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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382.노랑

puresmile 2021. 5. 2. 17:35

*노랑

20대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찾고 싶었고 찾아가기 바빴다. 유야무야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흐리멍덩한 건 싫었다. 남이 보는 나보다 스스로 나에 대해서 제일 잘 알고 싶었고, 알고 있고 싶었다. 주관이 뚜렷하고 싶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더 깊숙하게 학습하기도 했고, 일부러 만들기도 했다. 모든 것엔 의미가 있었고, 의미가 있어야 했고, 의미를 부여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 있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내 주관이 없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자신을 찾고자 노력하면서 20대를 살았다. 20대 후반이 되니 조금은 내가 생각하는 내가, 난 이런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내가 어느 정도는 만들어졌다. 그런데 30대가 되니 모든게 싫증이 났다. 내가 정했던 모든 것이 나를 얽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고작 어리고 어린 20대에 뭘 안다고 자신을 정의하려 들었을까 싶기도 하고, 설령 정의를 했다고 해도 남은 앞으로의 날들을 풋내기 20대의 포커스에 맞추긴 죽어도 싫었다. 그래서 20대때 죽어도 쳐다보지 않았던 노란색에 애정을 갖기로 했다. 내 책상 오른쪽 벽에 붙은 포스터에는 노란색 쇼파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은근히 내 감정의 연장선인 아이폰 배경화면도 샛노란색으로 바꿨고, 책상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마우스패드도 노란색으로 주문했다. 색다른 색이 내 삶에 들어오니 보는 재미가 아직까진 쏠쏠하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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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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