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소음

1.
대학생때 공강인 어느 날,
아마 지금처럼 흐린 여름은 아니고, 바람이 솔솔 부는 날이 좋은 여름 날이였다.
내 방은 큰 창이 있어서 문을 열어놓으면 방충망 사이로 바람이 정말 많이 쏟아졌고,
그런 오후에 난 책상에 앉아서 무언가를 골똘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거실에 있는 엄마가 생각났다.
이 생각이 들자, 문 밖으로 라디오소리가 들려왔다.
괜히 마음이 짠했다. 
나와 같이 점심을 먹고 난 후 바로 난 방으로 들어왔는데,
괜히 들어왔나, 집에 이렇게 오랜만에 오래 있는 건데, 엄마랑 더 시간을 보낼 걸 그랬나,
엄마가 적적한 마음에 괜히 라디오를 틀어놓은 건 아닌가, 하는
괜한 기우(였으면 좋겠다. 지금도.)때문에 나는 벌떡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라디오에서는 누구지 모를 약간 시끄러운 디제이가 열심히 이야기를 하며 노래를 선곡했고,
엄마는 식탁에서 예쁜 찻 잔에 믹스커피를 마시며 문화센터에서 나온 전단지 비스무리한 것을 읽고 계셨다.
난 엄마의 맞은 편에 앉아서 엄마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그 이후로 나는 엄마와 둘만 있을 때 절대 방문을 닫지 않았다.
뭔가 엄마가 서운해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괜한 나의 걱정에.

2.
어릴 적에 학원끝나고 집에 도착해서 현관문을 열자
어둠이 날 반길 때가 제일 싫었다.
복도 센서등이 꺼지기 전에 부리나케 신발을 마음대로 벗어두고 거실로 들어와서
모든 스위치를 다 눌렀다.
심지어 TV까지 켜 두어야 안심이 됐다.
내 방에서 컴퓨터를 해야 할 때도 거실엔 항상 TV가 켜져있었다.
빈 집의 어둠과 적막을 싫어했다.
항상 아빠는 날 전기도둑이라 불렀다.
지금도 사실 그 때의 습관이 남아있어서 굳이 필요없는 방까지 불을 켜 두는 게 일상이다.
누군가는 집에 있을 때 불을 다 꺼놔야 마음의 안정이 든다고 한다.
나도 그 말을 듣고 따라해봤는데, 뭔가.... 불안하다. 괜히.
이제는 고칠 때도 됐는데.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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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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