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1. 머리털나고 난생처음으로 엄마한테 밖에서 밥을 사 준적이 있다. 나는 21살 때였고, 염리동에서 자취를 하며, 홍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을 적이다. 엄마랑 통화를 했는데, 내가 엄마보고 서울로 놀러오라고 한 것 같다. (잘 기억은 안난다)

엄마는 토요일이 되자 홍대를 방문하셨다. 나는 엄마를 데리고 홍대 미술학원 거리에 내가 좋아하던 ‘이찌방테리야끼’라는 가게를 갔다. 그 가게에서 고기를 찍어먹는 소스가 엄청 달달하며 맛있어서, 그걸 꼭 엄마랑 같이 먹고 싶었다. 엄마랑 둘이 앉아, 지금 어떻게 살고있냐, 밥은 어떻게 먹냐, 아르바이트는 괜찮냐, 는 등의 주제로 이야기를 하면서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음식이 나오자 고기 한 점에 소스를 듬뿍 찍어 엄마에게 드렸다. 다행스럽게도 엄마는 맛있다고 해주셨다. 나는 내가 맛있다고 느끼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많아서, 엄마도 맛있어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떻게 보면 소스가 굉장히 달 수도 있었으나, 괜찮다고 해주셨다.

마치 내가 한 음식도 아니면서, 내가 한 음식을 맛있다고 해줬을 때 드는 뿌듯함이랄까.

밥을 다 먹고, 지금보다 어린 나는 지금보다 젊고 날씬했었던 엄마와 함께, 홍대 길거리를 돌아다녔다.

그 때가 따뜻했을 때라 프리마켓이 했어서, 길거리에서 귀걸이도 구경하고, 지갑도 구경하고, 수제품도 구경했다. 아마 엄마는 이런 문화들을 경험하지 못했을거라 생각해서 마구마구 데리고 다니고 싶었다. 그 당시에 만나던 남자친구가 마침 프리마켓에서 공연을 한다고 해서, 저 사람이 내 남자친구야, 하면서 노래도 들려주고 싶었으나 엄마는 다음 약속때문에 엄청나게 아쉽지만 오후 4시쯤 엄마와 헤어져야 했다. 뭐야.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의 감정이 생각난다. 엄청 아쉽고 시원섭섭한.

아주 가끔은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2. 점점 나이가 들수록 특이한 버릇이 생겼다. 버릇? 습관? 식습관이라는 말이 맞겠네.

어릴 적에는 국이나 찌개 등에 밥을 비벼먹는 걸 좋아했다. 국에는 물론 밥을 말아서 김치랑 같이 먹는걸 좋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주 어쩌면 본 재료의 맛을 느끼고 싶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국과 찌개와 밥은 각각 따로따로 먹게 되었다. 뭐 그럴수도 있지, 하겠지만, 더 웃긴건 카레가 있어도 왠만하면 비벼서 먹지 않고 따로따로 먹는다. (물론 집카레 기준) 볶음밥도 왠만하면 먹지 않는다. 뭐 아예 안먹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난 그냥 따로따로 먹는게 참 좋다. 

어릴 적에는 진 밥이 좋았다. 그냥 부들부들하고, 씹기도 편하고, 목구멍에서 잘 넘어가고. 그런데 커가면서, 그리고 현미밥의 그 꼬들함을 느끼면서 진 밥이 싫어졌다. 

그리고 나는 방금 갓 한 밥을 싫어한다. 엄마가 보통 밥을 해두시면 집에서 밥을 먹는 사람이 거의 없다. 다들 직장에 다니고, 밖에서 밥을 먹고 오는 그런 날이 많아서, 밥을 해두면 대부분은 그냥 식게 된다. 그래서 나는 대부분 식은 밥을 다시 데워먹는 것이 더 맛있어졌다. 어느날 나는 갓 한 밥을 싫어한다고 엄마에게 선전포고하자 엄마가 넌 참 특이하다고 했다.



3. 나는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침밥을 챙겨주는 것을 좋아한다. 나로 인해 든든하게 먹고 하루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아침밥 같은 존재가 되고싶다.


-Hee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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