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러 계절이 지나고 또 지났다.
이제 네가 사라졌고, 기억을 애써 하지 않는 이상 자연스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인간은 참으로 간사하지만 어떻게 보면 마음 편한 망각의 동물이다.

2.
가을에 네가 있었는데, 봄에도 네가 있다.
겨울에는 꽤나 친절한 너였는데, 여름에는 성난 네가 있다.
가을에는 날 외면하는 네가 있었는데, 봄에는 자꾸만 나를 부르는 네가 있다.
겨울에는 따뜻한 네가 있었는데, 여름에는 무심한 네가 있다.

3.
겨울이 지날 무렵, 집에 오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비교적)뚜렷한 나라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옷이 그나마 나뉘어져 있어서 항상 계절마다 옷 정리 하기 바쁘고, 때로는 (특히 겨울철에) 옷의 부피가 옷장의 크기보다 더 커져서 넘칠 때도 많은데. 사계절이 없는 나라에서는 사계절이 있는 나라보다 옷의 개수가 적을까? 아니면 그 나라의 계절의 시간도 우리나라의 사계절의 시간이랑 같이 때문에 시간에 비례해서 옷의 개수가 많을까? 여름나라는 옷이 얇아서 옷 정리하기 편할까? 반대로 겨울나라는 옷장이 지금보다 두세배는 더 커야겠지?'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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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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