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지


새해 첫 날, 가족끼리 회에 술 한 잔씩 하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빠는 말했다.

'나는 엄마랑 뒤에 너랑 진희랑 온가족 다 태우고 어디 놀러가는 시간이 제일 행복해'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는 아빠 차 뒤에 타고 어디 갔던 일이 은근히 많았는데,

점점 커가고, 하는 일이 생기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리저리 바빠지면서 아빠 차 뒤에 타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매일 같이 늦게 집에 들어와서 잠만 자고 나가고, 어떨땐 같은 집에 살고 있으면서도 아빠얼굴도 제대로 못보고 하루를 지나칠때도 많았다.

그래도 가족이랑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며, 밤에 드라마를 볼 시간에 나도 거실에 나가 같이 앉아 있긴 하지만,

드라마가 정말 내겐 재미없고, 또 그 옆에서 핸드폰만 만지작만지작 거리는 일이 많아 같이 있어도 있는 게 아닌 적도 많았다.

마음속으로는 가족이랑 함께 대화를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그래야 된다는걸 알면서도 실제로는 그게 뜻대로 되지가 않았다.

그래서 조금만 더 가족에게 신경을 많이 쓰고, 주말에 시간을 더 많이 내어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것도 먹으러가고, 여행도 가기로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렇게 회를 다 먹고나서 동생이랑 아이스크림을 사러 옷을 한 네 겹씩 두둑하게 입고 나왔다.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면서 종종 레스토랑이든 어디든 맛있는 식당을 예약해서 엄마아빠 모시고 가자는 이야기를 했다. 역시 동생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이스크림 가게에 도착. 열심히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포장해서 집에 오는 중에,

나는 가족들이랑 있을 때 언제가 가장 행복한가, 생각을 해보았다.

멋진 곳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때? 가족끼리 여행갈때? 생일때? 

모두 아니였다.

나는 저녁에 아빠가 나보다 늦게 퇴근하셔서 맥주 안주거리를 찾으실 때,

냉장실 맨 윗칸 신선실에 있는 비엔나소세지를 꺼내어,

가위로 톡톡톡 칼집을 낸 다음에,

후라이팬에 기름을 조금 넣고 달달 달달 볶아 소세지의 칼집이 벌어질 때 쯔음,

예쁜 접시에다가 옮겨 담고,

옆에 귀여운 종지에 케챱을 쭉 짜서,

아빠를 부를때가 가장 행복한 때 였다.

물론 아빠와 엄마, 어쩔때는 진희까지 다 같이 먹을때가 가장 행복하다.

귀여운 소세지들은 종종 나를 행복하게 한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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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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