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1. 그런 밥상 아. 둘이 먹는 밥보다 혼자 먹는 밥이 훨씬 더 편할 때가 있구나. 2. 염리동의 기억 한 조각 정확히 21살의 11월 이맘때쯤 처음으로 밖에서 혼자 밥을 사먹었다. 염리동에 있는 김밥천국 비슷한 곳이였다. 그 당시 하던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이였는데 배가 고팠다. 평소같았으면 편의점이나 빵집에 들러서 뭐라도 사서 집에서 먹었을텐데, 누군가 해준 음식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가게 문을 열었다. 안에 들어가보니 혼자 먹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테이블 중에 70프로 정도가 혼자 먹는 사람들이였다. 나도 그 사람들 틈에 끼어 메뉴판을 보고 우동을 주문했다. 얼마 안있어 따끈한 우동이 나왔고, 후루룩 우동을 흡입했다. 생각보다 혼자 밥 먹는 건 쉬웠다. 생각처럼 어..
*회사1. 어쩌면 잔인한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처럼 겉으로는 보이지만, 결국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개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여 엄청난 갈등들과 이해관계들을 볼 수 있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될 수 있는 그런 곳이며, 실제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실제사회에서는 더한 일들도 많겠지만. 2. 동기들의 동기 동기들을 잘 만난 건 행운이라 생각한다. 각자의 성격들이 천지차이로 다르지만, 그만큼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어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동기들이 같은 팀에서 다른 팀으로 나누어지긴 했지만, 결국 같은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서로서로 도와주고 있다. 회사에서 만난 그나마 끈끈하다고 볼 수 있는 우정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3. 여사원의 권리 기업의 규모가 어떠..
*눈을 뜨면 1. 생채기 아무 생각없이, 어떠한 의욕의 한 줄기 없이 아침에 눈을 떴던 적이 있었다. 눈을 뜰 때마다 싫고, 좋고의 감정에서 더 많이 나아가 조금 더 무뎌진 마음으로 현실을 애써 회피하며, 지금보다 더 마음이 다치지 않게 꽁꽁 무뎌짐으로 동여매며, 하루를 시작한 적이 있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런 시간들도 결국 끝이라는 것이 정승같이 기다리고 있었으며, 무뎌짐으로 꽁꽁 쌓인 마음은 더이상 풀리지 않은 채 그렇게 그런 시절을 맺었다. 시간들이 묵묵히 쌓여갈수록 마음의 앙금도 더 단단해져만 갔다. 그런 앙금들이 혹여나 지금도 남아있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이 스쳐가지만 굳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에 그 앙금들을 들여다보지 않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앙금이길 바라며..
*우리1. 일 복 일 복이 터졌다. 밤 12시 전에 퇴근하면 칼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새벽 1~2시에 퇴근길을 걸었다. 확실한 건, 11월 한 달도 그렇게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주 재미없진 않다. 관리기법을 신명나게 배우고 있으며, 관리툴을 다양하게 접하고 있으며, 인적자원관리 또한 몸으로 부딪히며 경험하고 있다. 정신이 없어도 시간은 엄청 빨리 간다. 그래도 당분간 시간이 빨리 가는게 성격 급한 내겐 엄청 좋은 상황이기에, 더 정신이 없어도 괜찮다. 지금 내가 관리해야 할 것들만 내 손아귀에 잘 쥐고, 관리하자. 2. 처음엔 어려웠는데. 사실 난 그때 질투가 났다. 이미 지금에와서는 정말 수 많은 시간들이 지났기에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여야 하겠지만, 솔직히 지금 생각해봐도 질투가 나고, ..
*반성 1. 숨겨져 있던 복선들 맞다. 기대했다. 헛된 기대에 실제의 너를 빗대어 비교했다. 그 기대를 믿고 너를 만났고, 네 존재에 의지도 했고, 네 말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생각해보면 너와 나는 사고의 뿌리부터 너무나도 달라 서로를 원체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였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복선이 하나하나 깔렸을 지도 모른다. 알아채지 못하거나, 알아도 모르는척 외면한 복선들은 쌓이고 쌓여만 가고, 그렇게 너와 나는 멀어졌다. 2. 1시간을 사이에 두고 넌 내게 장문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너와 나의 모든 대화들은 농담일 수 없었다. 가식일 수 없었고, 내숭일 수 없었고, 서로를 밀고 당기는 일도 상상할 수 없는 상태였다. 오직 현명하게 생각하..
*언약1. 다른 대화를 하자 우리들은 지금 지키지 못할 말들을 서로 내뱉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말들로 인해 살아가는 동력과 동기가 불어넣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 말들로 인해 느끼는 허탈감과 상실감은 어떻게 견딜까. 그 말들이 일상의 임시방편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킬 수 있는 말들만 내뱉고 싶은데, 정말 상황이 변해서 지키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느꼈고, 그 말을 어떻게든 지키려고 유연하지 못하게 행동한 적도 많았고, 내가 들었던 그 말들이 다시 화살이 되어서 내게 상처도 돌아온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조금 더 신중해졌지만, 어쩌면 지키지 못할 말들을 어렵사리 내뱉고 있다. 어떨 때는 그런 말들에 질려 현재형의 말들만 믿고 싶었던 적도 있다. 현재형의 말들은 최소한 지금 느..
*카레 1. 엄마카레 지난 3년여간 교정을 했었다. 엄마가 카레를 해줄 때면 집 안에 카레향이 진동하고, 카레는 또 한 번 하면 며칠은 먹기 때문에 며칠동안 카레향을 맡았었다. 엄마 카레를 좋아하는 나는 너무너무 카레가 먹고싶어 군침이 돌았었는데, 교정기가 투명인 바람에 카레를 먹으면 노랗게 변한다는 속설을 어디서 듣고는, 카레를 한 입도 못 먹었던 적이 있었다. 3년이 지나고 교정기를 시원하게 제거해버리고 엄마한테 카레를 해달라고 했다. 샛노랗고 당근과 감자가 약지손톱만하게 일정한 크기로 듬뿍 담겨있고, 양파와 고기가 듬성듬성 들어있는 그런 엄마카레. 정말 밥 양의 2~3배는 떠와서 김치와 함께 엄청 맛있게 먹었다. 나는 카레를 밥과 따로 먹기 때문에 숟가락으로 카레를 밥처럼 먹었다. 엄마 카레 또 먹..
*남겨진 것들1. 우스운 행로 아이폰으로 지도를 켰다. 목적지를 설정하고, 현재 위치와 아이폰을 사방으로 돌리며 가야 할 방향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몇 걸음 간 후 확인, 서너 군데 가게를 지나서 또 확인. 커브길이 많은데 왼쪽으로 꺾어야 하는지, 오른쪽으로 꺾어야 하는지 정말 여러 번 확인하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우습게도 목적지에 도착하자 괜히 정이 가지 않았다. 사실 굳이 목적지는 그 곳이 아니여도 상관이 없었고, 가장 중요한 건 변덕을 부린 내 마음이였다. 그래서 원래 정이 붙어있는 목적지로 발길을 돌렸다. 몇 십번은 가던 곳인데, 출발지가 항상 출발하던 곳과는 반대방향이였다. 감으로 그 목적지를 향했다. 두 블럭쯤 갔을까.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머릿 속 지도가 뒤엉켰다. 바보. 다시 아이폰을 ..
*여유 1.저녁을 먹고 가볍게 산책하는 것,소중한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일주일에 한 번쯤은 좋아하는 장소에 가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것,멋있는 등산복, 등산신발이 없어도 편한 옷을 입고 등산하는 것,휴일아침에 조금 부지런을 떨고 일찍 일어나서 맛있는 브런치를 (해)먹는 것,중고서점을 찾아가 마음에 드는 책 한 권 사서 자기 전 시간을 그 책으로 장식하는 것,나와는 다르고 좋아하지 않는 방식의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 그대로를 이해해보려고 하는 것,진심을 다해 응원해주는 것,지난 날을 되돌아 보는 것,딱히 좋은 일은 없어도 무표정을 일관하기 보다는 환하게 웃는 것.꼭 금전적인 여유가 없어도 부릴 수 있는 여유는 많다. 2.마음의 여유는 결국 자신이 만드는 것. 3.마음이 ..
*빙수 1.그래도 명절이라고,잊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연락이 종종 온다. "우리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열심히 살자" 이번 추석때 내가 받은 메세지다.이런 이야기를 내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2.올 여름, 생각보다 빙수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이 없었다.목이 마르다, 이가 시리다, 맛이 없다,그런 이에게 흔쾌히 빙수를 건네보았다가 퇴짜를 맞거나,마지못한 승락을 얻었다.그리고 빙수의 60%이상의 몫을 내가 해치워야 했다.단지 상대보다 빙수를 더 좋아한다는 이유로.단지 상대에게 빙수를 건넸다는 이유로.그 이후엔 먼저 빙수를 먹자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3.나는 너에게 아무것도 추억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어떤 변명도 할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죄책감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안함이 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