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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337.바라만 봐도

puresmile 2020. 6. 21. 21:20

*바라만 봐도

1.
종종 살다보면
바라만 봐도 귀여운 사람들을 마주치게 된다.
자꾸 귀여운 모습들을 더 보고 싶어서
그 모습이 너무 웃기고 사랑스럽고 오래 보고 싶어서
자꾸만 초등학생처럼 시비걸게 되는 그런 느낌이 드는 사람들.
영원히 귀여움을 잃지 말길-

2.
카페에 가서 커피를 시켰는데
예쁜 잔에 커피가 나오면 마시지 않아도 배불러
오늘 마침 딱 그랬거든
진짜 인생 통틀어 가장 예쁜 커피잔과 커피잔 받침이였어
차가운 라떼를 시키려고 하다가
그냥 따뜻한 라떼를 주문한 것이 천만다행이였어
내가 그 커피잔을 볼 수 있었으니 말이야

3.
말레이시아에 살면서 좋은 점은
내가 좋아하는 날씨와 풍경을 한도끝도없이 볼 수 있다는 것.
맑고 푸른 하늘, 초록초록한 잎이 잔뜩 달려있는 나무들 따위 말이야.
적어도 내겐
한국에서는 미세먼지 없는 날+하늘이 맑은 날+초록 나뭇잎을 보는 날이 무척이나 귀했거든.
그런 날엔 차 안에 있거나, 자전거를 타고 있었던 날이 많아서
좋아하는 것들을 보기 위해선 마음이 급했어
눈에 담기 바빴고, 카메라에 담기 바빴어

4.
작년에 뉴욕갔을 때 면세점에서 (잘못) 주문한 향수가 있었어
심지어 작은 병도 아니었는데,
신나게 면세점가서 향수 받아들고 
액체라 아예 뜯질 못하니까
14시간 정도 날아서 뉴욕에 도착한 후
가랑비 오는 뉴욕을 우산도 없이 캐리어를 끌고 다니면서
마라톤 부스에서 번호표 받고, 타미스 사무실 찾아서 미리 예약한 바우처들 받고,
에스컬레이터따윈 없는 전철역 계단을 낑낑대고 오르내리다 
드디어 도착한 첫 호텔에서 향수를 뜯었지.
그 향수는 그 당시로부터 2년 전에 사용하던 향수였는데
2년 전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산 것이였거든.
그래서 잔뜩 기대하고 포장을 뜯어서 뿌렸는데 이게 뭐람.
예상과는 전혀 다른 향이였지.
한끗차이로 같은 라인 중 다른 향수를 주문한거야.
병 색도 너무 비슷해서 (투명도만 살짝 다름)
면세물품 받았을 때도 감쪽같이 몰랐지.
뉴욕 여행 내내 뿌리려고 사서 다른 향수는 가져오지도 않았는데.
하는 수 없이 다른 사람이 된 것마냥 그 향수를 10일 내내 사용했어.
그리고 은근 향이 익숙해져서 그 뒤로 8개월 정도 그 향수를 계속 썼지.
뉴욕에서 처음 향수를 뜯었던 날을 떠올리면서.
드디어 어제, 새로운 향수를 샀어.
아직 그 (일명)뉴욕 향수는 절반 정도 남아있는데 말이야.
새 향수는 뉴욕 향수와 아예 정반대 느낌의 향이여서
고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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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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