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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111.졸업

puresmile 2016. 2. 21. 21:52

111.졸업


드디어 내일이 졸업식이다.

우리 부모님과 주변 친구들은 내 졸업식은 다시 없을 줄 알았다고 했었다.

하긴. 이해는 한다. 휴학 8학기를 꼬박 다 쓰고 졸업을 했으니.

부모님 입장에서는 얼마나 조마조마했겠는가.

하지만 나는 졸업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하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가능한 많이 해보느냐고 휴학을 했었고,

학교도 학교대로 재미있어서 학부생활을 열심히 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입학했던 1학년 때,

수 백개의 한자를 모조리 외워 거뜬하게 한자시험을 보고 기분좋게 나온 적이 있었고,

내 생애 첫 조별모임에서는 박명수의 바다의왕자 노래를 개사해서 댄스보다 귀여운

율동을 하면서 발표를 한 적도 있었고,

외국인 교수님 시간에는 옆 친구를 서로 Hero라고 소개하며 그 친구의 장점을 부각시켜 발표한 적도 있었고,

고등학교때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운 머리로 가장 쉬운 일본어 수업을 들어 점수를 정말 쉽게 받았던 적도 있었고,

처음보는 공학계산기를 두들기며 한글로도 어려운 수학을 영어로 푸느냐고 머리를 굴렸던 적이 있었다.

또한 회계학원론을 들으며 CPA의 꿈을 잠시 키웠고,

정말 우아함의 최고조인 교수님께 우아하지만 난해하기 짝이없는 프랑스어를 재미있게 배워 샹송을 불렀고,

연극의 역사를 배우며 모르던 오페라와 뮤지컬에 대해 알았고 열심히 연습한 Fame의 화음을 맞췄다.

장학금을 받고, 자신감이 붙었던 2학년 때는,

친구와 어디에서 나온 용기인지 몰라도 공대 기초과목인 수학을 들으며 미적분의 쓴 맛을 경험했고,

1학년때 했던 프랑스어에 꽂혀 분야가 다른 프랑스어를 또 들었으며,

우아한 교수님의 다른 전공분야인 기호학에 대해 배우며 난생처음 교수님과 카쉬전에도 갔었고,

C+이라는 학점을 처음 맛보게 해준 부동산 수업도 들었었다.

짧지 않은 휴학을 하고 졸업할 나이에 다시 2학년에 복학을 하여,

확실하게 관심분야를 알았다고 생각하여 들었던 이커머스에 대해 공부하며 인생의 없어선 안될 친구를 만났고,

전공수업에서 엄청나게 훌륭하고 멋진 조직행위론 교수님을 만나 정말 배우고 느낀 것들이 많았고,

또 다른 용기가 생겨 스포츠레저학과의 전공수업을 들어 상암월드컵경기장, 여주도자기축제, 화성행궁 정조대왕행차를 보았고,

한자의 벽을 넘기지 못해 좌절했던 일본어시간도 맞이했었고,

이제는 독일어를 배워보자는 욕심에 나이 지긋하고 때론 고루한 교수님이 마구잡이로 발표시키는 수업을 긴장하며 들었다.

드디어 나도 고학번이 되었다고 느꼈던 3학년 때,

좋아하던 오빠의 추천으로 들었던 고대 문명에 대한 수업을 들었으나 친한 친구들 3명이 같이 들었던 관계로 좋지 않은 성적을 받았고,

지난 학기에 만난 존경하는 교수님의 다른 전공수업을 또다시 행복하게 토론하며 들었으며,

협상론때 발표하기 위해 조별로 지동시장과 홈플러스익스프레스에 가서 몰래 녹음하면서 인터뷰하기도 했었고,

엑셀 자격증을 따두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엑셀수업인 경영소프트웨어를 보다 간편하게 들었으며,

5명이서 공강을 맞춰 중간에 잠시 학교 밖에 나가서 지파이랑 맥주를 사서,

자칭 텔레토비동산에서 광합성을 하며 맥주를 마신 후에 모조리 수업시간에 얼굴이 빨개져서 술냄새가 날까봐 말 한 마디 못했었다.

반년을 또 휴학을 한 후 또 다시 3학년에 복학했을 때,

아는 여자친구들은 거의 대부분 졸업을 했으며 졸업하지 않은 친구들은 휴학을 했어서 혼자서 수강신청을 했었는데,

리더십과 기업윤리워크숍 수업시간에 정말 평생 기억에 남을만한 조별모임들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었고,

수원 행궁동 쪽에 멋진 공간인 대안공간 눈에 가서 원장님도 인터뷰를 했으며,

멋진 서류봉투 가득 감히 받아도 될까 싶었던 편지들도 받았었고,

인류의 시초부터 시작하여 뉴턴, 그리고 정치싸움까지 재미있게 설명해주셨던 과학사 교수님도 계셨고,

가장 기억에 남는 월급체계와 직원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던 인적자원관리도 들었었다.

또 다시 2년간 휴학을 하고 이젠 정말 나이가 고학번을 넘어설 때 맞이했던 4학년은,

안들었으면 어쩔뻔했나, 하는 생각과 함께 어릴 적 할아버지, 할머니가 이야기 해주는 옛날이야기보다 더 신나게 설명해주시던 교수님께 그리스 로마신화에 대해 배웠고,

과학사에 이어 이제는 미생물부터 시작하여 DNA까지 훑어보았던 생물학 시간도 기억에 남고,

논리학의 최고봉 중 하나인 교수님께 정말 논리적인 수업을 들으며 나 스스로 논리에 대한 깊이를 느낄 수 있었고,

이제는 학번이 많이많이 높아서 조장도 감히 시키지 않는 조별모임에서 조장을 여느때와 다름없이 자처해 상암 DMC에 가서

오마이뉴스 편집장님을 인터뷰하여 조별발표를 했었다.

그리고 마지막 학기인 4학년 2학기 때에는 재수강을 아예 하지 않았고, 학점도 꽤 많이 채워둔 상태라

딱 2과목만 들으면 모든 학점이 채워졌던 때였다.

2학년 2학기때 만난 인생에 없어선 안될 친구와 또다시 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협상론 때 만난 이미 졸업한 친구와도 학교에 갈 때 마다 자주 볼 수 있어서 즐거웠었고,

환경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수 있었고,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던 환경과 인간이라는 유익한 수업과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3시간 내리 연강이여서 솔직히 들어가기 싫었지만 꼬박꼬박 다 들어갔었던 노사관계에서는

노조의 입장을 피부에 와닿게 느꼈으며 사측의 입장에서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을 가졌다.

대학교 수업은 학점신경 안쓰고 엄청 여러 분야를 보고, 배우고, 경험하고 싶었고,

휴학을 했던 8학기 동안은 또다른 세계와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사람들을 만났다.

물론 끊임없는 대학생활을 하지 않아 내가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부분들도 많이 있었지만

그 부분들은 휴학을 하고 새로운 경험들을 많이 하면서 채울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입학과 졸업만 두고 보면 정말 길고 긴 대학생활이였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동기들보다도 더 길게 했으니, 말할 것도 없지.

그래도 아직 내가 들어보지 못한 수업들도 많이 남겨져 있고, 배우지 못한 분야들도 많이 남겨둔 것 같아서 아쉽긴 하다.

경영학과 특성상 전공수업은 재무,회계 쪽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조별모임이여서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 많은 PT를 소화해냈고, 개인적인 역량도 많이 쌓을 수 있었던 경험이였다.

솔직히 대학교에는 미련이 많이 남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졸업식 전 날 밤이 되니 아쉽고, 미련도 남고, 괜히 그리워진다.

나의 20대의 2/3 이상을 차지했던 여대생은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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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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