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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263.낭비

puresmile 2019. 1. 20. 19:59

*낭비

1.
좋은 것들은 바로바로 소비해야 한다.
먹는 것, 보는 것, 쓰는 것, 듣는 것, 말하는 것 따위 모두.
예전엔 꽤나 아꼈다.
좋은 것들에 대한 미련과 집착이 있어, 함부로 낭비하지 말아야지, 쉽게 사용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유통기한이 있었다.
엄마가 정성들여 해준 더덕무침을 냉장고에 넣고 아끼다가 모두 상한 일.
자주 만나면 혹시나 질리진 않을까, 혹시 너무 쉽게 생각하진 않을까 등등 잡념에 사로잡혀 비싸게 굴다가 인연을 놓친 일.
비싼 명품 화장품이 어느날 내 화장대에 들어왔고, 아까워서 서랍 안 쪽에 넣어두고 그만 잊어버린 후 유통기한이 지난 뒤에 발견한 일.
그 때의 감정을 불러오기 싫어서 좋은 노래들을 아끼고 아끼다가 결국 내 자신이 바뀌고 말아, 더이상 그 노래가 좋지 않은 일.
표현하기 쑥스러워서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못하고 결국 헤어진 일.
별의별 일들을 겪은 후 가치가 바뀌었다.
아끼면 똥된다는 말이 사실이였다. 
나는 앞으로 좋은 것들은 마음껏 낭비할 것이다!

2.
'아, 진짜 이 시간들도 내게 낭비일까. 이렇게 내 마음을 뒤집어놓는 이 시간들 모두 낭비인 것일까. 이제 그만 끝내야 할까.' 
작년 여름, 이런 생각을 수도 없이 많이 했었다. 끙끙 앓고 있었고, 주변은 도무지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것들 투성이였으며, 무엇보다 신뢰가 무지막지하게 깨어져 버린 것만 같았다. 그렇게 힘들 때, 과거를 되돌아봤다. 과거에도 분명히 이런 힘든 시점이 있었고, 혼자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던 것들이, '모두 다 지나가리라'라는 말처럼 어찌어찌 지나가서 지금까지 왔다. 결국 그런 고민과 스트레스로 힘들었던 시간들은, 되돌아보면 다 아무 의미 없었던 것들도 많았다. 다시 말해 감정낭비. 감정소모. 아픈 것들은 모두 훗날 의미가 있지 않았고, 사실 대부분 도움이 되지도 않았으니까. 버텨진 시간들이 지나갔다. 그리고 수백번 끝이라고 생각하고 체념했던 때에, 결국 우리는 다시 만났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아팠던 시간들이 낭비라는 생각이 들지않게 우리는 그 시간들에 대해 되짚어보았고, 되뇌였고, 양분이 되도록 곱씹었다. 아직도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다. 사람이 완전할 수 없으니까.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웃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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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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