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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139.가을냄새

puresmile 2016. 9. 4. 19:26

 *가을냄새


1.

커피를 주문한 뒤 책을 펼쳤다.

한 장, 한 장, 꼼꼼하게 읽어나갔다.

책에는 작가의 삶에 대한 내용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반 정도 읽었을까,

점점 읽어나가기가 어딘지 모르게 불편했다.

그렇다고 작가의 삶의 시간들이 불편했던 건 절대 아니다.

어떤 이의 파란만장한 삶을 내가 마주칠 때,

내가 겪었던, (혹은 겪고 있는) 시간들이

너무나도 당연스럽게 되는 것 같이 느껴졌다.

나는 나의 힘든 시간들이 솔직히 아직까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아직도 나는 나의 힘듬이 어색하며, 내가 아닌 것 처럼 얼떨떨하며,

제3자의 입장에서 보는 것 같이 메타자아 속에 항상 있고 싶어 했다.

당연한 시간들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데,

이 책을 읽으니, 나의 시간들도 당연한 삶의 일부분이라고 느껴지는게,

불편했다.

그렇게 나는 그 책을 더이상 읽지 못하고, 책장을 덮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길 바라면서도,

지나가는 시간을 아쉬워했다.


2.

그는 내가 얄밉다고 했다. 마치 앞으로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고 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이런 경험, 저런 경험을 통해 완벽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고 했다. 스스로 한번도 이런식의 생각을 감히 한 적이 없는데, 그렇게도 나를 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한편으론 감사하면서, 매우 소중했다. 거진 장시간동안 삐걱대고 있었던 내 안에 있는 엔진에 힘을 싣어주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 이야기를 듣자 내 자신이 정말 모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180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우리는 희망과 고통을 함께 짊어지며 살아가고 있으며,

겪고 있는 계절의 시간들이 순환하는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희망의 내용이 변하며, 고통의 크기는 계절의 순환횟수와 비례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비례라고 하면 잔인하니, 정비례라고 이야기는 하지 않아야지)

얻었던 생채기들이 아물기도 하지만 흉터는 남는 걸 어찌하지 못하며,

이제는 생채기가 나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바라는 것보다 

조금만 더 빨리 아물게 해주세요, 라고 바라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4.

따뜻한 스웨터가 생각나고,

따뜻한 라떼를 주문하고,

잠을 청할땐 이불을 꼭 끌어안고,

얇은 이불의 두께가 아쉬워지고,

옷장 속에 잠들어있던 자켓을 꺼내고,

길을 걷다 느끼는 선선함에 불현듯 스노우보드가 떠오르고,

에어컨 바람이 더욱더 싸늘하게 느껴지고,

생각지도 못했던, 마음 한 구석이 아린 메세지를 받게 되고,

찬 바람에 더욱더 어울리는 재즈를 마음놓고 편히 듣지 못하고,

마음 한 켠이 조금은 더 달달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가을을 지내고 있다.


5.

가을에는 꼭 등산도 하고,

자전거도 타야지, 

라는 한 여름의 결심을 과연 지킬 수 있을까.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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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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