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얼굴
이윽고 슬픔은 그의 얼굴을 다 차지했다. 수염이 자라는 속도로 차오르던 슬픔이 어느새 얼굴을 덥수룩하게 덮고 있었다. 혈관과 신경망처럼 몸 구석구석에 정교하게 퍼져 있었다. 그는 웃고 있었으나 슬픔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먹고 마시고 떠들고 있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동안 내뱉은 모든 발음이 울음으로 한꺼번에 뭉개질 시간이 팔자걸음처럼 한적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한줌밖에 안되는 웃음을 당장 패대기칠 수도 있었지만 슬픔은 그가 더 호탕하게 웃도록 내버려두었다. 조잘대는 주둥이 깊숙이 주먹 같은 울음을 처박을 수도 있었지만 침이 즐겁게 튀는 말소리를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웃음과 수다에 맞추어 목과 이마의 핏줄이 굵어질 때마다 슬픔이 지나가는 자리가 점점 선명해지는 게 보였다. 웃다가 조금이라도 표정이 일..
그날의 시
2011. 8. 31. 2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