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생각보다 늦게 온 너는 내게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했다. 

하지만 나는 사실 너를 기다리지 않았다. 

짧지 않은 순간들 동안 나는 내 마음을 살펴보기에 바빴다. 

내 손에 들려있던 책의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왕 손에 책이 들려있으니 읽어볼까, 하며 책을 펼쳤지만 전혀 단어와 문장들이 읽히지 않았다. 

나는 내게 되묻고 또 되물었다. 

물론 100% 객관적이기 힘들지만. 언제나 내 자신을 살펴보듯 잘 하고 있는 지, 정말 괜찮은지.

내 선택과 행동에 조금이나마 내가 놓치고 있는 틈은 없는지. 

최대한 감정들을 딱딱하게 만들고, 사실들만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홍수같이 밀려드는 감정들이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자꾸만 나를 흔들었고, 내 마음을 일렁이게 만들었다. 

그 감정들에게 속지 않으려고 애썼다. 

또다시 눈 깜빡할 사이에 그 감정들에게 휩쓸리고 있는 내게, 나는 자꾸만 밀어내고 속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너에게 진심이냐고 묻고싶진 않았다. 

나는 네가 아니기에. 너의 감정들의 농도를 내 마음과 머릿 속에 빗대어 알 수 없기에. 

많은 생각 끝에 나는 나를 믿기로 했다. 

너를 느낀 나를 믿기로 했다. 

내가 느낀 감정들을 믿기로 했다. 

내 두 눈으로 보고, 내 두 귀로 들었던 순간들을 믿기로 했다. 

내가 확신하면 할수록 어쩌면 너와 멀어지는 방향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는 일을 걱정하는 내 시간들이 늘 너무나도 아깝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런 걱정따윈 지금 내게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내가 느낀 너를 지키려면 나를 믿을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나는 생각했다. 

은근하게 나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너를 보면 얼마나 좋은지, 

너의 뜨거움이 내게 느껴질때 얼마나 따뜻한지, 

너에게 안겨있으면 얼마나 설레는지, 

너의 체온이 내게 전해질때 얼마나 편안한지, 

너의 마음이 내게 닿을때 얼마나 행복한지. 

나의 마음을 너에게 차분히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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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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