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요 근래 엄청 예민해졌었던 때가 많았다. 중요한 일도, 신경써야 할 일들도 많아서. 그리고 잘 하고 싶은 일들도 있어서 더욱더 예민해졌었던 것 같다. 예민할 때에 나는 정말 내가 봐도 차갑고, 냉정하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잠이 부족할 때가 가장 예민했었다. 시험기간에 새벽까지 공부하고 잠을 한두시간 자고 일어난 아침은 정말 살얼음판이였다. 지금 생각해도 되게 까칠했었는데. 그래도 이제 잠에 대한 예민함은 버린지 오래다. 아무리 밤을 새고, 잠을 몇시간 못자도 그냥 그러려니 한다. 피곤함이야 물론 있겠지만. 이제는 잘하고 싶은 일이 있을때 엄청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래도 그나마 주변사람들에겐 피해가지 않게 엄청난 마인드컨트롤을 한다. 나를 예민하게 만든 일들이 지나가면 그만큼의 허무함이 찾아오는데, 그 허무함에 잠식할 뻔 했다. 변한 건 없는데 괜히 허무해지고 마음이 허해진다. 아직 허무함에 대한 내 마음의 방어를 제대로 해놓지 못해 무방비 상태에서 허무함에 당했다. 이제 단단하게 방어태세를 취해 허무함에 당하지 않겠다.


생각해보면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그게 누구든지간에. 특히 나는 누구에게 간섭받거나, 잔소리를 듣거나 하는 것들을 정말정말 싫어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엄마가 잔소리를 하지 않게, 아예 그런 잔소리가 나오지 않게 알아서 할일은 다 했던 것 같다. 이런 성격 덕분에 부지런함도 생겼다. 하지만 관계를 빙자해 거리를 인위적으로 좁히려고 하거나, 괜히 한 마디, 두 마디, 꼭 필요하지 않는 말을 더 하는 사람들이 있다. 챙겨준답시고. 또는 이제는 그런 관계니까 이래도 되겠지. 뭐 이런 등등의 말도 안되는 이유로 포장을 한다. 물론 모든 적당한 건 좋다. 하지만 사람마다 적당한 선이 다르기 때문에, ‘이건 좀 아닌데. 저 얘긴 하지말지.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인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게 선을 넘는 경우도 생긴다. 진심과 관계는 다르다. 그런데 관계를 빙자해, 또는 관계를 최우선으로 내세워, 이제 우린 이런사이니까 뭘 어떻게 하자 라든지. 이런건 정말 질색이다.


꽃을 참 좋아한다. 집에 엄마의 취향때문에 화초는 많지만 꽃만 단독으로 사온 기억이 없다. 보는건 좋아하는데, 아직 선뜻 길러보려고 하지는 않았다. 우리집에 마당이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까. 아무튼 예쁜 꽃은 보는 사람을, 또는 받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허브나 선인장은 싫어한다. 허브향도 싫어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선물은 허브화분만 받았다. (아마 꽃은 금방 시들고 버려지니까 그렇기야 하겠지만..) 좋아하진 않지만 다행히 집에 잘 모셔놓고는 있다. 솔직히 말해 내게 눈길을 받지는 못한다. 선인장은 굉장히 예민하게 생긴 식물이다.


-Hee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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