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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304.한약

puresmile 2019. 11. 3. 21:39

*한약

1.
우리 부모님은 나를 너무 튼튼하게 낳아주셨고,
그 흔한 맹장수술 한 번 안 하고,
살이 찢어져서 꼬매거나 한 적도 없고,
부러져서 기브스를 하고 다닌 적도 없다.
마음껏 뛰고, 걷고, 달릴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한 마음 뿐.

2.
일 년에 한 번, 잘까말까하는 낮잠을 부모님댁에서 자고 있을 때,
엄마아빠는 내가 좋아하는 잡채를 해주려고 마트에 가셨었다고 한다.
이런게 한약이지.

3.
근데 마음의 단단함 여부는 나도 몰랐지.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지고,
나도 모르게 쓸데없는 눈치를 보면서 선택을 미루고 있는 것도 우습기도 하고.
하지만 살피는 내 마음과는 다르게 딱히 나를 원하는 것 같지도 않는 것 같기도 하여
선택을 미루는 내 자신이 우습기도 하고.
어느 하나 담백하게 말 한 마디 꺼내기 어려운 형국이 될 지 누가 알았겠나.
나 원래 이렇게 복잡하게 살지 않았던 것 같은데.
궁금하면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고, 해보고 싶은건 해봐야 직성이 풀렸는데.
안그래도 복잡한 세상에서 속 시원한게 좋은거 아닌가.
원하는게 있다면 내게 말했을 테지.
원하는게 있다면 내가 말했을 테지.
앞 뒤 꽉 막힌 고구마처럼 머리 속만 복잡한 채로 앉아있지 않았는데.
조금은 이제 걷어내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려고 (노력)한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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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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