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도란도란 프로젝트

329.불필요한 소비

puresmile 2020. 4. 26. 22:52

*불필요한 소비

햇빛이 쨍하게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 날엔 꽃무늬 블라우스에 그렇게 꽂혔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내 눈이 가는 꽃무늬란 꽃무늬 블라우스는 사고 또 샀다.
처음에는 7일 내내 다른 옷들을 입어도 될 정도여서 웃겼는데,
어느새 정신차려보니 7일은 무슨.
2주를 입어도 더 남을 정도까지 되어버렸다.
그리고 계절이 지났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회사원이 되었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에 있는 모든 시청이나 구청. 관공서, 공사공단들을 돌아다니게 되었는데,
그때 내 복장은 치마정장이였다.
치마정장에는 꼭 하이힐을 신고 싶었던 내 욕심에 하이힐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직장인이 되니 생각보다 내 시간이 많이 사라져버려서
온라인으로 눈으로만 보고 하이힐을 사버렸더니,
이게 뭐야. 버리는 게 반이였다.
보기엔 라인도 잘빠지고, 너무 예쁜데, 발이 너무 아파 한 번 신고 버린 힐도 있었고,
버리기엔 너무 아까울정도로 예뻐서 억지로 두어번은 더 신고 역시나 버린 힐도 있었다.
예쁜 디자인에 플러스로 편안하게(사실 하이힐에서 편안함을 찾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만)
신고 다니던 힐은 역시나 손에 꼽았다.

옷과 구두들의 쇼핑이 이제 질렸을 때쯤
(몇 년을 반복하다보면 디자인이고, 패턴이고 다 비슷비슷한게 보여서 흥미를 잃는다)
귀걸이로 눈길을 돌렸다.
귀걸이는 마치 야금야금 군것질을 하는 것처럼 생각보다 저렴한 것들도 많았고 
온라인으로 쇼핑을 해도 실패할 확률이 적었다.
부모님이 튼튼하게 낳아주신 덕분에 금이고 은이고 그런 귀걸이말고도
정말 아무 귀걸이나 거뜬히 착용할 수 있는 귀를 가진 것도 한 몫 했다.
그래도 나름의 귀걸이 쇼핑기준은 있어야 하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귀걸이들과 똑같은 모양만 아니라면 사보자, 라는 기준을 정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수만가지 종류의 귀걸이가 있지 않은가.
이건 거의 눈에 보이는 것들은 그냥 다 사자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옷은 주변 사람들이 봐도 딱 내 스타일이라고 할 정도로 나만의 스타일이 정해져있었고,
그 틀을 깨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에 반해 귀걸이는
내게 어울리고 안어울리고 생각할 필요없이,
새로운 스타일을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던 것이라 그냥 정말 이쁘면, 새로운 것이면 산 것 같았다.

말레이시아에 와서 다시 또 하이힐 욕심이 도졌다.
여긴 항상 여름이라 앞 코가 막힌 하이힐보다 샌들을 매일 신고 다녔는데,
힐이 높은 샌들을 찾던 와중에 우연히도 기가 막히게 편안한 브랜드를 찾아버려서
주말만 되면 신상이 나왔는지, 내가 못 본 샌들이 있는지 방앗간처럼 그 샵을 찾아갔다.
그리고 쇼핑몰마다 그 브랜드의 샵이 있었는데 샵마다 또 가지고 있는 재고가 달라서 
새로운 디자인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렇게 제일 최근에 산 분홍색 힐을 한 번 신고 출근하고 난 후
코로나바이러스가 아시아에 심각하게 확산되어 말레이시아 정부는 락다운을 시행했고,
한 달 내내 힐은 신지도 못하고 맨발로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어느새 락다운은 야금야금 3번째 연장이 되었고, 다행인지불행인지 내 쇼핑은 또다시 멈춰졌다.

그리고 조금씩 온라인 쇼핑을 해봤는데, 역시 택배천국 한국과는 다르게
이곳은 해외직구하는 것마냥 잊을만하면 택배가 오고,
그것도 샵마다 천차만별이여서 일주일은 기본이고, 2-3주 걸리기도 한다.
또한 집에 꼭 있어야 택배를 받을 수 있다. 집에 없으면 다시 가져가버린다.
훙. 이런저런 이유로 흥이 지속되지 않는다.
덕분에 적금통장은 하나 더 늘었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oranproject

http://doranproject.tumblr.com

'도란도란 프로젝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331.걱정  (0) 2020.05.10
330.소주  (0) 2020.05.03
328.킹크랩  (0) 2020.04.19
327.매력  (0) 2020.04.12
326.방정리  (0) 2020.04.0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