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


한때는 모든 사람들이 날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하지만 내가 어떤 이에게 알게모르게 피해를 끼치던, 전혀 피해를 끼치지 않던 간에, 그 생각은 정말 부질없다고 느꼈다. 그 때부터 나는 날 위해서 살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날 위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헤어지기 싫은 사람이라도, 모든 마음을 다 해서 좋아했더라도, 떠날 사람은 떠나기 마련이고, 그냥 보기에 밍숭맹숭한 사람이라도, 정신차려보면 어느덧 내 옆에 자리잡아 큰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물론 사람이 스쳐 지나가는 시기엔 언제나 외롭고, 모든것이 헛되보이고, 아무 소용이 없다고 느껴지지만 그런 시기를 지나보내고, 또 지나보내고나면 미련도, 원망도 아닌 그냥 순수한 웃음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지금보다 더욱더 나 다워 질 것이다.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면 거센 비바람과 폭풍이 몰아쳐도 견딜 수 있들테니 말이다.


-Hee





*메모


내 방 책장 아래쪽에 놓여있는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서 5년 전 다이어리를 꺼냈다.

다이어리를 펼쳐보았다.

다이어리에 빼곡히 적혀있던 '나의 할 일'들.

3일 뒤 누구를 몇시에 어디서 만나는 것 부터, 한 달 뒤에 보아야 할 시험의 시작 시간까지.

당장 내일 해야 하는 과제부터, 일주일 뒤에 발표해야 하는 PT의 주제까지.

해야 할 것들이나, 준비할 것들 등이 떠오르면 바로바로 다이어리에 적어두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덕분에

내 다이어리는 텅 비어 있을 날이 없었다.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성격덕분에 사소한 일들부터 비중이 큰 스케줄의 세세한 동선과 움직임들까지 적혀있었다.

 

나는 지나간 것에 대한 미련이 마음에 남는 게 싫었다.

혹시라도 나중에, 아주 나중에라도 그 적힌 미련의 조각들을 보았을때 드는 감정들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누굴 만나든, 그 시간과 순간을 겪으면서 드는 생각을 함부로 다이어리에 적지 못했다.

지나간 것은 그냥 지나간 것일 뿐이라고 마음을 먹고, 잊기 싫은 순간도 굳이 적지 않았다.

정말 내 자신이 잊기 싫은 순간이라면, 훗날 내게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아있을 거라고.

그렇게 내 자신을 설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나간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았다.

내가 추억할 수 있는 것들이 있구나, 라는 것에 대해 감사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분명히 되돌아 보았을때 내게 마음따뜻한 것들이 지금 내가 생각했던 것들 보다 훨씬 많을텐데, 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느끼며 그 순간부터 다이어리의 내용들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 느꼈던 생각들. 어떤 이를 만나며 느꼈던 마음들. 무언가를 보면서 스쳤던 영감들.

이게 사랑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 감정들. 내 안에서 소용돌이 치던 혼란들. 쓰나미처럼 몰려오던 후회들.

다시 되돌아보며 반성하던 시간들. 미지의 세계라고 생각하는 미래들이 다이어리를 채우고 있었다.

단순히 미련이라고만 생각했던 지난 날들의 자취들을 조금씩 조금씩 나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내 자신에게 더욱 솔직해지고 있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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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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