프기에,

지금에 가능한 더 집중해보고 싶다.


2.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드는 느낌이 든다.


3.

신경쓰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그래도 난 여전히 신경쓰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꿈만 같은 일상들이 지나가고 있다.

건강하면서 즐거운 날들.

돌아보면 아름다운 시간들이 되어있길.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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