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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356.닭죽

puresmile 2020. 11. 1. 21:29

*닭죽

집에서 엄마가 삼계탕까진 아니고 닭을 통째로 삶은 후
김이 조금 빠지면 꺼내서 살을 발라주셨다.
그러면 나랑 동생은 소금과 후추, 그리고 깨를 섞은 종지에
닭고기를 콕 찍어서 야금야금 먹기 바빴지.
그리고 양이 적은 나는 닭고기가 맛있어도 절대 배부를때까지 먹지 않았다.
왜냐면 마지막에 남은 닭고기를 잘게 찢어서 끓인 닭죽을 먹어야 했기 때문이지.
집에선 닭죽 먹고 싶다고 엄마한테 한 마디만 지나가듯이 해도
엄마는 그 말을 기억하곤 그 날 저녁이나 다음날에 생닭을 사오신 후 뚝딱 해주셨다.
근데 자취한 이후로 닭죽이 생각나서 밖에서 사먹으려고 하면 왜 이렇게 발이 안떨어지는지.
본죽에 가도 삼계죽은 비싼 죽에 속했다. 그러다보니 지갑이 열리지 않았다.

엄마밥은 언제나 최고다.
아빠와 동생은 종종 싱겁다, 짜다 불평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사실 요리에 아주아주 뒤늦게 재미를 붙인 엄마였기 때문에
간이 안 맞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근데 나는 싱거운 것은 싱거운대로 좋았고,
밍숭맹숭한 것은 그것대로 좋았다.
그냥 엄마가 해준 음식은 다 좋아했다.
식탁 앞에선 불평없이 먹는 나를 엄마가 제일 좋아했다.
나중에 한국가면 엄마한테 닭죽 만들어달라고 해야지.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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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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