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어느 여름 밤이였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나는 아침에도 잘 지냈고, 점심에도 잘 지냈고, 오후에도 잘 지냈다. 

물론 저녁에도 잘 지냈다.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밤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엄청나게 무거운 짐이 내 어깨에, 내 등에, 내 머리위에

올려져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갑자기 모든게 비관적으로 보였다.

내가 보고, 듣고, 읽는 모든 것들이.

그런 감정들을 느낀 채로는 쉽게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그런 감정들을 가지고 집 대문을 열고, 웃으면서 내가 집에 왔다고 이야기 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집 앞에, 아니 솔직히 말하면 집 앞말고 우리집 옆옆동 앞에 놓인 벤치에 앉아서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었다. 

무슨 노래였는지 까지는 기억이 안난다. 그리 노래는 중요한게 아니였던 것 같다.

그 벤치에서 청승맞게 울어볼까,도 생각했지만 눈물이 아까웠다.

그래서 울지도 않았다.

그냥 멍하게 앞을 보고, 하늘을 한번 바라다보고, 또다시 앞을 보고, 그렇게 앉아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갑자기 앞에 낯이 굉장히 익은 사람이 지나간다.

어?

아빠였다.

아파트 내에 있는 헬스장에 가고 있던 아빠였다.

아빠도 무심코 옆을 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어? 여기서 뭐해?

라고 아빠가 물었다.

어? 나 이제 집에 갈라고! 아빠 운동가? 얼렁 다녀왕 안뇽! 난 집에간당!

하고 황급히 집으로 들어갔다.

그때 그 여름 밤 하늘엔 별이 참 많았다.


-Hee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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