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시간이 되었다.

입고있던 편한 반팔과 반바지를 벗고,

위엔 예전 에너자이저 나이트마라톤대회에 나가 사은품으로 받은 티셔츠를 입는다. 

아래엔 그냥 엄청 부드럽고 가벼운 편한 검정색 트레이닝복을 입는다.

앉아서 양말을 꺼내 쓱쓱 양 발에 신는다.

일어나서 살짝 옷장 앞에서 고민한다. 얇디 얇은 바람막이를 입을 것인가.

아니면 그냥 바람막이 생략하고 두꺼운 패딩을 입을 것인가.

살짝 어제를 떠올려본다.

어제는 반팔 위에 바람막이를 입고, 두꺼운 패딩을 입었다.

그런데 막상 바람막이는 나중에 돌아올때 왼손에 들고 왔다.

안되겠다. 그냥 바람막이는 생략하자.

패딩을 단단히 입고, 아이폰과 이어폰을 왼쪽 주머니에, 현관 카드키를 오른쪽 주머니에 넣고 거실로 나왔다. 

타이어 두개를 쌓고, 그 위에 천을 깔고, 유리를 얹어 만든 작은 원테이블에 다가간다.

그 원테이블 위에는 관리비고지서, 난방비고지서, 무선전화기, 엄마의 전화번호부 등 자질구레한게 놓여져 있다.

파란색으로 된 엄지손톱보다 조금 큰 동그란 키를 찾았다.

동그란 키를 패딩 오른쪽 주머니에 넣는다. 

현관으로 나간다. 신발장 문을 열고 연두색의 운동화를 꺼낸다. 

운동화에 오른쪽 발을 집어넣는 찰나, 

아! 

다시 내 방으로 쪼르르 달려간다.

화장대 위에 있는 검정색 튼튼한 머리끈을 오른쪽 손목에 끼운다.

다시 현관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조금 전에 꺼낸 운동화를 마저 신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엘리베이터가 21층에서 내려온다. 음. 거긴 외국인 부부가 사는 층인데.

딩동- 10층입니다. 라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하얀색 운동화에 일자 통 청바지를 입고, 위에 패딩을 입은 백발 외국인 아저씨가 서있다.

외국인 아저씨와 눈이 마주치자 Hi! 라고 인사를 건넨다. 나도 웃으며 Hi! 라고 대답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약 6초간의 적막이 흐른 후 1층에 도착했다. 

딩동- 1층입니다. 라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총총총 뛰어 나간다. 밖에 바람이 차다. 그 바람을 느끼며 4분 정도 뛰다보니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헬스장 문이 보인다. 

패딩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넣고 파란색의 동그란 키를 꺼내 패드에 갖다 댄다. 

챡!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무거운 헬스장 문을 열었다.

헬스장을 둘러보니 나보다 조금 어린 또래 여자아이(이 아이도 맨날 온다. 그리고 굉장히 열정적으로 운동을 한다.)가 런닝머신 위에서 열심히 뛰고 있었고, 그 옆에 30대 중반 정도 되보이고 키가 170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가 머리를 질끈 묶고 런닝머신 위에서 빠르게 걷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사이클을 타고 있는 조금 덩치가 있는 할머니, 거의 맨날 지금 시간대에 오면 볼 수 있는 몸짱 할아버지(항상 빨간색 반바지를 입고 오신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자주 보이는 40대 몸짱 아저씨, 그리고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엄청나게 덩치가 큰 흑인과 살짝 흑인보다는 왜소한 몸을 지닌 백인이 열심히 근력운동을 하고 있었다. 

입고 온 패딩을 옷걸이에 걸어두고, 스트레칭을 한다.

쭉쭉 있는 대로 몸을 늘린 후에 인클라인 체스트 프레스에 앉는다.

의자가 내 키랑 맞지 않아 딱 내 키에 맞게 끝까지 주욱- 올린다.

그리고 역시 무거운 옆에 추를 5kg에 맞춘 후 15번씩 3세트. 그냥 내가 정했다. 근데 마지막 세트 10번을 셀 때 쯤엔 정말 어깨가 빠질 것 같고 힘들지만 그래도 참고 다섯번을 더 한다.

후아. 힘들다. 

이제 이 기세를 몰아 바로 옆에 있는 버터플라이에 앉는다.

역시나 내 몸에 맞게 의자와 무게를 조절한 후, 15번씩 3세트 시작.

이건 그나마 조금 전에 한 인클라인 체스트 프레스보다는 수월하다.

예전에 이 기구에 앉아 처음 도전했을때 버벅버벅거리자, 아까 그 빨간색 반바지를 입은 몸짱 할아버지가 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팔꿈치에 힘을 꽉 주고 해야 좋다고.

그걸 항상 상기하며 열심히 두 팔을 움직인다.

상체 근력운동이 끝났다.

오른쪽 손목에 끼운 검정색 머리끈을 꺼낼 시간이다.

머리를 높게 질끈 묶는다. 

이제 사이클로 다가간다.

사이클 역시 내 다리길이에 맞게 의자 높이를 맞추고, 항상 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한다.

쉽게 말하면 조금씩 언덕의 경사를 높이며 올라가는 기분이 드는 프로그램이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니 시간이 뜨는 화면에 19:59라는 숫자가 보인다. 초단위부터 카운트된다.

있는 힘껏 페달을 밟는다. 

저번엔 집중 안하고 다른 생각을 하며 페달을 밟았더니, 집중하고 밟았을 때 보다 칼로리와 거리가 많이 차이가 났다.

그래서 최대한 집중하고 밟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자꾸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건 어쩔 수 없다 (ㅜ.ㅠ)

어느새 20분이 지났다. 화면에 총 285칼로리를 소모했다고 빨간색 숫자들이 보인다.

레그 익스텐션으로 다가간다.

내게 맞는 무게에 스틱을 꽂고 발목을 롤패드에 댄다. 다리를 최대한 편다.

허벅지가 단단해진다. 근육이 수축되는게 느껴진다. 만져보니 신기하다.

그렇게 15번씩 3세트 시작. 도대체 나는 15번씩 3세트라는 운동 단위는 어디서 들은걸까. 고민할 새도 없이 어느새 다리운동이 끝난다.

이제 윗몸일으키기 시간이다.

예전에는 윗몸일으키기 기구에 경사가 져 있으면 힘들었는데, 이젠 어느정도 감수할 수 있다.

크런치를 40번씩 2세트를 한다. 그리고 상체를 힘껏 다 일으켜서 2/3만 내려오는 윗몸일으키기를 30번 한다.

모든 윗몸일으키기가 끝나면 윗몸일으키기 기구에 죽 늘어져 눕는다. 그리고 두 팔을 위로 힘껏 뻗는다.

배가 땡긴다. 으악. 일어나자.

옷걸이로 다가가서 패딩 왼쪽 주머니에 있는 아이폰과 이어폰을 꺼낸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미리 세팅해 둔 '운동'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한다.

이제 마지막 30분이 남았다.

런닝머신 시간. 

예전에 밖에서 뛸때는 힘껏 뛰는게 재밌었다. 주위 환경도 휙휙 바뀌고.

그런데 헬스장에서는 뛰는건 그다지 재미가 없다.

그래서 그냥 시속 6.7로 조절해놓고 빨리 걷는다.

옆 사람을 보니 TV를 보며 걷고 있다. 그 옆사람은 이어폰이 없어서 TV소리가 나한테도 들린다.

이런. 내 이어폰의 볼륨 키를 꾹꾹 누른다.

신난다. 리듬을 타고 신나게 걷는다.

이 시간에는 그냥 다른 생각도 마구 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생각을 마구 하면서 걷다보니, 어느덧 런닝머신 화면에 30:01라는 시간이 뜬다.

야호. 오늘의 운동은 끝이다.

런닝머신에서 내려와 몸을 툭툭 털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옷걸이에 있는 패딩을 입는다.

그리고 무거운 헬스장 문을 가볍게 연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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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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