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네이드 1. 못다잔 잠을 겨우 몰아서 잤고.요 며칠간 거진 매일 레모네이드를 원샷한 것처럼 굉장히 머리가 띵하고, 정신이 없었다. 부지런하게 움직여야만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몰아쳐서 쉴 새 없이 움직였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도 전에 감정이 앞다투어 튀어나와 며칠을 붕 뜬 채로 보냈다. 길을 가다가도 피식거리는 일이 잦았고, 하고있는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헷갈렸고, 중요한 것도 그리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그런 날들. 2. 생각할 겨를도 없이.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많이 생길 줄은 알고 있었지만, 너무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일어나버린다. 3. -묻고 싶은 것도, 궁금한 것도 사실 많지만,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 수많은 필터를 거쳐 살아나온 질문은 아무것도 없다. ..
*의도 1.내가 지금 일A와 일B를 진행하고 있는데, 일B가 일A보다 재미있고, 배울 것도 많아서 더 많이 하고 싶어 하는 것 뿐인데, 반대로 일A를 하기 싫어해서 일B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선이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사실 난이도로 따지면 일A가 훨씬 내겐 쉬운데. 편한데. 2.하고싶다고 생각한 것은 성격이 급한 탓에(누군가는 실행력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 그냥 하고 싶은 마음이 크고 성격이 급한 것이 맞아떨어지는 것일 뿐)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바로 해버리는데, 시점을 언제해야겠다고 구체적으로 생각해 둔 것이라면, 당연히 그 때 하는 것 뿐인데. 누군가에겐 그것이 나의 강박으로 여겨진다는 것에 놀라웠다. 사실 그 이야기를 한 그는 한 번 정한 약속은 전날 바꾸기 십상인 성격을 가져서, 몇 번이나 ..
*타로 1. 그 시절의 일탈고등학교때 제일 친했던 친구랑, 어느 가을에 같이 야자(란 말도 정말 오랜만이다)를 몰래 빠지고,수원 남문에 타로카드를 무작정 보러 갔었다. 우리는 누구에게 수원 남문의 타로가 그렇게 잘 본다는 소문을 들었을까. 버스를 중간 지점에서 내려서 한번 더 갈아타야했었는데, 그 중간지점인 버스정류장에 빵집이 하나 있었다.학교에서 저녁도 안먹고 바로 나왔기에 배가 고파서 둘이 빵을 나란히 사서 다음 버스로 환승을 했다.난생처음 남문에 도착한 우리는 찾고 찾아 허름한 상가 안으로 들어갔다.상가에는 이미 밖에 대기석같이 포장마차 의자처럼 플라스틱 의자가 주욱 놓여져 있었고,그곳엔 우리와 같은 고등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깔깔대며 앉아있었다.친구와 나도 빈 의자 하나에 번갈아가면서 앉아 두근두근..
*훌훌 털다 1. 현재진행중추억이 쌓이고, 경험이 점점 많아질수록 자꾸만 과거를 뒤돌아보게 된다. 앞날이 더 많은데. 과거를 돌아보지 말자. 과거는 힘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정확히 말하면 추억이라고 하지만) 이미 지나간 것은 되돌릴 수 없는 법. 최대한 과거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에 더 집중해야지. 과거는 과거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과거가 그리워져도,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 뿐더러, 그림의 떡마냥 당장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그냥 지금을 열심히 살아야지. 지금도 언젠간 과거가 될 테니까. 2. 당신은 안녕하십니까회사에 비슷한 또래의 동료가 있다. 나보다 두어달 늦게 입사한 그 동료는 시간이 지날수록입 밖으로 소리만 냈다하면 90%정도를 투덜..
*멍 1. 2017년 9월의 나의 이상형 누군가 내게 물었다. 이상형? 비스무리한 것을. 고민끝에 난 그냥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생각보다 그런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것을 느껴서 더 소중한 것 같다.그리고 나조차도 내가 바라는 사람이 맞는지 사실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다.마음에 든 멍은 사라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물론 치유시간이 무릎 등에 든 멍보다는 꽤나 오랜 시간이지만) 서서히 사라지긴 하더라. 때에 따라 그 자리에 새로운 멍이 들기도 하겠지만, 겁내지 않고 그냥 난 오늘을 건강하게 살아보련다. 하루하루 건강하게 살아보려고 할거다. 2. 신 좀 그만 나 무릎에 또 멍이 생겼네. 맨날 어디에 부딪히는 줄도 모르고.그냥 신나면 신나는대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분명히 어딘가 무릎..
*구름 1. 어느 날의 일기. 회사에서 클라우드로 제공되는 시스템을 기획하면서 느낀 점들. -전문가인 척 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진심으로 시스템이 구현되길 원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예컨대 그냥 하라고 해서 하는 사람들) 사람들의 태도는 확연하게 갈린다. 눈빛부터.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귀찮아하는 사람들과 최선을 다해 알려주려고 하는 사람들(...) -겉모습으로만 가볍다고 판단했던 사람이였건만 실제로 이야기를 해보면 자신만의 깊이가 있는 사람들. -겉모습으로만 보았을 때 대단할 것만 같았던 사람이였건만 실제로 이야기를 해보면 별 깊이가 없는 사람들. -ERD에 대해서 흥미를 가졌다. 더 구체적으로 배우고 싶어졌다. -화면기획보다 어쩌면 데이터모델링이 나에게 더 재밌..
*숙면 언제부턴가 정자세로 누워야 잘 잔 것 같다. 종종 불을 끄지 않은 채로 잠이 들거나, 옆으로 누워서 아이폰을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든 적도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면 뭔가 몸이 찌뿌둥하고 잘 잔 것 같지 않다. 어제가 그랬다. 일어나보니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그것도 매일 자는 방향과는 정반대로 누운 채로. 뭔가 꿈도 꾼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진 않았지만 꿈 속에 내가 어떤 상황때문에 당황하는 꿈이였던 것만 떠올랐다. 에잇. 불도 제대로 안끄고, 똑바로 누워서 안잤기 때문일꺼야.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잠자는 것은 곧 내 몸 어딘가에 달려있는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과 같다고 느낀다. 어디에선가 상처를 받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든 운동을 하거나 등등 몸..
*선을 넘는 것 오늘은 조금 다른 길로 출근을 해보았다. 항상 같은 길만 걷기엔 재미가 없었고, 빤히 여러 갈래의 길들이 끝에서 합쳐진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다른 길로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평소와는 달랐던 그 길에는 오른 쪽에 쇠창살 담이 주욱 늘어져있었는데, 그 담 위로 장미넝쿨(같다)들과 이름모를 나무 줄기들이 서로 질세라 파랗게 잎사귀를 매달고 삐죽삐죽 튀어나와있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잎사귀를 뽐내는 줄기들 덕분에 자연스레 그늘이 생겨 햇빛을 피해 그늘로 걸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조명등을 켰다. 집에 있는 조명등은 잘 때만 사용하는데, 보통은 자정을 가뿐하게 넘기고 1~2시쯤 잠자리에 들 때 켠다. 하지만 오늘은 밤 11시를 조금 넘겨 이불을 덮었다. 오늘 하루의 일들 중 몇 가지..
*라이프스타일 1. 전 괜찮아요 사실 걱정이라는 건 전부 날 생각해주어서 하는 말들이지만 듣기 불편한 걱정이 있다. 걱정이라는 말을 무기삼아 내가 임하고 있는 삶의 이곳저곳을 함부로 찌르는 경우를 종종 만난다. 그런 걱정은 안해도 돼요. 마음은 정말 고맙지만, 내심 그 걱정의 저의가 의심될 때도 있어요. 2. 기준 "네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사는 방식을 이해해주어서 좋아"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사실 난 너의 방식을 전부 이해해주기 보다는, 나만의 기준이 있었다.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기준이였다. 나와 하루의 시차가 조금은 있더라도,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았던 그 때가 있었기에, 적어도 내가 원하는 때에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었기에, 네가 그렇게 느꼈..
*호흡 1. 보물찾기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마음을 바로잡고, 내가 좋아했던 것들, 하지만 잊고 지냈던 것들에 대해 떠올려본다. 맞아. 난 새로운 걸 아는 것을 좋아했지. 괜시리 쓸데없는 호기심이 많았지. 처음 듣는 주제의 이야기를 좋아했지. 뭔가 내 마음을 들끓게 하는 대화를 좋아했지. 내 마음이 일렁거리게 하는 사람을 좋아했지. 담백한 노래를 좋아했지. 조금은 느리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좋아했지. 정제되지 않은 질문을 좋아했지. 잊고 있었지만 좋아했던 것들을 물 흐르듯 떠올려보며, 숨겨두었던 보물을 찾은 것처럼 입꼬리가 올라갔다. 2. 어느 대화 달리기를 하면 숨은 가빠지고, 가슴은 터질 것 같고, 얼굴은 심각해지지만, 잡다한 생각들은 정리되고,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만 남게되요. 그래서 달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