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새
너를 부를 수 있는 말이 나에겐 없다. 멀리서 다가와 멀리 사라져버리는 무슨 아득한 종소리 같은 것 이라고 할까. 네 앞에서 나는 항상 모자라고 네 앞에서 나는 항상 처연하다. 굳이 눈 내리는 밤이 아니라도 좋다. 따스한 차 한잔이면 내 가슴에 얼어붙은 피는 풀리고 이내 너를 향해 시냇물 소릴 내며 흘러갈 게다. 꽃향기마저 사라진 계절에 내리는 눈이 눈썹을 적실 때 나는 한 마리 가녀린 새가 내 손바닥에서 날아오르는 환영에 젖는다. 그렇게 너는 날아가 멀리 그곳에 있는 걸까. 너를 부를 수 있는 말이 나에겐 없다. 서걱이는 겨울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문득 아침 햇살이 찾아와 문을 두드릴때까지. -남진우
그날의 시
2011. 4. 14. 0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