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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170.소원

puresmile 2017. 4. 9. 17:28

 

*소원

1. 4월의 주말  
근 두 달만에 간 집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일 년 넘게 아무도 없었던 내 방은 이제 거의 창고 수준이 되어 있었고,
핸드메이드 동호회를 만들어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동생 방은 거의 공방 수준이 되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모님 얼굴을 들여다 보았는데, 아직 예전 모습 그대로셨다.
원래 집에서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나인데, 아빠가 밖에 나가서 회까지 떠오시는 바람에,
어쩌다보니 내 앞엔 꽉 찬 소주잔이 놓여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항상 건강하자!'를 외치며 짠을 하고, 소주도 마시고, 회도 먹고,
먹고 싶었던 김치전도 먹고, 엄마표 김치찌개도 먹고, 내가 온다고 사다두신 딸기도 먹었다.
신기하게도 엄마가 만든 음식은 항상 엄마만의 맛이 담겨있다.
같은 메뉴를 다른 곳 어디에서 먹어보아도 맛 볼 수 없는 유일한 맛.
엄마는 조그맣던게 언제 이렇게 커서 엄마아빠랑 소주를 마시냐며 감회가 새롭다고 하셨다.
두런두런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고, 소주 두 병 정도를 비운 후
나는 나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각자 제일 편한 자세로 티비를 보았다.
어느덧 나도 부모님 댁이 생겼고, 부모님께 용돈이라는 것도 드리고, 이젠 사용하지 않는 내 방이 생겨버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그 순간 그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앞으로도 엄마아빠는 늙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고,
지금 모습 그대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도 잔병치레를 자주 해서 병원과 조금은 친하지만, 앞으로는 절대 병원에 갈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마냥 그냥 건강하자.

2. 램프의 요정은 그 어디에도 없다
사실 간절히 바라는 것들이 없을지도 모른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머피의 법칙마냥 무언가를 바라면 기대가 생기고, 그러면 꼭 실망이 따라온다.
그렇기에 난 그다지 무언가를 평소에 간절히 바라지 않는다.
그나마 꼭 바라는 것이 생긴다면, 무언가의 도전, 행위 등을 한 후 결과를 기다릴 때 정도.
그것도 내가 '후회없게 준비를 한 경우'라는 전제가 깔린다.
원인에 맞는 결과가 뒤 따라오고, 정비례 하진 않지만 노력에 따른 성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아무런 노력과 준비도 하지 않고, 무언가를 바라는 건 너무 허황된 꿈이며 그림의 떡이다.

3. 거의 미녀와 야수에서 나오는 마법의 걸린 궁전 수준
그래도 램프의 요정이 있어서 소원을 빌어보라고 한다면,
내 냉장고가 과일화수분이었으면 좋겠고,
매일 머리를 감으면 빠져서 화장실 배수구에 남아있는 머리카락이
스스로 걸어가 쓰레기통에 들어가주었으면 좋겠고,
인덕션 위 웍에는 항상 따끈한 음식이 담겨져 있었으면 좋겠고,
공부하는 것들이 내 머리 속에 한 번에 다 들어갔으면 좋겠고,
물티슈들이 알아서 스스로 방바닥을 헤엄쳐 깨끗하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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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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