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1.
몇 번이고 헤어짐을 고한 사람이 있었다.
근데 그 사람은 나랑 헤어지고 나서 한 번도 잡은 적이 없었어.
내가 헤어지자고 한 마당에 
나랑 헤어지기 싫다고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는 사람이어서
그건 그거대로 짜증이 났어.
이별을 고하는 화자임에도 불구하고 그건 그거대로 서운했어.
근데 되돌아보면 내가 너무 완고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실 다시 붙잡았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테니까.

2.
나름 더 나은 선택인 줄 알고 
어렵사리 꺼낸 이별이었고,
꼴에 상대방의 안녕을 빈 적이 있었어.
나 같은 사람 만나지 말라고.
근데 그건 너무 내가 거만했더라.
내가 너무 가식을 떨어버렸지 뭐야.
결국 나 같은 사람 잊지 말라는 말이었던 것 같아.

3.
헤어지자고 하니,
내 앞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엉엉 운 사람이 있었어.
처음으로 내 눈물이 아닌
상대방의 눈물이 눈에서 뚝뚝 떨어졌었어.
나도 당황했어. 
근데 그 눈물에 모든 것을 밀어내 버렸었나 봐.
그 눈물의 의미는 안정의 깨짐 뿐이었을까.
나와 헤어지고 운 사람은 뭔가 조금 더 특별할 줄 알았는데
그냥 그 사람 자체였어.
특별한 건 없었어.
특별한 것을 바란 건 내 오산이였어.

4.
내가 잘하지 못해서 헤어진 이별이라도
어떻게든 생각해보려고
내 마음대로, 내 나름대로 희석시켜서 생각하고 있더라고.
상대방에겐 내가 한없이 나쁜 사람이겠지만.

5.
조심스레 짐작해보건대.
나는 널 알아.
이미 헤어졌다고, 이렇게 됐는데 뭘 어쩌겠냐고,
세상까진 아니고, 
그냥 정말 우리 사이가 다 끝난 것처럼
더 이상의 노력은 필요 없다는 듯이
그냥 그렇게 인정해버렸을 너를
슬프게도 상상해.
사실 너의 그 모습들은 내가 만나면서도 싫어했던 모습들이겠지만
사람이 어디 쉽게 변하니.
그냥 넌 처음부터 끝까지, 끝 이후에도 같은 모습일 거야.
슬프게도.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도.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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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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