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넌 학생회장이니까 뛰어야 해"

3학년때 체육선생님이 나에게 한 말이다.


이 말 한마디로 나는 난생처음으로 마라톤 대회를 나가게 되었다.

내가 다녔던 중학교는 여중이였고. 우리 학교내에도 육상부가 있었다. 

체육시간에 마라톤 나갈 사람 손들라고 하길래, 당연히 육상부였던 애들이 나가겠지, 하고

딴청피우고 있었는데 체육선생님이 나를 지목했다. 

"네? 마라톤이요? 저요? ?????????"


이렇게 출전신청을 하게 되었고, 날짜를 보니 두 달정도 시간이 남아있었다. 

'으아. 두 달 뒤면 한여름인데 그때 내가 5km를 뛰어야 한다고? 완전 덥겠다 으악'


보통 체력장에서는 오래달리기를 운동장 6바퀴정도.. 800m정도 뛴다.

초등학교때부터 체력장때 다른건 몰라도 오래달리기는 자신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였다.

그래도, 1km도 제대로 뛰어보지 못한 내게 5km는 아예 감이 안왔다. 

도대체 얼마나 먼 걸까…..


육상부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항상 단거리, 장거리 달리기 연습을 했다.

체육선생님이 나도 끝나고 육상부 아이들이랑 같이 마라톤 연습을 하라고 했지만,

그 당시 상당히 뺀질뺀질거렸던 나는 연습도 안하고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놀러 도망가기 일쑤였다.

학교 운동장을 지나가야 교문이 나왔던 우리학교. 체육선생님한테 잡힐까봐, 친구들 사이에 끼어 

눈치를 살피며 후다다다닥 빠져나갔다. 

'뭐 언젠가 한번 쯤은 연습하겠지' 라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체육선생님이 계속 남으라고 했지만……………


그렇게 두 달이 지나고 마라톤 대회 당일이 다가왔고, …. 난 한번도 연습을 하지 않은 채로 출전하게 되었다.

하 하 하 

당시 중학교 체육복은 빨간색. (교복은 자주색이였다) 단체로 빨간색 체육복바지를 입고, 위에는 반팔을 입고,

학교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 마라톤 출발지로 갔다.


우와~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 줄이야. 일요일 아침이였는데도 불구하고, 마라톤을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북적.

마침 그 당시 서해대교가 처음 개통하기 직전이였고, 

대교 개통을 축하하기 위해 그 다리를 왔다갔다하는 것이 마라톤 코스였다.

덕분에 완전 서해대교 근처는 축제분위기.


아무튼 열심히 모여서 스트레칭을 했다. 으쌰으쌰. 쭉쭉. 

막상 출발라인에 서니 뭔가 떨렸다. 

'땅!!!!!!!!!!!!!!!!!!!!!!!'

총성이 울렸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르 출발했다.

그 당시 페이스고 뭐고, 그냥 같은 속도로 열심히 뛰었다.

'절대 쉬지 말고 그냥 쭉 갔다가 돌아오는거야. 속도는 그대로 가자'라는게 나의 전략. 푸하.

아무튼 2km지점이였었나, 그 푯말을 보며 열심히 뛰고 있는데, 

문득 앞을 보니 앞서가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마시고 있었다.

조금 더 뛰어서 뭘까, 하고 봤더니 진행요원들이 테이블에 포카리스웨트를 잔뜩 종이컵에 덜어놓고 

마실 사람은 마시라고 주는 것이 아닌가!

오와 신기해. 나도 받아서 마셨다. 물론 뛰는 도중이라서 엄청나게 소량이였다.

또 열심히 뛰다보니, 앞에 한 가족이 마라톤 출전하는 모습을 봤다. 

엄마, 아빠, 그리고 6살?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

물론 아이는 결국 아빠 품에 안겨서 마라톤을 완주했다.

그리고 그 가족을 추월해 계속 달리니, 앞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란히 뛰고 계신 모습이 보였다.

'아….!' 무언가 머리를 띵 하고 맞은 느낌. 그때 내가 든 생각은 아직도 생생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그 당시 내 머릿속에서 새로운 장면이 포착되어 기분이 얼떨떨했다.


이러저러한 광경들과 사람들을 보며 뛰다보니 어느덧, 드디어, 결승점이 보였다!

결승점이 보이기 전에는 80%정도 뛰었을때 진짜 엄청나게 힘들었는데, 결승점이 앞에 보이니까 갑자기 힘이 났다.

와다다다 뛰어서 드디어 도착!

기록을 보니, 26분 대였다. 

나중에 물어보니, 그리 나쁘지 않은 기록이라고.

뭐 아무튼 결승점에 도착하자마자 너무 힘들어서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데, 하나 둘 씩 친구들이 보였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친구들이랑 둘러보고 있는데,

한 쪽에서 엄청 큰 천막에 마라톤출전자들은 모두 무료! 라는 글씨가 보였다.

오? 뭐지? 하고 가보니, 주최측에서 나온건지, 아니면 다른 단체에서 나온건진 모르겠지만

아주머니들이 뭔가를 잔뜩 담은 검정색 봉지를 나눠 주시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일단 받았다.


받고나서 또 옆에 뭔가가 있길래 돌아다녀보니, 야시장같은 장이 서있었는데, 마라톤 참가자들은 모두 무료라고 또 써 있었다.

친구들이랑 나랑 신나서 호떡도 먹고, 옆에 보니 막걸리도 있길래 한 모금 마셨다. (ㅋㅋ)

그리고나서 검정색 봉지를 열어보니, 안에 컵라면이랑 초코파이 등등 먹을거리가 진짜 잔뜩 있었다.

그 먹거리들을 먹고나니 배가 엄청 불렀고, 어린마음에 마라톤을 하면 엄청 많은 혜택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푸하하

대회가 끝난 후 학교로 메달이 배송되었고, 메달을 받아들고 집에와서 엄마아빠한테 자랑을 했다.


이 때가 나의 첫 마라톤 출전 기억이다.


-Hee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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