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1. 그런 밥상
아. 둘이 먹는 밥보다 혼자 먹는 밥이 훨씬 더 편할 때가 있구나.

2. 염리동의 기억 한 조각
정확히 21살의 11월 이맘때쯤 처음으로 밖에서 혼자 밥을 사먹었다.
염리동에 있는 김밥천국 비슷한 곳이였다.
그 당시 하던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이였는데 배가 고팠다.
평소같았으면 편의점이나 빵집에 들러서 뭐라도 사서 집에서 먹었을텐데,
누군가 해준 음식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가게 문을 열었다.
안에 들어가보니 혼자 먹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테이블 중에 70프로 정도가 혼자 먹는 사람들이였다.
나도 그 사람들 틈에 끼어 메뉴판을 보고 우동을 주문했다.
얼마 안있어 따끈한 우동이 나왔고, 후루룩 우동을 흡입했다.
생각보다 혼자 밥 먹는 건 쉬웠다. 생각처럼 어렵고 대단한 일이 아니였다.
그리고 내가 점점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꽤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씁쓸하면서도 뭔가 마음이 울렁거렸다.
그 다음 해에 나는 염리동을 벗어났고, 그 뒤로 2~3년에 한 번씩 그 동네를 부러 가본다.
제작년이었나. 그땐 우연히 염리동을 지나가다 그 가게가 있던 곳을 무의식적으로 쳐다봤는데,
그 가게는 사라지고 작은 카페가 그 곳에 생겨버렸다.
괜히 서글프면서 아쉬우면서 허한 마음에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다.
아. 그 때 그 곳에서 나와 함께 밥을 먹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모두들 그 가게를 기억은 하고 있을까. 그 가게가 사라진 건 알고 있을까.

3. 정자동의 기억 한 조각
1년 동안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업무상 저녁식사를 돌아가면서 해야만 했다.
나는 항상 학원 1층에 던킨에서 베이글과 커피를 먹거나,
고봉민김밥에서 김밥 한 줄을 먹었다.
던킨에서는 플레인베이글만 찾았다.
어니언이나 블루베리만 남아있는 날엔 아쉽지만 발길을 돌렸다.
고봉민김밥은 한 줄을 먹어도 양이 어마어마 했다.
그래서 주문할 때 매번 밥을 적게 넣고, 얇게 썰어달라고 이야기를 더했다.
그 뒤로 내 얼굴을 익힌 아주머니는 내가 아무 이야기가 없어도 그렇게 김밥을 싸주었다.
보통은 어떤 음식을 꾸준하게 먹으면 질리기 마련인데,
나는 그렇게 1년 동안 저녁은 베이글과 김밥을 먹었지만 아직도 나는 그 두 음식이 좋다.
아, 이제는 블루베리 베이글도 잘 먹는다.

4. 혼밥 페스티벌
씨유였나. 어떤 편의점에 들렀다가 벽에 붙은 광고를 보았다.
혼밥 페스티벌이라면서, 혼자 먹은 나만의 혼밥을 SNS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상품권을 준다나.
뭔가 우스우면서도,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추첨을 해야 하는 담당자는
그 혼밥 밥상사진들을 보면서 재밌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5. 이메일
어느 때부터 매해 생일에 이메일이 왔었다.
올해는 오지 않았다.
이제 앞으로 그 이메일은 볼 수 없겠지.
그렇겠지.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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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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